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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보십니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강당. 학생들을 위한 정치 토론회가 한창이다. 무대에는 내로라하는 정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한 학생이 묻는다.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로 만들고 있는 요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 전문가는 “다양성과 기회”라고 대답하고, 다른 전문가는 “자유 그리고 자유”라고 대답한다. 마지막으로 케이블뉴스 채널의 스타 앵커인 윌 매커보이의 차례. 주저하던 그는 “미국은 더 이상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토론장엔 돌연 정적이 흐른다.



 미국 TV 드라마 ‘뉴스룸’ 시즌1을 밤새워 봤다. ‘웨스트윙’의 제작자로 유명한 에런 소킨이 만들어 얼마 전 미국에서 방영한 드라마 시리즈다. 언론의 공익성과 상업성을 둘러싸고 뉴스 제작진과 사주 및 경영진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극적이고 실감나게 그렸다.



 드라마에서 매커보이는 과거 미국이 위대한 나라였던 것은 국민의 존경을 받는 언론인들로부터 유권자들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사마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그것도 필요에 따라 왜곡해 제공하기 때문에 남북전쟁 이래 미국은 가장 분열되고 파당적인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매커보이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은 유권자(well-informed electorate)’”라는 신념 아래 뉴스룸의 동료들과 함께 ‘뉴스 혁명’을 시도한다.



 2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가 초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큰 정부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이 물과 기름처럼 맞서 있다. 미 정치에서 양보와 타협의 미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전부 아니면 전무’의 죽기살기식 대결이 있을 뿐이다. 미국 사회가 양극단으로 갈린 근본적 책임의 일단을 소킨은 언론에 묻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권자들의 입장은 그래도 낫다. 양당의 정책 노선이 뚜렷하게 다르니 소신껏 한쪽을 택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책대결은 없고, 이미지 싸움만 있다. 득표에 도움이 되는 건 서로 다 하겠다고 덤비다 보니 정책적 차별성이 실종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언론은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에 기여하고 있는가. 지엽적인 문제에 휘둘려 큰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매커보이는 “더 이상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미국은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미국은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는 나라인가.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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