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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그들의 가구이야기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가구, 아이네 클라이네 퍼니처 - 이상록, 신하루 두 디자이너의 이야기

이상록, 이하 ‘이’=“전공은 주거환경학인데, 취미로 목공을 시작했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도 늘 사람의 몸에 더 가까운 무엇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생각한 디자인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 내고, 또 그걸 사람이 가깝게 사용했으면 했다. 그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가구’를 떠올렸다. 가구는 배울수록 나와 잘 맞았다. 일본으로 건너가 목공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게 3년 전이다. 당시 살던 집 아래 창고를 고쳐 ‘아이네 클라이네’를 시작했다. 대기업의 대량생산이 아니고 공방보다도 한 단계 더 나아간, 디자이너의 감성을 담은 ‘스튜디오 가구’다. 일본에서는 이미 많이 발전돼 있다. 혼자서 고군분투 한지 1년쯤 됐을 때 신하루 실장이 합류했다.”

신하루, 이하 ‘신’=“디자인 문구회사 mmmg(밀리터리밀리그람)을 7년 다녔다. 회사를 다닐 때부터 집안 인테리어 소품을 디자인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틈틈이 공방을 다니며 목공을 배웠다. 회사를 그만두고도 혼자 가구를 만들었는데, 나무를 다루는 게 쉽지 않아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같이 일 할 동료를 구한다는 말을 지인에게 했는데, 그 때 친구가 알려준 사람이 상록씨다. 알고 보니 같은 목공소를 다녔다. 내가 조교로 있다가 그만두고 난 뒤 상록씨가 들어갔더라. 서서히 교류하며 합류했다.”

아이네 클라이네 퍼니처가 생각하는 가구

이=“가구로 인해 많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멋진 테이블을 들여놓았다면, 그 테이블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재미있는 일을 시도하고 추억을 쌓는 거다. 의지도 필요하다. 아이네 클라이네의 가구는 대부분 천연오일로 마감을 한다. 화학적 마감보다 내구성이 떨어져 유지와 관리가 필수다. 어떻게 보면 귀찮은 일이지만 그런 노력이 가구와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예전에 잡지에선 본 사진이 기억난다. 엄마와 4살 정도 된 딸이 각자의 의자에 왁스칠을 하는 사진이다. 왁스칠을 하는 게 두 사람에게 결코 귀찮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관리한 가구는 광택도 색감도 좋아질뿐더러 애착도 더해진다.”

신=“졸업 후 1년 정도 일본에서 체류한 적이 있다. 그 때 느낀 게 일본은 물건을 쓰는 생활의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물건을 만드는 ‘모노츠쿠리’ 정신이랄까, 일본 특유의 감수성과 정신세계가 가구에도 담긴 기분이다. 물건을 통해 자신의 생활의식을 높이고자 하는 의지도 느껴진다. 우리의 가구도 그런 정신을 담으려 한다.”
1. AV기기가 들어가는 TV장. 나무 살로 만든 문 안쪽에 AV기기를 넣고 밖에서 리모콘으로 조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350만원(부가세 포함, 이하 동일). 2. 의자 좌판을 종이끈으로 만든 어린이 의자. 38만원. 3. 곡선 좌판과 등받이가 편안한 다이닝체어. 58만원. 4. 소파 앞에 두고 쓰는 낮은 테이블. 안쪽 선반에 잡지나 리모콘 등을 넣어둘 수 있게 디자인됐다. 150만원

예술과 생활의 경계

이=“올해 리빙디자인 페어의 주제가 ‘일상이 된 예술 이야기’였다. 디자이너의 가구지만 예술만을 목표로 하진 않는다. 생활에서 쓰이는 게 첫 번째다. 그게 바로 디자인이다. 그 안에서 어떤 차별화를 두느냐, 또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내 놓느냐가 과제가 될 것이다.”

신=“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한국의 생활 스타일에 맞는 가구디자인이다. 수입가구가 멋지긴 하지만 우리네 생활방식과는 달라 불편함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여성은 의자에 앉을 때 발꿈치를 드는 버릇이 있지 않나. 이런 사소한 점이 우리가 고민해야 되는 부분이다. 이게 쌓이면 문화가 되고, 저력이 될 만큼 모아지면 예술이 되는 게 아닐까.”

▶ 가구 제작과 주문 - 모든 가구는 주문을 받음과 동시에 제작된다. 디자인 작업부터 시작돼 3~6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천연오일을 최소 4번 정도 칠하는데 말리는 시간만 하룻밤 이상이 걸려서다. 맞춤도 가능하다. 원하는 사항을 말하면 아이네클라이네 퍼니처의 스타일로 디자인해 제안한다. 문의 070-8632-8612

손으로 빚어낸 시간의 흔적, 브라운 핸즈 - 이준규, 김기석 두 디자이너의 이야기

이준규, 이하 이=“우리는 영국 유학 시절 만났다. 같은 학교에서 나는 순수 미술, 기석씨는 제품디자인을 전공했다. 성향이 비슷해서인지 일요일 도심 외곽에서 열리는 카부츠라는 벼룩시장에서 자주 만나게 됐다. 그때부터 눈여겨보게 됐다.”

김기석, 이하 김=“카부츠는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열리는 시장이라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학교에서는 보지 못해도 벼룩시장에서 자꾸 만나는 게 신기했다. 오래된 물건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 그 물건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성향이 비슷했다.”

이=“한국에 돌아온 후로 난 순수 작업을 했고 기석씨는 디자인회사를 다녔다. 가끔 사석에서 만났는데 그때 이런 일을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회사에서 더 배울 게 없어지고, 누구랑 일을 할 때 피해가 안 될 정도가 되면 연락하겠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이후로는 왕래가 잦지 않았는데, 2년 정도 지나 그때 제안이 유효하냐고 전화가 왔다.”

김=“3년 전의 일이다. 준비기간을 거쳐 8개월 전에 브라운 핸즈 문을 열었다. 브라운 핸즈는 일하는 사람의 손을 뜻한다. 어린 시절 일하는 아버지의 손을 떠올려 만들었다. 사람의 손길과 훈훈한 정서가 반영된 소품, 가구를 만들고자 지었다.”

브라운 핸즈가 생각하는 가구
1. 금속으로 만든 촛대. 재질은 금속이지만 둥근 형태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8만8000원. 2. 컬러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른 금속 타일.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는 소품이다. 타일 1만원대. 3. 브라운 핸즈의 대표작이기도 한 테이블. 예전에 다리를 다친 적 있는 이준규 대표가 모든 사물의 다리를 유심히 관찰하게 되면서 만들었다는 사연이 담겨 있다. 테이블의 상판과 다리가 안정적으로 디자인된 게 특징이다. 73만원

김=“초등학교 때 쓰던 책상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 서랍을 열면 오만가지 물건이 들어 있다. 마치 무덤덤하게 자리를 지키는,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다. 브라운 핸즈를 시작하면서 옛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오래 전 친구 같은 감성을 전달하고 싶었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식탁은 평소엔 별 느낌이 없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아 저기에서 어떤 일이 있었지, 라고 회상하게 된다. 아이네 클라이네는 가구를 배경으로 많은 일이 생기면 좋겠다고 했는데, 표현은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이=“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도구인 셈이다.”

옛 방식에서 찾은 새로운 디자인

이=“현대인은 완벽하게 마감된 깔끔한 가구나 소품에 익숙하다. 반면 삼청동과 부암동, 경복궁의 고궁 길을 시간을 내서 찾는다. 따뜻한 감성과 여유가 필요해서가 아닐까. 이런 감성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가구와 사람이 더 친해질까를 고민했고, 자연물 중에 흙을 고르게 됐다. 녹인 쇳물을 흙으로 만든 틀에 부어 만드는 옛 주조방식으로 가구를 제작한다. 손으로 만든 틀은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이 틀에서 나온 가구는 차가운 금속의 이미지와 다르게 따뜻한 느낌이 있다. 이후에는 가구를 1개월간 땅속에 넣어 보관하는데, 나중에 꺼내 보면 빛이 조금 바래 있고 오래된 질감이 생긴다. 또 흙과 물, 고운 돌가루를 문질러 마감하고 있다.

김=“우리가 벼룩시장에서 만난 바로 그 감성이다. 이런 감성을 찾다 보니 옛 주조방식을 쓰게 된 거 같다.

▶ 가구 제작과 주문 - 가구는 주문 후 제작되고 문손잡이나 타일 같은 소품은 미리 만들어둔다. 소품은 1~2일 안에 받을 수 있고, 가구는 3~7일 정도 걸린다. 개인 문의도 있지만, 보통 인테리어디자이너나 카페, 인테리어 숍에서 많이 찾는다. 맞춤 의뢰는 받지 않는다. 문의 031-964-0332

● 가구 디자이너들이 조언하는 좋은 가구 고르는 방법

1. 신하루 실장은 “초보라면 고를 때 스타일을 너무 염두에 두지 말라”고 말한다. 한 개의 가구만으로 인테리어가 확 바뀌는 것은 아니다. 먼저 치수와 개수 같이 현실적인 부분을 체크한 후, 그 다음에 자신의 집에 놓인 것들과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이 드는 가구를 고른다. 가구 구입의 시작이다.

2. 가구에 관심이 생겼다면 가구를 자주, 그리고 많이 보는 게 좋다. 필요에 의해서만 가구를 사다 보면 내 마음에 쏙 드는 걸 만나기 어렵다. 사야 한다는 마음을 비우면 오히려 “이 가구다!” 싶은 걸 보게도 된다. “정말 마음에 드는 가구를 만났다면 과감히 구입하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게 이상록 실장의 말이다. 생활의 활력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구입한 가구를 배경으로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가구는 폐기하는 데도 돈이 든다. “비용에만 연연하기보다 한 번 투자해 오래 쓸 수 있는 걸 고르는 게 좋다”고 김기석 실장은 덧붙였다.

3. 가구는 오래 써야 한다. 하지만 질리지 않아야 한다며, 무난한 색깔이나 형태의 제품으로만 모두 고를 필요는 없다. 과감하게 보색을 대비시켜 균형을 맞추는 것도 특별한 공간을 꾸미는 방법이 된다.

4. 가구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어떤 사람인지를 본다. 10~20년 쓰는 것은 물론이고 대물림 되기도 하는 가구.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는다. 쓰면서 궁금한 점을 물을 수 있고,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디자이너 역시 팔린 가구가 좋은 상태로 오래 쓰이길 바란다. 필요하다면 방문해 사후 관리를 해주기도 한다. 오래 관계를 유지하며 도움말을 줄 수 있는 디자이너의 가구를 고른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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