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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10·4 남북 공동선언 이행해야” 한목소리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제4회의장. ‘NLL 부정은 영토주권 포기’란 현수막이 붙은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열렸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제기한 정문헌 의원의 발표가 끝나자 박수가 터졌다. 의원들은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날 민주당은 정문헌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다음 날 이명박 대통령은 연평도를 전격 방문, “북방한계선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 빅3의 통일·외교 정책

19일 박근혜 후보는 문 후보를 겨냥해 “이런 세력에 나라를 못 맡긴다”고 공격했다. 문 캠프 진성준 대변인은 “누누이 말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는 북방한계선을 변경하려 한 적이 없다”고 강력 반박했다. 이튿날 북한은 “서해에는 북방한계선이 아니라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 군사분계선만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분단 상황의 한국 정치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잣대로 인식된다. ‘북한’은 역대 대선의 주요 변수였다. 이젠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란 말이 나온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민주화 논쟁에 가려졌던 북한 이슈는 ‘NLL 포기 발언 의혹’과 ‘노크 귀순’을 계기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통일ㆍ외교안보 정책은 지엽적인 논란에 빠져 큰 그림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이 6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부 정책 마련이 늦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통일ㆍ외교안보 정책은 대한민국 호(號)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것인데, 후보들의 비전ㆍ구체적 공약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앙SUNDAY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측에 통일ㆍ외교안보정책을 물었다. 각 캠프는 후보의 기존 발언 등을 중심으로 답신을 보냈다. 구체적인 대선공약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표 참조>

세 후보의 대북 정책은 실행 조건과 표현에서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선 같은 것이 많았다. 특히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엔 모두 비판적이었다. 따라서 보다 유연한 접근을 공통적으로 밝혔다. 또 ‘안보엔 보수’라고 입을 모았다. 6ㆍ15, 10ㆍ4 남북 공동선언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인식도 같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서해 NLL에 대해선 모두 ‘지켜야 할 해상경계선’이라고 밝혔다. 다만 표현엔 다소 차이가 있다. 박 후보 측은 “우리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 온 해상경계선이다. 정치 문제가 아닌 안보 문제로,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란 입장이다. 문 후보 측은 “남북 간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다. 서해에서 북한의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기존 관할 구역 존중이란 남북 합의가 중요하다. 사실상의 해상경계선으로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북 접근엔 후보마다 다소간의 온도 차가 있다. 문 후보 측이 햇볕정책의 적극적 계승·발전을 주장해 가장 적극적이었다. 취임식에 북한 인사를 초청하고 취임 첫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남북 경제연합을 추진하고 한반도 인프라개발기구(KIDO), 북한개발투자공사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 측은 대북 정책에서도 약속과 신뢰를 강조한다. 구체적 방법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 점진적 접근을 통해 남북 간 신뢰가 쌓이면 다양한 경제협력 사업, 북한 인프라 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핵 문제 진전에 따라 이런 신뢰 프로세스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박 후보 측은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정부와 이전 정부 정책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대북 정책은 문 후보에 가깝다. ‘햇볕정책의 계승과 창조적 발전’이다. 5·24 조치의 해제와 관련해 남북대화 재개가 우선 중요하다. 북한의 사과는 대화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얻어야 할 결과라고 밝혔다.

외교ㆍ통상 정책의 기본 입장도 비슷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여부를 둘러싸고는 갈린다. 박·안 후보는 FTA 재협상에 부정적이다. 투자자ㆍ국가 소송제(ISD)에 관한 우려는 심도 있게 협의하거나,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 후보는 재협상을 밝혔다.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재협상을 통해 불이익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경협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계는 세 후보의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을 환영한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유창근 부회장은 “북·중 경협이 활발한데 반해 남북 경협은 어느 때보다 어렵다”며 “다음 정부에선 경협이 보다 활성화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된 만큼 정부가 경협 확대를 위해 힘써 달라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중국과 대만은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있던 시절에도 민간 경제교류를 계속해 왔다”며 “정치적 상황이 어려워도 민간 사업은 보장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희망하는 기업인이 많다”고 말했다.

후보들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재향군인회 이정호 홍보실장은 “남북관계는 발전해야 하지만 무조건 베푸는 방식은 안 된다. 북한이 본질적으로 변하는지 보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이념의 대상을 보지 말고 실리(實利)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세대 박명림(정치학) 교수는 “북한을 이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복지나 교육에서의 불필요한 이념 논쟁으로까지 이어진다”며 “이젠 남북관계를 진보ㆍ보수를 떠나 국익이라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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