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국정원 보낸 회담록 A4용지 100여 쪽 … 녹음파일도 넘겨

조명균 비서관 책상 위의 디지털 녹음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월 3일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회담하고 있다(왼쪽 사진). 왼쪽부터 김만복 국정원장, 권오규 경제부총리, 노 대통령, 이재정 통일부 장관,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뒤편은 조명균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조정비서관. 북한은 김정일 오른편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외에 다른 배석자가 없었다.

조비서관 책상 위에 소형 디지털 녹음기가 보인다(사진 빨간 동그라미). [중앙포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대치해 온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진실 공방이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 8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 이후 열흘간 비밀 녹취록의 존재 여부와 대화록 공개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 우리 측의 녹음 파일이 있다는 새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 측 회담 배석자가 녹음한 파일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오간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게 회담 사정에 밝은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디지털 음성파일로 된 녹음이나 그 기록을 통해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를 가려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07년 10월 3일 평양의 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미국이 땅 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앞으로 남측은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를 기록한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게 정문헌 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회담에 참가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 원장이 “그런 발언은 없었다. 비밀회담이나 관련 대화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회담실무를 책임졌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까지 논란에 가세하면서 진실 공방은 대선 이슈로도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녹음 파일은 결정적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회담 대화록의 경우 수석대표(정상회담의 경우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요약하는 경우도 있어 지나치게 민감한 대목이 누락되거나 고쳐질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녹음 파일은 회담 전체 내용을 그대로 담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드러내준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청와대에 보관된 대화록이 없어 2009년 2~3월께 국정원에 보관된 대화록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10월 정상회담 1주년 기념식에서 “이 대통령이 10·4선언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게 이 대통령이 대화록을 열람한 계기였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진술이다.

 이제 관심은 국정원으로 쏠린다.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조명균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조정비서관이 녹음한 파일 원본이 회담 직후 국정원에 넘겨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파일뿐 아니라 김만복 전 원장과 조 비서관의 수첩, A4용지 100쪽이 넘는 공식 회담록 한 부도 함께 건네졌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확인했다. 청와대에 넘겨진 대화록 한 부는 파기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규명할 열쇠는 결국 국정원이 쥔 형국이 됐다.

 최장 30년간 묶인 대화록의 공개를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에 비해 녹음 파일이나 수첩은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다만 국정원은 대선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정치적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서상기(새누리당) 국회 정보위원장은 비밀열람권이 있는 여야 각각 6명의 정보위원들만 국정원에 보관된 대화록을 열람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조 비서관이 회담 테이블이 아닌 노 대통령 뒤편 기록석에 앉는 바람에 일부 제대로 녹음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한다. 핵심 관계자는 “당시 일부 녹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김만복 원장이 경위를 묻자 조 비서관이 ‘너무 떨려서 그런 문제가 생겼다’고 해명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김 원장과 조 비서관이 회의록 작성을 위해 메모한 수첩은 이 같은 녹음 파일의 공백을 보완해줄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녹음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회담기록은 깨알같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국정원에 녹음 파일과 함께 보냈다는 두 사람의 수첩은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측에서 회담 녹음 파일을 작성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북한 통전부가 녹취한 대화록을 우리 비선라인과 공유했다”는 정문헌 의원의 폭로는 신빙성이 흔들리게 됐다. 핵심 관계자는 “남측이 녹음기를 꺼내놓는 걸 북한 측도 다 봤기 때문에 굳이 우리 측에 녹취 대화록을 넘겨줄 이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