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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롬니, 화끈한 정책 대결 … 한국은 말싸움 중

미국 대선에도 네거티브는 존재한다. 후보의 과거 행적도 낱낱이 파헤쳐진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경제를 어떻게 살리고,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고, 글로벌 전략을 어떻게 짤지 ‘미래 경쟁’을 펼친다. 후보들은 큰 정부론과 작은 정부론, 평화 외교론과 힘의 외교론, 증세와 감세 등의 푸짐한 정책 차림표를 놓고 경쟁한다. 같은 대통령 선거지만 한국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빈약한 차림표 중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사이 미국 유권자들은 대형마트에서 선택의 즐거움을 누리는 선거를 하고 있다.



이란 외교 당근 vs 채찍 … 복지는 보편적 vs 선택적
경제 - 정부 역할 중요 vs 개인·기업이 성장 주도
중국 - 무역 규제 신중 vs 환율 조작, 불공정 무역
이란 - 봉쇄로 핵 포기 유도 vs 항모 주둔해 압박
복지 -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 vs 민간보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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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정부 vs 작은 정부=미국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어떤 처방을 할지를 둘러싼 경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튼튼한 경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 선언을 통해 절감한 2100억 달러를 향후 6년간 도로·교량·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에는 일종의 벌금을 매기고, 국내 고용을 늘리는 기업엔 세금 감면을 해주는 것도 정부 역할이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해법은 오바마의 해법이 지난 4년간 통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롬니는 “미국의 성장 엔진은 정부가 아니라 개인·기업의 독창성”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민간 부문의 소비와 투자·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세금 감면과 규제 철폐를 약속하고 있다. 500만 달러(약 55억원)가 넘는 부동산에 대해 상속세를 없애고, 20만 달러 미만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 폐지를 내걸었다. 법인세도 현재의 35%에서 25%로 줄여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을 유도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큰 정부론과 작은 정부론으로 맞선 두 후보의 경제 해법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등 미국을 대표하는 석학들의 지원을 각각 업고 논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오바마와 롬니의 경제 해법은 ‘케인시언식 재정 확대 정책’ 대 ‘공급경제학’의 충돌로도 불린다.



 ◆중국은 누가 돼도 동네북=두 후보의 정책 대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 중국이다. 원칙적으론 둘 다 충실한 자유무역 지지자다. 오바마는 유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성과로 내세우며 칠레·페루·베트남과도 FTA 체결을 서두르겠다고 말한다. 롬니 역시 FTA 체결의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이 중국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롬니는 “오바마가 43개월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눈을 감아왔다. 내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첫날 중국을 통화 조작국으로 선포하고, 부당한 보조금에 관세를 부과할 것”(9월 17일, 기자회견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을 공공연히 “공정무역의 적”이라고 부른다. 당초 중국 때리기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오바마도 지난달 중국의 불공정 무역 사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가세했다. 아직 롬니만큼은 아니지만 중국과의 무역적자 폭이 커지면서 규제 카드를 꺼내 들 조짐이다. 오바마는 무역정책에서 미국 제품을 구매하는 외국 기업에 낮은 이자율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중동정책, 채찍 vs 당근=오바마의 중동정책은 채찍보다는 당근 쪽이다. 이란 핵 문제를 놓고도 군사적 압박보다는 외교적 해법을 우선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구입 국가들에 제재를 가하는 등 외곽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이란의 핵 포기를 유도하고 있다. 그래서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기 전까지 야당인 공화당으로부터 “허약한 미국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바마에 대한 롬니의 비판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해 일정 부분 오바마식 해법을 지지하면서도 군사적 제재 쪽으로 한발 더 나갔다. 취임하면 동부 지중해와 페르시아만에 영구적인 항공모함 기동부대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접근법에서 두 후보는 격차를 보인다. 오바마는 2009년부터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평화협정 재개를 설득했다. 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불만을 토로할 만큼 오바마의 미지근한 중동정책을 비판한다. 롬니는 이런 이스라엘을 적극 끌어안고 있다. 롬니는 중동의 평화는 강하고 안전한 이스라엘 정책에서 온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 선택적 복지=2010년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법이 통과되면서 미국에선 복지 논쟁이 불붙었다. 지난 8월 합헌 판결을 받았지만 롬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법을 폐지하겠다고 주장해 대선 이슈로 살아있다.



 오바마의 주장은 2014년부터 전 국민 의료보험시대를 열자는 것이다. 가입을 하지 않는 개인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연방 보조금 지급을 매개로 주 정부로 하여금 저소득층을 상대로 한 건강보험인 메디케이드를 확대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내용상 보편적 복지인 셈이다.



 반면 롬니는 건강보험이 없는 무보험자들에 대해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 정부가 지원하고, 노년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 대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정부가 주는 수표로 민간보험을 구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얼핏 보면 둘 다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롬니의 방식은 개인·민간보험회사에 선택권을 줌으로써 연방 재정 부담을 줄이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오바마는 전 국민 의료보험이란 개념대로 연방 재정에 부담이 가더라도 저소득층·노년층의 혜택에 주안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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