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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멀고 분노는 끓고 … 복수극이 넘쳐난다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돈 크라이 마미’에서 엄마 유림(유선)이 성폭행 충격으로 자살한 딸 은아(남보라)를 끌어안고 있다. 유림은 공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딸의 복수에 나선다. [사진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살인 누명을 썼다. 감옥에서 6년을 보냈지만 여자는 남자를 배신한다. 누구보다 착했던 남자, 여자의 적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복수를 결심한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15%대, AGB닐슨 전국기준)를 기록하는 KBS 수목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하 착한 남자) 이야기다.



드라마·영화 흥행코드로
배신·악행·모략의 갈등구조
억울한 약자들의 카타르시스

 지금 안방극장은 복수의 장이다. ‘샐러리맨 초한지’ ‘추적자’ ‘유령’ 등 올 초부터 간간이 눈에 띄었던 복수극이 하반기 들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착한 남자’를 비롯한 ‘다섯 손가락’(SBS), ‘메이퀸’(MBC) 등은 모두 복수를 중심 모티브로 한 드라마다.



 뿐만 아니다. ‘아저씨’(2010) ‘악마를 보았다’(2010)에서 한 정점을 이뤘던 충무로의 핏빛 복수극도 올 하반기 극장가를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강한 흡인력, 막장 논란도=극적 갈등구조가 선명한 복수 코드는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적당한 소재다. ‘다섯 손가락’에선 두 천재 피아니스트가 악기를 만드는 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암투를 벌인다. 극중 영랑(채시라)은 자신의 아들 인하(지창욱)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온갖 모략을 서슴지 않고, 대결을 선언한 지호(주지훈)는 복수의 칼을 간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KBS)는 복수를 소재로 한 정통 멜로드라마다. [사진 KBS]
 ‘메이퀸’은 재벌그룹 회장 도현을 맡은 배우 이덕화에게 ‘악역 종결자’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악행의 수위가 높다. 평생 도현에게 억눌려 살다 사랑하는 여자마저 만날 수 없게 된 창희(재희)는 “악마와 손을 잡더라도 내가 악마가 되어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겠다”며 복수를 결심한다. 악이 공권력에 의해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는 어디에도 없다. 이른바 ‘사적 복수’다.



 드라마평론가 윤석진 교수(충남대 국문과)는 “공권력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적 복수는 강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또, 극한경쟁에 내몰린 현대인은 복수를 결심하는 극중 약자에게 감정이입을 쉽게 한다”고 설명한다. 약자의 절망에 공감하며 자연스레 복수를 응원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TV평론가 김선영씨도 “올해 대중의 정서는 분노와 힐링(치유)으로 압축된다. 약자에 감정이입해 분노를 표출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복수극이 인기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갈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위적 설정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메이퀸’과 ‘다섯 손가락’에는 모두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착한 남자’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써온 이경희 작가의 신작이지만, 좋은 성적(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김선영 평론가는 “기억상실증, 갈 데까지 간 악녀의 등장 등 너무 전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충무로도 복수혈전=복수가 극의 중심 모티브가 되기는 스크린도 마찬가지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됐고, 다음 달 개봉 예정인 ‘공정사회’ ‘돈 크라이 마미’ ‘나쁜 피’ 세 편의 영화는 무능한 공권력을 대신해 피해자가 직접 복수에 나서는 내용이다. 요즘 사회적 문제인 성폭행을 소재로 다뤘다.



 ‘공정사회’(이지승 감독)에서 엄마(장영남)는 부실수사를 일삼는 경찰과 명예욕에 눈이 멀어 가족을 저버리는 남편에 의지하지 않고, 딸을 성폭행한 범인을 찾아내 잔인한 방법으로 응징한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돈 크라이 마미’(김용한 감독)는 여고생 딸이 남학생들에게 성폭행 당한 뒤 자살하자 엄마(유선)가 복수하는 과정을 그렸다.



 ‘나쁜 피’(강효진 감독)는 자신이 강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대생이 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결국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아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또 곧 개봉할 ‘내가 살인범이다’(정병길 감독)는 공소시효가 끝난 연쇄살인범을 담당형사와 유가족이 응징한다는 스토리다. 이들 작품 모두 공권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복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집중한다. 현실에서는 불법인 사적 복수를 때로는 공동체적 정의로까지 설정한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등이 복수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접근했다면, 요즘 복수극들은 사적 복수가 주는 쾌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사회악에 대한 법적 응징이 미흡하다고 느끼는 대중이 인과응보·사필귀정이 이뤄지는 스크린의 판타지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위험사회, 지금 여기 우리들의 불안한 자화상을 보는 것 같은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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