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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국제적’ 기업의 불친절한 이름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각계의 인사발령 내용을 취합하다 잠시 멈칫했다. ‘K-Water’라는 낯선 이름 때문이다. 잠시 뒤 다시 전해진 내용을 보고 ‘한국수자원공사’라는 걸 거듭 확인했다. 중앙일보는 인사소식을 공기업·대학·언론사·사회단체 등은 중앙정부나 지자체와 함께 ‘사람 사람’면에, 민간기업은 경제면에 소개한다. ‘사람 사람’면의 담당기자에게 기관의 정확한 명칭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자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알 듯 말 듯한 이름이 부쩍 늘었다. 그래도 좀 알려진 LH, SH, aT를 예로 들어보자. 각각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시도시개발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다. 우리말로는 이름만 들어도 무슨 일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가는 것을 영문, 그것도 약자를 내세우니 스무고개가 돼버린다. 이 중 서울시도시개발공사는 아예 ‘SH공사’가 정식 명칭이다. 한때 왕창 늘어난 외국어 아파트 이름을 두고 ‘시어머니가 찾아오기 어렵도록 지은 것’이라는 우스개가 있었다. KEPCO(한국전력공사)의 전기를 쓰고, KORAIL(한국철도공사)의 KTX를 타는 것도 비슷한 피로감을 안겨준다.



 이런 이름에 담긴 국제화 의지를 짐작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 아닌 현지인에게 이를 각인시키는 것이 한국에서보다 쉬울지는 의문이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도 마찬가지다. 거래하던 은행 하나가 최근 이름을 바꾸었다. 마침 이 은행은 지하철 출구 앞이라 길 안내를 할 때도 요긴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9번 출구를 나와 SC제일은행 지나” 대신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하다 보면 상대가 “뭐?”하고 되묻기 전에 숨이 가빠진다. 외국계라 어쩔 수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얼마 전 재미교포 기업가에게 들은 일화는 달랐다. 지금은 없어진 미국 회사 하나가 20여 년 전 한국 진출을 앞두고 영문 약자의 음을 살려 한국식 법인 이름을 짓기 위해 역술인까지 찾아갔다는 얘기다. 외국 브랜드를 내세운 기업들이 간판부터 영문을 고집하는 요즘과는 격세지감이다.



 기실 소비자로서 불만은 이름만이 아니다. 이름은 국제적인데 서비스는 국내용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2년쯤 전 한동안 미국에 머물기에 앞서 외국계 은행 두 곳의 국내 지점을 차례로 찾은 적이 있다. 혹 미국에서 계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는데, 한국계 은행과 다를 바 없었다. 국내 소비자 위주의 공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이름이 영문 약자로 바뀐다고 이들 공기업이 영국식 서비스나 미국식 상품을 제공할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식의 국제화라면 일본이 한참 선배 격이다. ‘JR’이 한 예다. 일본국유철도가 1980년대 말 민영화되면서 바뀐 이름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외국인이 길을 묻자면 ‘제이아루’로 발음해야 한다. 내수용 국제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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