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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연쇄자살 '대구의 대치동' 가보니…충격

지난 6월 축구 동아리 친구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다 투신 자살한 대구 S고 김모(16)군의 장례식 장면. 김군이 좋아했던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유니폼과 축구화가 놓여 있다. 김군은 유서에서 “어떤 나쁜 녀석에게 맞았다”며 고발했고 가해자는 구속됐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12일 오후 대구시 동구의 한 장례식장.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K고 1학년 이모양의 빈소가 차려졌다. 성적과 친구 문제로 고민하던 이양은 전날 오전 4시40분쯤 8층 아파트 자신의 방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오후 10시쯤 한 40대 부부가 빈소에 들어섰다. 이 부부의 아들 권승민(14)군도 지난해 12월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군의 어머니 임지영(48)씨가 이양의 어머니 손을 잡았다.

 “자식을 잃어본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파서 왔습니다.”(임씨)

 “정말 너무 힘이 드네요.”(이양 어머니)

 자살로 아이를 잃은 두 어머니는 손을 맞잡은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임씨는“죽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어머니가 더 강해지셔야 한다”며 이양의 어머니를 위로했다.

 대구에서 청소년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실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자살로 숨진 대구 청소년은 9명에 달한다. 인천(9명)·광주(8명) 등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올해 들어 연쇄적으로 청소년 자살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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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대구 D중 2학년 권승민군이 자살한 사건이 시작이었다. 권군의 자살 이후 현재까지 11명의 대구 지역 중·고생이 잇따라 자살했다. 자살 미수도 2건 있었다. 본지 취재진은 12~13일 대구를 찾아 자살한 학생의 부모·교사·친구 등 20여 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취재 결과 지난해 12월 이후 대구 지역에서 발생한 청소년 자살 사건에선 일종의 패턴이 발견됐다.

 ◆비슷한 유형=미수를 포함해 13건 전체가 투신 자살이었다. 5건은 장문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 작성→투신’은 권군이 택했던 자살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권군의 자살이 일종의 표본처럼 인식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 권군은 유서에서 자신을 괴롭힌 특정 학생을 지목했고, 자살 이후 가해 학생이 구속됐다. 6월 자살한 대구 S고 김모(16) 군도 유서에서 가해 학생의 폭력 사실을 고발했다. 특히 김군의 유서에는 권군의 유서에 나오는 특정 대목(“100년이든 1000년이든 기다리고 있을게요”)과 동일한 대목(“10년이든 100년이든 1000년이든 기다리면서 언제나 지켜볼게요”)이 발견됐다. 11일 자살한 이모양 역시 유서에서 특정 학생을 지목해 처벌을 요구하는 등 비슷한 패턴이 잇따라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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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대동병원 김은경 부원장(정신건강의학과)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고 자살을 떠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 박형민 박사도 “유서 내용이 비슷한 것은 것은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공감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서적 공감에 의해 연쇄 자살 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치열한 경쟁=권군을 포함해 수성구에서만 4건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수성구 범어동·지산동 등은 ‘대구의 대치동’으로 불릴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 13일 오후 수성구의 학원 밀집 지역에는 토요일인데도 학원 수업이 한창이었다. 범어동에서 만난 한 중3 학생은 “어른들이 공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 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지난 9월에는 이 지역 O고교 3학년 백모군이 성적을 비관해 자살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우리 학교가 서울대를 10명 이상 보내는 등 수성구 경쟁의 최정점에 있지만 학생 하나를 잃고 보니 서울대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다”고 털어놓았다.

 학력 수준이 높은 수성구와 인접한 동구 지역 학생들의 고민은 더 깊은 편이다. 11일 자살한 이모양도 동구의 K고교에 재학 중이었다. 이 학교의 한 학생은 “선생님들이 수성구와 비교하는 게 자존심 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련의 자살 사건을 겪으면서 지난 9월 교육청의 목표를 ‘일류 교육’에서 ‘행복 교육’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정강현·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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