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국산 비아그라 짝퉁, 숨겨 들여오는 곳보니

한영익 기자
국내 한 수입업체 대표 A씨(51)가 중국산 ‘짝퉁’ 골프채 2500개를 일본산인 것처럼 속여서 팔다가 7일 관세청에 적발됐습니다. 올 들어 8월까지 적발된 원산지 위조 골프채는 12만 개, 정품 시가 61억원어치입니다.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보다 100배 증가한 겁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짝퉁범죄 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한영익 기자

중국선 오스트리아 마을 하나 통째 베껴

가장 역사가 오래된 ‘짝퉁’은 미술품입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요즘도 지하에서 발굴되는 고대 그리스의 조각품 중에는 당대의 유명 조각가 서명이 새겨져 있는 게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 로마 수출용인데 좋은 작품으로 위장하기 위해 가짜 서명을 넣은 거라고 합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 조각가 미켈란젤로도 자신이 만든 큐피드 조각품을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땅에 파묻었다가 꺼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미술품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짝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뭘까요? 아마 ‘명품가방’일 겁니다. 거의 짝퉁의 상징처럼 여겨질 정도죠. 루이비통 가방을 예로 들어볼까요? 루이비통 가방이 탄생한 건 1854년입니다. 그 첫 위조품은 42년 뒤인 1896년에 발견됐습니다. 1908년에 짝퉁 판매, 제조업자가 구속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합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별관 지하창고에 압수된 ‘짝퉁’ 명품가방을 세관 직원이 분류하고 있다. 한 차례 압수할 때마다 수만 점이 압수된다. 정품 가격으로 치면 수백억~수천억원대다. ‘짝퉁’ 제조사범들은 샤넬 등 유명 상표가 부착된 위조 명품 가방을 중국에서 밀수하거나 국내에서 제조해 유통시킨다. 특히 유명 연예인들이 드라마나 공항 출입국장, 결혼식장에 들고 나와 화제가 된 상품을 위조한 뒤 ‘김태희 가방’ ‘송혜교 가방’ 등 연예인 이름을 붙여 인터넷 등을 통해 팔았다. [중앙포토]

 최근 중국에서는 마을 하나를 통째로 베껴 논란이 된 일도 있습니다.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 마을이 대상입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진 호수와 소금 광산 등 자연 경관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중국의 국영 부동산 업체가 우리 돈으로 약 1조1080억원을 들여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에 똑같은 모습의 마을을 건설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 업체는 할슈타트를 똑같이 흉내 내기 위해 인공 호수를 조성하고, 마을 입구의 교회와 시계탑, 나무들까지 그대로 복제했습니다. 이에 할슈타트 마을 측에서 “역사와 전통을 베낀 것에 법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나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세계관세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상품 교역량의 5∼7%가 위조 상품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국내에 돌아다니는 명품의 20%를 짝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암시장(Black Market) 전문조사 사이트 ‘하보스코프 닷컴’도 전 세계 짝퉁시장 규모가 매년 20~30%씩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추산합니다.

 국내 관세청이 올해 1분기 짝퉁제품을 단속한 결과 총 161개 브랜드 76만568점이 적발됐습니다. 전체 단속물량의 3분의 1이 유명 휴대전화 케이스나 인기 캐릭터 문구였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에 사용되는 외장메모리카드 위조상품도 등장했습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과거 가방·시계 등 고가 명품 위주로 제작 유통되던 짝퉁이 갈수록 다양화하는 추세”라고 분석합니다.

짝퉁 많은 비아그라 … 대리석 구멍에 숨기기도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경이 압수한 가짜 비아그라. [중앙포토]
요즘 짝퉁 시장의 대세는 단연 ‘짝퉁’ 비아그라(발기부전치료제)라고 합니다. 짝퉁 수량이 가장 많답니다.

 2010년 20만 정의 가짜 비아그라를 수입하던 업자가 관세청에 적발됐는데 이 업자가 밀수한 비아그라의 무게만 1t이 넘었다고 합니다. 1년간 모두 930만 정의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밀반입한 사건으로, 관세청 역사상 최대의 짝퉁 비아그라 밀수 사건이었습니다. 국내 ‘짝퉁’ 비아그라 시장은 ‘짝퉁’ 가방시장 못지않은 규모라고 합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밀수 규모는 1123억원으로 2007년의 62억원에 비하면 4년 만에 2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밀수한 가짜 비아그라는 의사의 처방을 거치지 않아도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부피가 작아 상대적으로 밀수가 쉽다는 점을 악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통 세관에서는 컨테이너 검색기를 돌리거나 조사관들이 무작위로 화물을 수색하는 방식으로 밀수품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비아그라의 경우 부피가 워낙 작아 단속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소파나 테이블의 밑을 벗겨내 테이프를 붙여 들여오는 수법을 쓰기도 하고, 수입하는 대리석에 구멍을 낸 뒤 그 안에 가짜 비아그라를 집어넣고 다시 입구를 막는 방식으로 한 번에 수만 정의 가짜 비아그라를 반입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환적화물 바꿔치기·커튼 치기 … 수법도 다양

짝퉁범죄의 가장 고전적인 수법은 중국에서 생산된 가짜 완제품을 밀수하는 방식입니다.

 대량 밀수에는 주로 환적화물을 실은 컨테이너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이 이용됩니다. 2010년 초부터 지난해 8월까지 29차례에 걸쳐 중국에서 샤넬·루이비통 명품 짝퉁 핸드백과 지갑 등 43만7760개를 밀수입한 일당이 지난해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정품가격으로 따지면 6566억원어치의 대형 밀수 사건이었습니다.

 이들 일당은 환적화물의 경우 세관의 단속이 느슨하다는 허점을 악용했습니다. 수출입 화물에 대한 감시의무가 있는 보세창고장 등과 짜고 중국에서 홍콩으로 양말을 수출하는 것처럼 속인 뒤 짝퉁을 실은 컨테이너를 부산항을 통해 밀반입했습니다. 이어 경남 양산의 한 보세창고에서 실제 양말을 적재한 컨테이너와 바꿔치기한 겁니다. 바꿔치기한 컨테이너 속 짝퉁 제품은 경기도 남양주시나 구리시의 창고로 옮긴 뒤 택배를 통해 전국의 도매상에게 유통시켰습니다.

 짝퉁을 컨테이너 안쪽에 숨긴 뒤 다른 상품들로 짝퉁을 둘러싸 위장하는 이른바 ‘커튼 치기’ 수법도 있습니다. 중국산 가짜 명품 가방을 악기케이스에 넣고 밀수입한 경우도 적발됐습니다.

 최근에는 항공물동량이 늘어나다 보니 컨테이너 바꿔치기 대신 공항 경유화물을 바꿔치기하는 신종 수법도 등장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세관을 거치기가 까다로워져 완제품 밀수가 어려워지고, 중국 내 인건비가 오르면서 원자재만 수입한 뒤 국내에서 짝퉁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짝퉁의 유통방식도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박모(43)씨는 경찰이나 세관에 꼬리가 잡힐 것을 우려해 추적이 어려운 대포폰으로만 주문을 받았고 물건은 퀵서비스로 보냈습니다. 또 제조한 가방 안쪽에 제품 고유번호를 새겨놓고 하자 발생 제품에 대해서는 수선을 해주는 등 ‘고객관리’까지 했지만 결국 구속됐습니다. 대놓고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짝퉁 발기부전치료제, 자칫하면 심장마비 올 수도

관세청이 짝퉁 검사를 할 때 컨테이너에 실린 물건 전체의 포장을 다 뜯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철저히 검사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적발한 위조상품 규모가 한 해 1조원대에 이른다고 하네요.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은 2009년 미 무역대표부(USTR) 지적재산권 우선 감시 대상국에서 벗어났습니다. 20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세계 관세기구(WCO)는 짝퉁시장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국제 범죄조직이나 테러조직이 활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마약제조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던 이들 조직이 새로운 시장인 짝퉁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관세청 등에서는 “짝퉁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범죄”라는 취지의 캠페인과 전시회 등도 열어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줄 계획입니다.

  짝퉁 상품의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는 성분이나 함량을 알 수가 없어 매우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중국산 가짜 비아그라의 경우 한 정에 10정 분의 약 성분이 들어가기도 한답니다. 이를 복용하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짝퉁 자동차 부품이나 화장품 같은 상품도 사용했을 때 자동차나 피부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관세청에서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전문가들이 아니면 가짜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며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최대한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이용하고, 가격이 너무 싸면 의심을 해보는 등 원론적인 방법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합니다.

환적화물(transhipment cargo, 換積貨物) 비행기를 탈 때 ‘환승’과 비슷한 개념으로 화물을 수송할 때 중간에 운송수단 및 방법을 변경해 수송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화물. 홍콩에서 A선박을 이용해 부산항에 잠시 입항한 뒤 최종 목적지인 하와이로 가기 위해 B선박으로 옮겨 싣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독자와 함께 만듭니다 뉴스클립은 시사뉴스를 바탕으로 만드는 지식 창고이자 상식 백과사전입니다. 뉴스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e-메일로 알려주십시오. 뉴스클립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 모아 두었습니다. www.joongang.co.kr 에서 뉴스클립을 누르세요.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