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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아의 여론 女論] 김성실, 조금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다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1930년 중외일보에는 3월 21일과 22일에 걸쳐 김성실(金誠實)이라는 한 이화여전 졸업생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제목은 ‘보지도 못하는 세상에서 영광스러운 여학사관’이었다. 이 기사는 시각장애인인 그녀가 이화여전 영문과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며 그녀가 학업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취재한 것이었다.

 그녀는 평안남도 강서 출신으로 5세 때 큰 병을 앓은 뒤 실명했다. 11살 때 미국 선교의사 로제타 홀이 세운 평양맹아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게 되면서 학문에 대한 열정을 품게 되었다. 로제타 홀은 한국 최초로 맹아학교를 만들고 뉴욕의 점자(點字)체계를 도용해 조선문 점자를 처음 개발·전파한 인물이다.

 로제타 홀처럼 의사가 되어 다른 장애인들을 돕고 싶었던 김성실은 이화여전을 다니는 동안 영어 교재를 제외한 대부분의 책이 점자로 출판되지 않아서 학업에 큰 지장을 겪어야 했다. 시험을 볼 때는 타이프라이터를 이용하지만 제대로 적혔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고 점자 교재가 없는 과목은 전적으로 선생님의 강의에 의존해야 했다. 결국 그녀는 이런 교육 기반의 한계 때문에 의사의 꿈을 접고 영문학을 전공해야 했다. 졸업 후 그녀는 통역 및 비서로서 로제타 홀을 보필했다.

 김성실이 잡지 ‘별건곤’의 ‘불구자의 인세관(人世觀)’(1932.1)이라는 특집기사에 기고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이 글에서 맹인들도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음을 역설하고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문명된 세계에서는 우리 같은 눈먼 사람을 위하여 신문이 있고 잡지가 있어서 부단히 이 세상의 형편을 뉴스로 알려줍니다. 끝으로 조선 사람에게는 이러한 시설이 있느냐, 없습니다(…) 우리는 이 사회의 찌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눈뜬 여러분은 좀 더 양심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오늘은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흰 지팡이의 의미를 알리고 시각장애인들의 권익신장을 도모하는 ‘흰 지팡이의 날’이다. 2011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등록 장애인 수는 251만7000명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인 20명 중 한 명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적지 않은 비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거리에서 장애인을 마주치는 경우가 드문 것은, 그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우리 사회에 장애인 편의·복지시설이 아직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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