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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재심의의 계절

양성희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
재심의의 계절인가? 여성가족부(여가부)에 의해 청소년유해매체 판정을 받았던 싸이의 ‘라잇 나우’와 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판매금지 조치를 받았던 프랑스 작가 사드의 소설 ‘소돔의 120일’이 각각 ‘19금’ ‘판금’ 딱지를 벗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망신살이 뻗쳤다.

 우선 ‘라잇 나우’다. 12일 여가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청보위)는 싸이의 ‘라잇 나우’ 등 총 300여 곡에 대해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취소했다. 여가부는 지난해 마련된 심의세칙에 따른 판정 번복이라고 밝혔지만 여론은 곱지 않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몰아갈 후속곡으로 지목되는 싸이 노래가 아니었더라면 과연?이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청보위의 유해매체물 판정을 둘러싼 논란은 역사가 오랜 것이다. 시대착오적이거나 자의적인 심의로 문화계와 대중의 반발을 사왔다. 2008년 비의 ‘레이니즘’, 동방신기의 ‘미로틱’ 유해물 판정 때에는 청보위 음반심의위원인 음악평론가 임진모씨가 “시대에 뒤떨어진 판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위원직을 사퇴했다.

 지난해에는 강한 종교 편향으로 유해물 판정을 남발하던 강인중 음반심의위원장이 비난 여론에 밀려 물러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를 ‘악마의 화신’으로 규정하고, 술·담배 등의 단어가 들어가는 모든 노래에 유해매체물 판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라잇 나우’도 ‘인생은 독한 술… 아주 생쇼를 하네’가 문제였다. 위원장 사퇴 이후 여가부는 “업계 자율심의 결과를 청보위 최종 판정에 적극 반영하고, 별도 공익기구로 음반 심의를 이행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아직도 별다른 성과는 없다.

 여가부는 지난해 진행된 청소년 유해음반 심의와 관련한 행정소송 4건에서 모두 패소했다. 그 외 셧다운제 문제 등이 겹쳐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여가부 안티카페가 생길 정도가 됐으니, 과연 ‘청소년 보호’라는 취지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간행물윤리위원회는 12일, 얼마 전 유해간행물 판정을 받아 국내 판매가 금지됐던 사드의 소설 ‘소돔의 120일’에 대해 ‘청소년 유해 간행물’ 결정을 내렸다. ‘19세 미만 구독불가’를 표기하고 비닐 포장하면 판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애초 판금 소식은 문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디즘’이라는 용어를 낳은 세계적 고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최근 연이은 끔찍한 성범죄와 관련해 경직된 사회 분위기만 의식한 탓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당시 판금 소식은 프랑스 ‘리베라시옹’ 등에 보도되기도 했다. 헌법에 보장된 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판금 결정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렵사리 판정을 번복하기 전에 애초에 보다 신중히 잘할 수는 없는지, 언제까지 규제만능의 몽둥이만 휘두를 태세인지 싸이식으로 한마디 하고 싶지만 참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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