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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나는 기술관료 … 중 ‘파워 엘리트’ 물갈이

중국 3세대 엘리트의 대표주자인 장쩌민(江澤民·86) 전 국가주석은 신중국 성립(1949년) 전인 47년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 전기기계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상하이의 식품·비누 공장 등의 책임자로 사회 경력을 시작했다. 소련 모스크바의 자동차공장에서 1년 연수를 받기도 했다. 4세대 기수인 후진타오(胡錦濤·70) 국가주석은 베이징 칭화(淸華)대 수리(水利)공정과를 졸업해 간수(甘肅)성의 수력발전소 노동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처럼 중국의 3, 4세대 엘리트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이공계 학문을 전공해 공업 계통에서 경력을 쌓은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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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다음달 중국 공산당의 18기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 이후 들어설 5세대 지도부는 이전 세대와 다른 새로운 성격의 엘리트 집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장환(중국지역학) 한신대 교수가 현 17대 체제의 5세대 엘리트들의 특성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83.7%가 법학·경제학 등 인문사회계열 학문을 전공했다. 또 53.4%는 공산당에 입당한 후 지방 정부나 당 중앙, 국무원의 초급 간부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같은 군중조직 간부로 사회 경력을 시작했다.

 주 교수는 49~59년생을 5세대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당 중앙위원회 직속기구의 부주임급 이상, 국무원 부부장급 이상, 성급 행정단위 부성장급 이상, 군구(軍區) 부책임자 이상과 전국 규모 군중조직 부책임자 이상에 해당하는 472명을 엘리트의 범주에 넣었다. 이들 가운데 기술관료는 15.3%에 불과한 반면, 당·정·군중조직 출신의 일반관료는 52.5%를 차지했다. 3세대(42.8 대 14.5)와 4세대(41.9 대 28)의 기술관료 우위가 5세대에서 역전된 것이다.

 차기 최고지도부를 구성할 5세대 정치인들의 이력도 다르지 않다. 차기 국가주석으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59) 국가부주석은 칭화대 공정화학과를 졸업했지만 나중에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무원 부총리 비서,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 서기로 경력을 시작했다. 리커창(李克强·57) 상무부총리는 베이징대 법학과를 나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청단 서기 출신이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왕치산(王岐山·64) 부총리, 법학박사인 리위안차오(李源潮·62) 당 중앙조직부장 등 차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유력한 인사 대부분이 인문사회계열 전공으로 당·정·군중조직에서 경력을 쌓았다.

 테크노크라트는 소련을 비롯한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의 주요 엘리트 유형이었다. 기술자 출신 관료를 앞세운 중공업 우선 정책을 통해 직업적 일반관료(뷰로크라트)들이 장악한 자본주의 국가들에 맞섰다.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 등 1세대, 덩샤오핑(鄧小平) 등 2세대 때는 직업 혁명가들이 국가를 이끌었지만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 실시한 80년대 이후 기술관료들로 엘리트 세력이 교체됐다. 그러다 5세대에 이르러 일반관료가 새로운 주류 엘리트로 등장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주 교수는 “기본적으로 기술관료의 임무였던 국가 기반 건설이 중국에서 사실상 완성됐다. 이젠 개혁·개방 정책이 낳은 부작용들을 치유해야 하는데 여기엔 인문사회적 학문 배경을 가진 일반관료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소련 등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은 이 같은 엘리트 교체를 경험하지 못한 채 체제 붕괴를 맞았다.

 3, 4세대 엘리트는 덩샤오핑 등 당 원로들이 제시한 정책 방향에 순응하고 이데올로기 투쟁을 지양하는 조정과 관리의 리더십을 보였다. 5세대에선 자신의 정치 철학과 정책을 뚜렷이 가지고 성장과 분배와 관련해 노선 경쟁을 활발히 벌이는 문제제기자·정치가로서 역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중국의 발전방향을 두고 보시라이(薄熙來·63)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충칭모델과 왕양(王洋·57) 광둥(廣東)성 서기의 광둥모델 간 경쟁이 대표적 사례였다. 5세대의 이런 성향엔 서구적 학풍의 영향도 있다. 3세대 엘리트의 절반 이상이 소련에서 유학한 반면, 5세대는 대부분이 미국 유학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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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