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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쟁 책임 묻는 연극 한국 땅에서 만들고 싶다”

“일본 천황의 전쟁 책임을 묻는 연극을 한국땅에서 올리고 싶다.”

 발언은 거침 없었다. 쿠리야마 타미야(59·사진). 일본을 대표하는 연극 연출가다. 2000년부터 8년간 일본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그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연극을 올린다. 국립극단 해외 명연출가 초청 공연의 일환이다. 작품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연극 얘기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인터뷰는 한·일 양국의 현재 풍경까지 옮겨갔다. 2000년대 초반 ‘도쿄 재판’ 3부작을 올려 일본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연출가답게, 현실 참여에 대한 인식이 뚜렷했다. 

 -왜 ‘밤으로의 긴 여로’인가.

 “이번 연극은 일본인인 내가 연출하고 한국 배우가 공연한다. 한국과 일본 연극 중에 저울질하다 차라리 제3국의 고전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밤으로의 긴 여로’는 가족이란 형식으로 묶여 있지만 파편화된 인간 내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소외된 가족 관계는 현대 사회로 올수록 더욱 심화되지 않는가. 호소력이 강할 것으로 기대한다.”

 -당신 작품으론 ‘도쿄 재판’ 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에 취임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독일과 이탈리아는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엄중히 물었지만, 일본은 미약했다. 그 얘길 하고 싶었다. 가상의 특정 공간을 통해 ‘전쟁의 책임은 천황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2년전 타계한 원로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가 썼기에 가능했다.”

 -관이 주도해 정치적으로 예민한 연극을 올린다는 건, 위험한 발상 아닌가.

 “직설화법을 쓰지 않았다. 은유와 풍자를 통해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극우적 성향의 일부 인사를 빼곤, 대부분 일본인은 전쟁을 일으킨 책임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극은 현실에서 도망가지 말고, 직면해야 한다고 난 믿는다.”

 - 현재 한·일 양국의 현안인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독도는 영토 분쟁이다. 그에 대한 지식이 내겐 없다. 별달리 할말이 없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는 다르다. 분명히 일본의 책임이다. 역사적 사실이다. 그걸 회피해선 안된다. 잘못된 역사를 털고 가야 진보가 가능하다. 전쟁이 끝난 뒤 과연 일본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난 지금도 묻고 싶다. 그런 작품을 한국에서 올린다면 어떤 반응이 올지 무척 궁금하다.”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19일∼11월 11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이호재·예수정 등 출연. 2만원∼5만원. 1688-5966.

◆도쿄 재판 3부작=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일본 신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음악극 시리즈. 흐지부지하게 끝난 도쿄 전범 재판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반성이 테마다. 2차 대전의 책임이 천황에게 있음을 피력해 논란을 일으켰다. 무거운 소재를 위트있는 대사 속에 녹여내 흥행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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