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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재해 재보험기금 바닥난다

농어업 재해에 대비해 쌓아둔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 2600억원이 바닥나게 됐다. 올해 폭염과 태풍이 겹치면서 재해보험 제도의 최종 방어막이 단번에 무너진 것이다. 보험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농어업 재해보험의 손해율이 250%를 넘을 것으로 14일 추정했다.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5500억원이 넘는다. 재해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NH농협 손해보험과 수협에 농어민이 낸 보험료는 사업비를 빼면 1984억원에 불과하다. 3500억원 이상이 부족한데 이는 민간 재보험사가 보장하는 범위도 넘어선다. 재해보험은 손해율 180% 초과분에 대해선 정부가 보험금을 주도록 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재보험 용도로 배정한 기금 예산은 80억원”이라며 “손해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의 운용자산 전액(2543억원)을 보험금 지급 용도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한 번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당장은 납세자 부담이 늘어났고, 앞으로는 농어민과 보험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재해보험으로 인해 NH농협 손보가 올해 2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 구조로는 어떤 보험사도 사업을 지속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사 수익성이 떨어지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올해 미국 가뭄에 따른 손해가 커지면서 해외 재보험사의 재보험 인수 심사가 부쩍 깐깐해졌다. 이렇게 되면 정부 부담은 더 늘어난다. 농어업재해보험은 정부가 보험료의 절반을 댄다. 민간 재보험사는 정부 부담(손해율 180% 초과)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태풍 몇 번에 재해보험이 만신창이가 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재해보험 손해율은 큰 태풍이 없었던 2009~2011년 3년간 계속 100%를 넘었다. 서상택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기후 변화가 본격화됐는데도 재해 보험의 중요성에 대한 농어업계의 인식이 낮고, 보험 상품 구조도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보험 가입률도 피해 급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과는 보험 가입률이 86.8%에 달하지만 밤은 0.26%다. 감귤은 보험이 시작된 지 11년이 됐지만 가입률이 1.2%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평균 가입률은 농작물이 40%, 가축이 55%, 수산물이 33%다. 농가 참여가 적으면 위험 분산 효과가 낮아져 보험료 부담은 늘고, 정부 기금 부담은 증가한다. 최경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해보험에선 보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며 “품종과 지역 여건에 따라 보험 상품을 다양화해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자동차 보험처럼 재해보험을 의무화하고, 보험 가입 여부를 정부의 농업 지원책과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도 나타나고 있다. 보험금 지급의 전제인 손해 평가는 재해가 난 지역의 농협 직원이 한다. 또 일부에선 상습 재해 과수원만 보험에 든다. 농촌경제연구원 조사(2010년)에 따르면 일부 과수원만 보험에 든 농가의 12%가 “상습 피해가 있는 곳만 보험에 들었다”고 답했다. 최 연구위원은 “재해보험의 손해 평가가 온정적으로 흐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보험료 인상도 필요한데 정부든 농협이든 농민이든 누구도 보험료 문제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연말까지 재해보험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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