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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구체적 증세방안으로 심판받으라

사흘 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경제민주화위원회 이정우 위원장이 ‘보편적 증세’ 얘기를 꺼냈다.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보편적 증세가 솔직하고 옳은 방향”이라며 “모든 후보가 증세를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증세 얘기를 솔직하게 꺼낼 때가 됐다.



 그동안 여야와 안철수 후보 모두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복지 공약만 언급했을 뿐 세금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여야는 “서민과 중산층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세금 인상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여야는 복지공약을 이행하는데 연간 15조원(새누리당)~33조원(민주통합당)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정지출 구조를 바꾸고, 조세 감면 등 각종 공제제도를 없애며,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나온 게 지난 연말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는 것이었다. 3억원 이상인 경우 세율을 38%로 올렸지만 기껏 확보할 세수가 8000억원이 채 안 되는 걸로 추산됐다. 이걸로는 여야의 복지 공약 이행에 어림도 없다.



 게다가 양당이 내건 공약대로 해도 실제 복지 지출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추계가 속속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양당의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연간 54조원이, 한국경제연구원은 연간 54조원(새누리당)~128조원(민주통합당)이 들어간다고 전망할 정도다. 이만한 복지를 충당하려면 보편적 증세 말고는 해법이 없는데도 대선 후보들은 세금 논쟁을 극구 기피해 왔다.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위원장이 올바른 문제 제기를 했다고 보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차제에 대선 주자들의 논쟁이 복지에서 세금으로 옮겨가야 한다. 어떤 계층에서 얼마만큼의 세금을 더 거둘지, 구체적이고 정교한 ‘보편적 증세 방안’을 내놓길 기대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복지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빈약한 건 그만큼 세금부담이 낮기 때문이다(그래픽 참조). 또 부자 증세만으로는 막대한 복지 재원을 조달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세금에 관한 한 우리는 이미 ‘2대 8’의 사회다. 상위 20%가 내는 세금이 전체 근로소득세의 95%를 차지한다. 부자 증세와 더불어 세금을 내지 않는 40%의 면세층 비율을 어느 정도로 낮추고, 세금 비중이 5% 정도밖에 안 되는 40%의 중간소득자층의 세율을 얼마나 올릴지, 그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복지를 확대하자면서 증세를 얘기하지 않는 건 국민을 호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복지를 지향하는 스웨덴 복지모델 역시 하루아침에 떨어진 게 아니다. 더 나은 복지를 위해 지갑을 기꺼이 열겠다는 스웨덴 국민들이 있었고, 정치지도자들의 솔직한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대선 후보들도 증세 논쟁을 통해 복지를 위한 국민의 고통 분담을 호소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리더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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