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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바이오 클러스터, 그 중심에 서다

대학병원이 변신하고 있다. 진료중심에서 연구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학병원은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최고의 두뇌집단이다. 이들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에 비견되는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의료선진국은 탄탄한 기초의학을 바탕으로 신약, 진단·치료장비, 의료기자재 등 연구결과물로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 결실은 의료발전을 견인할 뿐 아니라 인류 건강에도 기여한다. 정부도 미래 성장동력산업 중 하나로 연구중심병원을 꼽았다. 올해 자격요건을 갖춘 연구중심병원을 선정하고, 재정 지원을 할 계획도 세웠다. 여기에는 의료 한류를 이끌어내 세계 병원과 경쟁해야 하는 절박함이 묻어있다. 중앙일보는 연구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일류병원으로 달려가는 국내 주요 대학병원의 현황과 청사진을 소개한다. 또 전국 주요 대학병원의 교수(19곳 136명)들을 대상으로 ‘대학병원 연구경쟁력’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MD앤더슨·클리블랜드 클리닉·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등 진료와 연구 두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는 세계 유수 의료기관의 성공요인도 담았다. [편집자 주]



서울아산병원
세계적 연구기관·기업 한자리에 생명과학연구원 개원 1주년 맞아
신약·의료기기·치료기법 연구 메카 영상중재시술 로봇 등 개발 박차

지식경제부 중재시술로봇 개발사업 주관 기관으로 선정된 서울아산병원의 의료진들이 현대중공업 등 국내 최고의 산·학·연 기관과 함께 환자에게 가장 최적화된 첨단 의료로봇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미국 최고의 암 전문병원인 MD앤더슨 암센터. 일반인에겐 암 치료를 잘하고, 부호들이 많이 찾는 병원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의·생명과학자들에겐 의미가 다르다. 최고 수준의 임상진료와 이를 뒷받침하는 첨단 연구가 함께 어우러진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병원이어서다.



 대한민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미국 유수의 연구중심병원을 모델로 빠르게 성장하며 날개를 다는 병원이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그곳이다. 하루 외래 진료 환자 1만 1천여 명, 연간 5만9천여 건의 고난도 수술을 하는 임상 노하우를 바이오 연구에 접목시켜 첨단치료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



서울아산병원 동쪽에는 본관에 버금가는 큰 신축 건물이 있다. 총 면적 7만3151㎡(2만2128평)에 지하 4층, 지상 16층 2개 건물로 지어진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이다. 넓은 공간과 최첨단 시설이 들어선 이곳에는 세계 최고의 의·생명과학 연구기관이 입주해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의 다나파버 암연구소·파스퇴르연구소·한국과학기술연구원·한국생명공학연구원·현대중공업·디엔에이링크 등 국내와 해외에서 내로라하는 연구기관과 바이오 기업들이다. 국내외 의과학분야 석학을 비롯한 1300여 명의 연구원들이 이곳 기관·기업에서 각자 최첨단 신약과 의료기기, 진단과 치료기법 등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인 의·과학 연구기관들이 왜 한자리에 모였을까. 최은경 연구기획관리실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의·생명공학 분야의 연구를 하는데 최적의 공간이 바로 병원이다. 연구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암 세포를 바로 공급받을 수 있다던지 고가의 각종 영상 진단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등의 수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2년 동안 환자 진료와 고난도 수술로 한국 최고의 임상 노하우를 축적한 의료기관이다. 때문에 많은 연구기관이 주저하지 않고 서울아산병원 연구센터에 입주했다는 게 최 실장의 설명이다.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은 “아산생명과학연구원에서는 신약·신의료기기 연구의 시작점인 기초연구(실험실 연구)에서부터 이를 제품으로 개발하는 중개연구, 이를 상용화하는 검증단계인 임상연구 시스템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며 “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진료와 고난도 수술을 진행하며, 연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서울아산병원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암 연구소와 맞춤의학 시스템 개발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은 개인 유전자를 분석하는 한국형 암 맞춤의학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작년엔 세계 최고의 유전자 분석 기술력을 가진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 연구소와 협약을 맺었다. 이곳에서 기술을 이전받는 ‘온코맵(Oncomap)’은 암 환자의 DNA를 분석해 암세포의 특성을 파악하고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맞춤의학 시스템이다. 가장 적절한 항암제를 선택해 치료의 정확도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며, 치료기간도 단축한다. 표적항암제 사용 유무도 알 수 있다. 최은경 실장은 “다나파버 암센터의 유전체 분석 기술과 서울아산병원의 특화된 임상시료·중개연구기술을 접목해 빠른 시간 내에 한국형 온코맵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 2월에는 세계적인 임상시험 수탁 기관인 파렉셀과 아시아 최초 1상 임상시험 협약을 체결했다.



김청수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은 “다수의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이 파렉셀을 통해 임상시험을 의뢰한다. 파렉셀과 협약을 맺음으로써 이제 글로벌 임상의 많은 부분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 진행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수 연구원장은 “1상 임상시험은 임상연구의 첫 관문이자 2상과 3상시험을 준비하는 중요한 단계다. 때문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과 자원이 필요하다. 우리 병원의 연구 역량과 시스템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재시술 로봇 개발 등 대규모 국책과제 수행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연구능력을 인정받았다. 2006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혁신형 암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돼 10년간 400억 원이 넘는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항암 신약 및 치료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하는 연구 프로젝트다. 이미 2개의 항암 신약후보물질과 3개의 분자영상표지자(영상에서 보이는 분자 단위의 암세포 표지자)에 대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국내 및 해외특허 88건, 4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2010년에는 항암선도기술지원센터에 선정됐다. 국내에서 개발중인 신약 항암제와 암 치료관련 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올 6월에는 줄기세포·재생의료 연구분야에 선정돼 호흡기계, 내분비·영양 및 대사, 신경계, 순환기계 등 4가지 분야의 중개연구를 실행한다.



 미래 유망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첨단의료로봇 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부작용과 시술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환자에게 가장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한다. 올 6월 5년간 총 100억 원이 투입되는 중재시술로봇 개발사업단 주관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 등 10여 개의 산학연 기관이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에선 환자의 방사선 노출을 크게 줄이며, 간·폐·신장·림프절 내 1㎝급 작은 병소까지 치료 가능한 ‘바늘 삽입형’ 영상중재시술 로봇을 개발한다. 국산 의료기기의 개발부터 임상·제품화 단계까지 총괄 지휘하는 ‘핵심의료기기제품화 기술개발 사업’ 추진병원으로도 선정됐다.



 이외에 뇌졸중·치매 등 신경계질환에 대한 뇌신경 연구와 비만·당뇨병·동맥경화증의 발병기전을 규명하는 대사질환 연구, 분자영상 및 유전체 연구 또한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여러 대학·병원들이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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