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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명 몰렸던 미륵도엔 매물 전단만 …

조선업체 신아sb의 경남 통영 조선소에서 마지막으로 수주한 배(사진 뒤쪽) 마무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앞쪽은 원래 통영 일대 조선소에 부품을 공급하던 업체가 있던 자리이나 경영난에 문을 닫고 철제 작업대만 남아 있는 상태다. [통영=한은화 기자]
경남 통영시 도남동 미륵도는 2010년엔 세 곳의 조선소, 신아sb·삼호조선·21세기조선 직원들이 치르는 점심 전쟁으로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세 곳 합쳐 직원 수가 1만여 명에 달하다 보니 음식점 앞마다 긴 줄이 늘어서곤 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찾은 이곳은 사람 구경조차 어려웠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매물로 나와서다.



남해안 조선벨트가 무너진다
조선업체 세 곳 몰락하며 휘청이는 통영



또 미륵도의 공인중개사무소 8곳 유리창마다엔 원룸·아파트 매물이 쓰인 A4 용지가 가득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10년째 수퍼를 운영하고 있는 강혜경(48)씨는 “조선소가 잘될 때는 초등학교에 한 학년당 6~7개 반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3개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통영 경제를 든든하게 받쳐주던 조선소 세 곳이 최근 줄도산 위기에 놓이면서 지역 경제도 함께 침몰하고 있다. 세 조선소 중 삼호조선은 올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파산했고, 21세기조선은 곧 폐업할 예정이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신아sb의 미래도 밝지 않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이후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신아sb는 조선소 출입구부터 고요했다. 조선소에서 9년째 근무하고 있는 송동철(33) 설계 엔지니어는 “원래 직원들이 작업 소음 때문에 조선소 안에선 귀마개를 필수품처럼 끼고 다녔지만 작업할 배가 줄어들어 벗은 지 오래다”고 말했다. 신아sb는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기존에 수주한 100여 척의 배 중 70여 척의 발주가 취소됐다.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인 5만t급 탱커 두 척이 완성되면 더 이상 만들 배가 없다. 이에 따라 조선소 내 각종 선박 블록과 선박에 들어갈 부품으로 가득 차 있었던 조립장, 페인트칠을 하는 도장장 등 대다수의 작업장이 비어 있다. 조립한 블록을 나르는 크레인과 각종 수송차들도 멈춰 선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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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가 쪽 작업장엔 선박 블록을 용접해 선체를 만드는 건조시설인 도크가 4개 있다. 이 중 두 곳에서만 탱커 두 척(5만t급)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나머지는 비어 있다. 송 엔지니어는 “이 배 두 척이 올해 말 완성되면 도크가 텅 비게 되고 조선소가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도크 옆엔 완성됐지만 선주사들이 찾아가지 않은 배 7척이 정박해 있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신아sb지회 박기정 사무장은 “선주사들이 완성된 배를 찾아가지 않고 버티다, 계약이 취소되면 이를 싼값에 다시 사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계약포기로 이미 지급한 선수금을 떼이더라도, 경기 불황 탓에 그사이 배 가격이 폭락하면 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중소 조선소마다 이런 ‘눈물의 리세일’은 흔한 일이 됐다. 실제로 신아sb도 2008년 탱커(5만t급)를 발주한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선주사가 계약을 취소했다 다시 사 가기도 했다. 발주 당시의 가격은 6200만 달러였지만, 리세일할 때 가격은 그 절반(약 3200만 달러) 수준이었다. 박 사무장은 “선주사가 인도를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완성된 배는 녹슬게 되고, 이를 위한 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 가뜩이나 신규 수주가 끊긴 조선소만 골병들게 되는 구조”라고 한탄했다.



 그나마 신아sb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해안가를 따라 나란히 위치한 21세기조선은 5일 우크라이나 선주사에 마지막으로 건조한 배(3만4000t급 벌크선)를 인도했다. 이 조선소는 조만간 문을 닫는다. 채권단이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워크아웃을 조기 종료하면서 폐업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삼호조선은 입구부터 봉쇄되어 있고, 인기척조차 없었다. 올 2월 모기업인 삼호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파산했다. 이 조선소의 도크엔 만들다 만 배가 폐선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상황이 이렇자, 통영시 시민단체 45곳이 합세해 올 1월 신아sb 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조일청 위원장은 “신아sb마저 잘못되면 통영 경제가 흔들린다는 공감에 진보·보수 단체를 막론하고 대다수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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