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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싸이 앞엔 원칙도 없나

기선민
중앙SUNDAY 기자
가수 싸이가 ‘금의환향’해 서울광장 무대를 달군 후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한 예술 전공 대학원생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검찰 등에 제소하겠다고 나섰다. 이유인즉 서울시가 싸이 공연을 갑자기 하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원래 서울광장에서 공연하기로 돼 있던 하이서울페스티벌 일부 참가자들이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이 페스티벌은 ‘문화도시 서울’을 알리겠다는 대형 문화행사다.



 하루 만에 이 대학원생이 입장을 철회하는 바람에 소동으로 끝났지만, 문제제기 자체가 일리 없는 건 아니다. 싸이 공연은 절차상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이 공연은 서울시와 사전 협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됐다. 싸이가 2일 잠실 콘서트에서 “빌보드 싱글차트 결과에 상관 없이 10월 4일 서울광장에서 노래하겠다”고 밝힌 게 발단이었다. 다음 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트위터에 “10월 4일 밤 10시4분에 서울스타일을 세계에 보여주자”고 하면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무료공연을 위해 시 예산 4억원이 투입됐고 교통통제 조치가 취해졌다. 당일 잡혀 있던 페스티벌 공연은 날짜를 옮겨야 했다. 서울시로선 이틀 만에 빛의 속도만큼 발빠른 행정능력을 보여줬다고 자평했을지 몰라도 석 달간 공연을 준비해온 다른 행사 관계자들에겐 원칙 없는 행정편의주의나 횡포처럼 느껴졌을 일이다.



 서울시가 싸이 공연을 부랴부랴 ‘유치’한 이유가 홍보 효과 때문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싸이가 차린 한류의 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보려는 편승 심리가 작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전세계에 유튜브로 생중계됐으니 도시마케팅 효과는 높았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서울시 주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굳이 서울광장을 내줬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싸이가 서울광장을 원했더라도 날짜나 장소를 조율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우왕좌왕하는 관(官)의 사례는 이뿐 아니다. 요새 보기 딱할 정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여성가족부도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는 12일 싸이의 5집 앨범 수록곡 ‘라잇 나우(Right Now)’에 내렸던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에 대한 재심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판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라잇 나우’가 ‘강남스타일’ 후속곡으로 유튜브에서 뜨는데 ‘19금(禁)’ 판정 탓에 조회수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판정이 뒤집힌다면 여성가족부는 2년 전 판정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한다는 얘기인가. 판정 당시에도 유해매체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명확한 기준 없이 또 뒤집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제스타’ 싸이의 행보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정이란 욕을 먹지 않기 위해 번복하는 걸로만 보인다. 서울시나 여성가족부에선 문화콘텐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나 안목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싸이가 대세라니까, 정부 차원에서 한류를 강조하니까 당장의 이익을 위해, 혹은 여론에 밀려 뭔가를 결정하는 관의 태도는 이제 좀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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