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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 무소속 대통령?

고정애
정치국제부문 차장
이번엔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말이 옳다. 근래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를 두고 “현대 정치는 대의제 민주주의로 그 핵심은 정당이다. 무소속 대통령이 300명의 국회의원을 일일이 만나고 설득해 국정을 운영한다는 건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이라고 한 발언 말이다.



 이 대표는 국회와 행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이다. 김대중 대통령 때 ‘이해찬 세대’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교육부 장관으로서 몰아붙이기 개혁을 했었고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총리가 나보다 더 똑똑하다” “그와 천생연분이고 나는 참 행복한 대통령”이란 상찬을 들으며 국무총리를 지냈다. 여당 정책위의장도 여러 번 했다. 그로선 경험칙인 거다.



 안철수 후보는 이에 대해 “(무소속으로 대통령직을 수행) 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 안 후보의 대변인도 “정치개혁과 정권교체,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변화에 뜻이 있는 분들이 기존 정치권에 계신다. 뜻을 모으면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건지 설명이 없다. 그저 “할 수 있다”고만 했다. “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혹은 그런 자신감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대통령이 뜻을 모으자고 역설한다고 뜻이 모아지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엔 가능했을 거다. 이제는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이미지는 남아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청와대에 며칠만 근무해 보면 알 수 있다”(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때다. 미래엔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의 일이다.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하도 안 돼 답답해 1988년부터 2006년까지 3131건의 입법 사례를 조사했다고 한다. 대안이 마련돼 시행에 들어가기까지 평균 35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쟁점 법안의 경우 아예 국회 관문을 못 넘을 때도 있었다. 청와대의 정치력 부족 때문이냐고?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펄쩍 뛴다. 그는 “예전처럼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돌리거나 국정원이나 검찰 동원해 위협하고 이런저런 민원 처리해주거나 특혜를 나눠주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탓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외 할 만한 일은 했다”고 했다(『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도 예전만 못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소명할 기회를 갖길 바랐다. 청와대 참모들이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대한민국은 헌법이 정해놓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집권여당이 마음대로 끌어가는 내각제 국가가 아니다. 더구나 이건 대통령의 인사권에 관한 문제“라고까지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꿈쩍하지 않았다.



 사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건 국회, 특히 여당과의 거리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정 분리가 집권당을 국정 운영에서 소외시켜,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추진력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한다. 안 후보의 무소속 대통령 주장은 당정 분리 차원에서 더 나아간 개념이다. 아예 집권당을 두지 않겠다는 거니까 말이다. 여당을 설득하는 데도 진을 빼는데 여야를 동시에 설득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정무 능력으로 가능한 얘기인가. “말은 무성하고 실천하지 않는 정치가 안 된다는 국민의 결심”이 그를 대통령 후보로 세웠는지 모르겠지만 그 역시 자칫 말뿐인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안 후보의 이 같은 입장이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싫어하는 이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여긴다. 선거 전략이란 거다. 실제론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무소속으로 당선되고 나중 정당을 택하는 모양새를 택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그런 경우라면 안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솔직하지 않은 거다. 만일 진실로 안 후보가 무소속 대통령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순진한 ‘백면서생(白面書生)’인 거다. 하기야 청와대 임명직이 얼마나 되느냐보다 청와대가 여하히 인재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쓰느냐가 관건인데도 10분의 1만 인사하겠다고 한 그가 아닌가. 어느 쪽이든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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