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 때 시원찮던 영어 실력
지문 통째로 외워 3주 만에 1등급

‘하면 된다’ 자신감이 공부 원동력
고2 초반, 윤씨 인생에 전환점이 될 뻔한 일이 생겼다. 가족 모두 캐나다 이민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소식에 가장 기뻤던 사람은 윤씨였다. 고2가 돼 이과를 선택했더니 과학을 4과목이나 공부해야 했고, 점점 어려워지는 수학 과목 때문에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이민을 가면 내신 관리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는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어요.” 자연히 학교 공부는 뒷전이 됐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1년을 보냈다. 유일한 공부는 이민을 갔을 때 필요한 영어뿐이었다.
하지만 꿈꿨던 신세계는 쉽게 들어설 수 없었다. 이민 절차가 늦어져 출국이 6개월 이후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 수험생 생활이 목전에 다다랐다. 더 늦기 전에 선택이 필요했다. 고3 여름방학에 이민을 가 또래 한국 친구들보다 2년 늦게 대학에 진학할 것인지, 그냥 한국에서 대학을 갈지 선택해야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한국에 머물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연세대를 목표로 정했다. 문제는 그동안 손을 놓았던 학교 공부였다. 휴대전화에 붙여둔 연세대 마크를 수시로 매만지며 ‘1년이면 되겠지’ 생각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죠. 하지만 이 자신감이 수능 때까지 저를 버티게 해준 힘이 됐어요.”
목표 학교인 연세대 캠퍼스 거닐며 슬럼프 극복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니 깜깜했다. 수학은 고등학교 진학 전 배운 행렬만 어렴풋이 기억났다. 할 수 없이 쉬운 개념교재를 골라 공식의 의미와 용어의 정의부터 짚어 나갔다. 개념이 어느 정도 됐다 싶어 연도별 기출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고3 7월이 돼서야 수1·수2·적분과 통계·기하와 벡터까지 진도를 마칠 수 있었다. 여름방학에는 기출문제 중 4점짜리 문제만 골라 반복해 풀었다.
과탐은 아예 공부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문제집을 구입해 풀었다. 문제를 많이 풀면 개념이 저절로 익혀질 것이라 믿었지만 아니었다. 모의고사를 풀면 내용은 대충 알 것 같은데 손을 댈 수 없었던 것이다. 3학년 1학기 동안 윤씨는 과탐 개념 공부에 매달렸다. 교과서와 교재를 모두 외울 수 있는 수준까지 공부했다.
12월에 공부를 시작한 후 4월 모의고사 언·수·외 영역에서 2·1·2등급이 나왔다. 기쁨도 잠시, 5월 슬럼프를 겪은 후 9월 모의고사에서 모두 3등급대로 떨어졌다. 10월에는 각각 1·4·3등급이 나왔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자 포기하고 싶어졌다. 윤씨는 연세대로 달려갔다. ‘20일만 참으면 이 캠퍼스를 활보할 수 있다. 그래, 남은 20일 동안 성적이 얼마나 오르는지 보자.’ 그는 그곳에서 마지막 승부를 띄웠다.

수능 한 달 전부터 15시간씩 기출문제 반복 풀이
수능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3주. 윤씨는 전국 수험생들 중 가장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순수하게 자기 공부한 시간을 스톱워치로 쟀더니 하루 15~16시간에 달했다.
20일 동안 언어 영역 공부는 그동안 풀었던 기출문제를 다시 보며 주제 찾는 연습을 했다. 지문을 읽은 후 핵심이 되는 문단을 찾아 그 옆에 주제를 썼다. 같은 문제를 3~4번씩 풀었더니 주제 파악 능력이 생겼다. “문항을 먼저 보고 지문을 읽으면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둬 읽어야 하는지 감이 생겨요.” 수리 영역은 심화문제집 1권과 기출문제 오답노트를 반복해 풀었다. 그 결과 수능시험에서 아쉽게 한 문제 차이로 2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영어는 EBS 문제만 풀어서는 3등급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EBS 정리 인강을 들으며 출제 가능성이 높은 지문의 내용과 주요 영어 표현을 통째로 외웠다. 지문과 씨름할 시간이 없어 지문과 해설지를 같이 펴 놓고 외어 나갔다. 내용을 통째 외웠더니 시험을 볼 때 지문의 1~2줄만 읽어도 내용을 알 수 있었다. 50문제를 25분 만에 풀 수 있었다. “‘하면 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수능 한 달 전이라도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어요. 제가 그랬잖아요.” 많은 사람이 흘려듣는 이 말이 진실이란 것을 윤씨는 경험을 통해 믿게 됐다.
글= 박정현 기자
사진= 황정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