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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명 중 250등, 수술 헤매던 의사 … 노벨상, 꼴찌의 반란



체세포로부터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만든 공로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게 된 존 거던(79)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50) 교토대 iPS세포 연구소장. 의학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두 ‘천재 과학자’지만 그들의 인생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영국과 일본 언론들은 두 사람이 “수많은 실패에 좌절했고, 좌절이야말로 성공의 아버지임을 보여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생리의학상 수상자들 인생 역전



 거던 교수는 일반인 시각에선 비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아이였다. 8세 때 지능지수(IQ) 검사에서 형편없이 낮은 점수가 나왔다. 거던 교수는 “오렌지를 그리라는 문제에 동그란 과일을 그린 남들과 달리 줄기에 매달린 모습을 그렸다. 그런 게 문제가 됐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튼스쿨에 진학해서도 과학 지진아였다. 16세 때 그의 생물과목 성적표는 250명 중 250등이었다. 당시 생물교사는 거던의 성적표에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나 지금의 성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ridiculous).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 모두에게 시간 낭비”라고 평가했다. 별수 없이 거던은 고전문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동물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10여 년 만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옥스퍼드대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던 1962년 사상 최초로 개구리 복제에 성공해 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이다. 이는 체세포를 이용한 iPS세포 연구의 초석이 됐다.



  여든을 앞둔 거던 교수는 아직도 매일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에 출근해 풀타임으로 근무한다. 그는 63년 전에 받은 성적표를 끼워놓은 액자를 책상에 세워두고 “실험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이 성적표를 들여다보면서 과학에 재능이 없다던 선생님의 말이 옳았음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한때 자신을 절망하게 했던 말이 성장의 버팀목이 되어주었음을 고백한 셈이다.



 야마나카 소장도 자신의 연구자 인생을 “실패만 겹쳐 20여 년 동안 계속 울고만 싶어지는 좌절의 연속”이었다고 자평했다. 고베(神戶)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립 오사카(大阪)병원의 정형외과 레지던트 의사로 있을 때는 수술을 잘 못해 선배들로부터 ‘자마나카’로 불렸다. ‘야마나카’란 성에 일본어로 방해자·걸림돌을 뜻하는 ‘자마(邪魔)’를 섞어 만든 것이다. 실제 그는 10분가량이면 끝나는 간단한 양성종양 적출수술에 1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결국 정형외과 의사 되기를 포기한 그는 연구자로 방향을 틀었다. 중증 류머티즘·척수손상 등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고민하는 정형외과 환자를 보면서 늘 들던 생각이기도 했다. 바로 오사카시립대 대학원에 진학해 약리학을 배운 그는 9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그래드스턴 연구소로 유학을 떠났다. 그가 iPS세포 연구에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이때였다. 하지만 96년 일본으로 돌아온 야마나카에게 주어진 임무는 ‘쥐 돌보기’였다. 야마나카의 별명도 쥐 우는 소리를 빗대 ‘야마추’로 바뀌었다. 3년간 같은 일을 하던 야마나카는 결국 우울증에 빠졌다.



 그가 ‘마지막 승부’로 삼은 게 나라(奈良)첨단과학기술대학원 조교수 응모였다. 실적이 뛰어난 경쟁자들과 달리 변변한 발표 논문도 없던 그는 “내가 iPS를 합니다”라고 당당하게 공언해 당시 심사위원의 눈에 들어 합격했다. 그는 “연구자의 소명은 두 가지. 첫째는 꿈 또는 비전, 둘째는 하드워크”라고 강조한다. 그의 노벨상 수상 소감도 이랬다. “전 인류가 ‘건강 장수’하도록 하는 게 내 꿈이자 비전이다. 또 그걸 이루기 위해 결코 좌절을 두려워 않는다. 아홉 번 실패하지 않으면 한 번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불충분한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인터넷 모금을 하고 있다.



도쿄·런던=김현기·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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