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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법정관리’가 뭐길래 요새 시끄러운가요

[일러스트=강일구]
Q 요즘 신문에서 법정관리라는 단어를 자주 봅니다. 지난달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기사가 나온 이후 부쩍 많아졌어요. 법정관리는 형편이 어려워진 회사가 되살아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이 제도에 대해 문제가 있다,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네요. 법정관리, 왜 이렇게 시끄러워진 건가요?



법원이 부실기업 맡는 제도
경영진 안 바꾸는 경우 많아
‘책임 왜 안 묻나’ 비판 커져



A 우선 법정관리가 뭔지부터 알아볼까요. 법정관리라고 하지만 공식 용어는 ‘기업회생절차’입니다. 그냥 두면 빚도 못 갚고 무너질 것 같은 회사를 법원이 관리해서 정상화시키는 제도입니다. 은행에서 빌린 돈이나 협력업체에 줘야 할 물건 값을 당장 치르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방법으로 기업의 지출을 줄인 뒤에 조금씩 재기를 모색하는 거지요.



 법원은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법정관리인을 선임합니다. 회사를 맡아 정상화시킬 경영자예요. 여기에서부터 논란이 시작됩니다. 누가 법정관리인이 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기존 경영진이 물러나고, 새로 기업을 이끌 사람이 법정관리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2006년 ‘통합도산법’이 만들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 법은 큰 과오가 없는 한 법정관리를 신청한 회사의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을 맡도록 했습니다.



 이는 미국 파산법의 ‘기존 관리인 유지(DIP·Debtor in Possession)’ 제도에서 따온 것입니다. 도입 취지는 이렇습니다. 과거 법정관리는 경영자에게 무덤이었습니다. 경영권을 빼앗기고, 나중에도 회사를 되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죠. 오랜 기간 공들여 키운 회사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경영자들은 마지막까지 버티기 일쑤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전문경영인보다 대주주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랬습니다. 그러다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법정관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런 기업은 법정관리도 별무신통. 결국 문을 닫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졸지에 직원들은 길거리에 나앉고, 협력업체까지 폭탄을 맞았습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그러니까 부실 초기에 법정관리의 문을 두드리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게 DIP입니다.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으면 쓸데없이 버티지 않고 얼른 법정관리 신청을 할 테니까요.



 실제 새 통합도산법이 시행된 뒤 법정관리를 택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습니다. 2006년 법정관리 신청은 76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712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새 세계 경제가 어려워져 기업들이 고꾸라진 탓도 있겠지만,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이 기대했던 대로 법원은 기존 경영자를 법정관리인으로 많이 앉혔습니다. 대략 85%가 경영권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실패한 경영자는 책임을 지지 않고, 실패의 고통을 다른 주주와 은행, 협력업체만 나눠 갖는다는 것이지요. 이런 부작용은 왜 생겨난 것일까요.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달라서입니다. 미국에서는 기업인의 사업 실패가 경기 침체 같은 외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민사 소송이 발달한 미국에서 경영자에게 잘못이 있다면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이 막대한 금액의 소송을 걸 텐데, 그런 것을 번연히 아는 기업인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을 리 없다는 것이지요. 또 이사회제도가 잘돼 있어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일이 흔하지 않다는 점도 있습니다. 이사회에서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나름대로 최선의 판단을 모색했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요인 때문에 기업이 어려워졌다고들 생각하는 겁니다.



 한국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이사회가 경영자의 의견에 반대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DIP 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업을 어려움에 빠지게 한 원인이 현재 경영진에 있는데, 계속해서 경영을 맡게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고 주장합니다.



 찬성론자들은 “기존 경영자가 경영권을 유지하더라도 독단적인 경영을 할 수 없게끔 견제 장치가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주장합니다. 제도를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라 활용을 잘 하면 된다는 입장이죠. 법원이 임명하는 독립적인 구조조정·자금관리 전문가가 경영에 참여하고, 모든 의사결정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관리인이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제도를 보완해서 쓰자는 절충안도 있습니다. 기존 경영자의 경영권 유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자는 주장입니다. 이를테면 부도의 원인이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급변 같은 불가항력적 요인이 아니라면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을 맡을 수 없게 하는 겁니다. 법정관리인을 선임할 때 법원이 채권단의 동의를 얻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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