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J Report] 두 얼굴의 30년 만기 국채



지난해 말 서울 서초동에 사는 고모(67)씨는 20년 만기 국채를 1억21만원어치 샀다. 매수 금리는 4%였다. 원래 고씨는 오랫동안 국채를 갖고 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매입 이후 금리가 슬슬 내리기 시작했고 올해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뒤엔 뚝 떨어졌다(금리가 내리면 채권 값은 오른다). 고씨는 마음을 바꿔 20년물 국채를 3.38%에 모두 팔았다. 7개월 동안 받은 이자와 시세차익을 더해 올린 수익은 1093만원. 연수익률로는 20%나 됐다.



 자산가의 장기국채 사랑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첫 발행된 30년 만기 국채가 예상을 뒤엎고 개인투자자에게 대거 팔렸다. 9일 두 번째로 발행된 30년물 역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심재은 삼성증권 도곡지점장은 “고객이 원하는 매입 규모가 지난달과 똑같다”며 “9월에도 원하는 물량의 절반 정도밖에 공급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번 달 발행금리는 2.98%와 3.01%였다.



 고령화,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장기채권이 인기를 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만기가 긴 국채는 특히 은퇴자에게 적합하다. 국가가 발행하니 떼일 염려 없고, 꼬박꼬박 정해진 이자를 오랫동안 받을 수 있다. 지금은 ‘겨우 3%’지만, 10년 뒤에는 ‘무려 3%나’가 될지도 모른다. 장기적으로 금리가 계속 내려가는 추세라면 조금이라도 높을 때 미리 고금리를 확보해 둘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10년 이상 국채는 분리과세가 가능하니 자산가에겐 더 적합하다.



 개인 ‘큰손’의 30년물 투자 열기가 이것으로 전부 설명되진 않는다. 우선 입소문이다. 한은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로 고씨처럼 장기채로 돈 번 이들의 성공담이 크게 작용했다.



 유직열 삼성증권 서울파이낸스 SNI지점장은 “금리가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30년 국채를 보유하고 기다리면 하반기나 내년에 충분히 이익을 실현할 기회가 있다고 보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10년, 20년물도 있는데 굳이 30년물을 찾는 건 금리가 내리면 만기가 길수록 더 많은 차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1억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금리가 0.5%포인트 내릴 경우 30년물은 1043만원, 20년물은 822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파는 곳마다 온도차가 심하다. 삼성증권은 ‘30년 국채 마케팅’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부터 10년, 20년 장기국채 판매에 공을 들여 고객층을 확보해 뒀다. 국채는 증권사가 도매로 사들인 뒤 이윤을 붙여 개인에게 작게 쪼개 파는 상품이다. 삼성증권은 도매로 떼어올 때도 공격적으로 많은 물량을 확보했고, 소매 판매에도 적극 나섰다. 반면에 다른 증권사는 도매로 받아올 때도, 이를 창구에서 판매하는 데도 적극적이지 않다.



 두 번째 발행된 30년물 가격은 여전히 비쌌다. 9일 20년물 국채 유통금리는 3%로, 이날 발행된 30년물보다 높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야 정상인데 뒤바뀌었다. 금리 역전은 지난달 첫 발행 후 계속되고 있다. 발행금리뿐 아니라 유통금리도 줄곧 20년물보다 0.03~08%포인트 낮았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0년물은 국내외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고평가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발행 물량이 늘어나고, 유통이 정상화되면 20년물과의 금리 역전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30년물의 최대 실수요자는 보험사지만, 금리에 거품이 끼었다고 보고 아직 매수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회사 같은 ‘기관’도 비싸서 선뜻 못 사는 채권에 개인이 뭉칫돈을 넣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를 권하는 목소리도 높다. 금리가 예상과 달리 움직이면 곧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V프리빌리지 강남센터장은 “기대하는 시세차익을 거두려면 금리가 확 떨어져야 하는데, 금리 하락도 이제 끝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반대로 갈 경우 기약 없이 채권을 보유해야 하는데, 개인투자자로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채권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오를 때 손실폭도 커진다. 한 증권사 임원은 “지금 장기채에 들어오는 개인의 대부분이 단기적인 금리 하락을 기대한 투기적인 거래”라며 “일시적으로라도 경기가 살아난다면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높은 매매 수수료 때문에 살 때와 팔 때, 금리가 같거나 조금 내렸어도 실제로는 손실이 날 수 있다. 30년 국채 1억원어치를 사면 증권사가 150만원 안팎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채권금리 변동폭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다. 일부 예외를 빼면, 채권금리는 하루 오르고 내려봐야 0.01~0.02%포인트 안팎이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안전하게 정해진 금리를 받고 싶다면 장기 국채를 사되,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꼭 30년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10년 이상 국채라면 분리과세가 가능하다. 또 10년물, 20년물의 경우 유동성도 더 풍부해 원하는 때 나은 값에 되팔 수 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