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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특허에 목 맨 계기 살펴보니 '사악'

#2006년 첫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미국 애플 본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세 명의 특허 변호사와 마주 앉았다.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를 특허로 출원할 수 있는지 점검하라고 스티브 잡스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특별 지시했기 때문이다. 한 엔지니어가 “요즘 우리는 네티즌들이 어떤 웹사이트를 자주 찾는지 파악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변호사는 대뜸 “그거 특허감”이라고 답했다. 다른 엔지니어가 “우린 뭐 특별한 건 없고 요즘 인기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약간 수정하려고 한다”고 하자 이번에도 변호사는 “그것도 특허감”이라고 말했다. 기존 기능을 단순화하고 있다는 또 다른 개발자의 말에도 변호사는 “역시 특허감”이라고 정색했다.



모바일 특허전쟁에 2년간 22조 썼다
NYT “특허, 혁신막는 무기 돼”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당시 회의에 참석한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전한 애플의 특허 출원 뒷이야기다. 잡스가 특허에 광적으로 집착한 건 아이폰 출시를 몇 달 앞두고 겪은 소송 때문이었다. 싱가포르의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란 회사가 아이팟에 탑재된 음악파일 재생 장치가 자사의 특허라며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이다. 법원이 특허를 인정하자 애플은 무려 1억 달러를 보상해야 했다. 그 직후 잡스는 “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몽땅 특허 출원하라”고 지시했다.



 처음엔 잡스도 방어책으로 특허를 썼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경쟁자를 죽이는 ‘파괴적 무기’로 이용했다. 대표적인 게 아이폰의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시리(Siri)’와 관련된 미 특허 8086604호다. 애플이 음성 검색 아이디어를 처음 특허로 출원한 건 2004년이다. 미 특허청은 “이미 정보기술(IT) 업계에 널리 알려진 것”이라며 애플의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애플은 전문 변호사를 총동원해 표현을 조금씩 바꿔가며 8년 동안 10차례나 신청서를 낸 끝에 작년 12월 특허를 따냈다.



그러곤 지난 2월 삼성전자의 17가지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이 8086604호 특허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지적재산권 전문가 아티 레이 듀크대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 특허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천문학적인 특허소송 비용은 벤처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는 장애물이 됐다. 2006년 독보적인 음성인식 기술을 보유했던 ‘블링고’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블링고는 애플과 구글로부터도 구애를 받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덩치가 더 큰 ‘뉘앙스’가 특허소송을 제기하면서 블링고는 소송전에 매달려야 했다. 급기야 애플도 블링고와 거래를 끊고 뉘앙스와 손을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블링고는 첫 소송에서 이겼지만 300만 달러에 달한 소송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뉘앙스에 인수당했다. 블링고의 음성인식 기술도 뉘앙스를 통해 애플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애플이 특허를 무기로 활용하자 경쟁자들도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애플과 삼성전자·HTC는 물론이고 노키아·모토로라·구글까지 서로 물고 물리는 진흙탕 싸움에 얽혀 있다. 최근 2년간 스마트폰 업계가 특허 분쟁에 퍼부은 비용만 무려 200억 달러(약 22조원)에 달한다. 화성 탐사선을 8차례나 쏘아 올릴 수 있는 액수다. 작년엔 애플과 구글이 특허소송이나 매입에 들인 돈이 처음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초과했다.



이는 미국 특허제도의 결함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약 제조법 등과 달리 소프트웨어는 구체적인 창조물이 아닌 ‘개념’이나 ‘아이디어’까지 특허로 인정하다 보니 이를 남용할 소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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