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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미사일 있으면 기본기 녹슬어도 되나

정용수
정치부문 기자
전쟁에서 돈은 근육이라 했다. 경제력이 커질수록 군사력도 함께 커지는 법이다. 여러 첨단무기 도입을 추진 중인 우리도 그런 사례다. 차세대 전투기(FX), 대형 공격헬기, 해상 기동헬기, 차세대 잠수함, 차기 다연장포…. 모두 돈 없으면 들여올 수 없는 무기들이다. 내년도 예산의 전력증강비는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겼다.



 그뿐인가. 돈과 기술이 있어도 만들 수 없었던 사거리 800㎞급 탄도미사일도 갖추게 됐다. 이론적으로 북한 어디라도 4~5분이면 타격할 수 있는 셈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한 결과다. 지금까진 북한이 사거리 6700㎞급 미사일을 날려도 구경만 해야 했다. 손발이 묶인 채 전쟁을 하란 말이냐 하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이젠 쑥 들어가게 됐다. 적어도 무기체계만 보면 우리 군은 ‘몸짱’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실제 살아 있는 적과 마주하고 있는 현장은 어떤가. 근육이 커진 만큼 기량도 좋아졌나. 3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09년 10월 주문진 앞바다에 탈북 주민들이 전마선을 타고 몇 시간 동안 항구를 찾아 헤매는 동안 우리 군은 추석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 심지어 우리 민간인이 철책을 뚫고 월북해도 북한의 발표를 통해 알았다.



 이듬해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 한 장성은 “설마 북한 잠수함이 그곳까지 올지 몰랐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 때는 북한군 다연장포가 기지를 이탈한 징후를 보였어도 군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최근에도 유사 사례가 잇따른다. 북한 주민이 헤엄쳐 귀순한 뒤 섬(교동도)에 숨어 지내다 우리 주민의 신고로 잡힐 때까지 군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지난 2일 밤에는 북한군이 동부전선 최전방의 병사 생활관까지 아무런 제지 없이 다가왔다. 그렇게 철책이 뻥 뚫렸다는 사실 자체를 군은 며칠간 숨기기도 했다. 게다가 이곳은 2009년 우리 민간인이 월북했던 곳이기도 하다.



 군은 무슨 사건이 벌어진 뒤엔 물샐틈없는 경계태세를 강조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곤 했다. 이번에도 경계태세를 점검한다고 난리다. 매번 그랬다. 하지만 올라가도 모르고, 내려와도 모르는 수준의 느슨한 경계태세라면 대책 내놓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우리 군은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제발 공격해라, 그 자리가 묘지가 되도록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별러왔다. 이 같은 각오가 말에 그치지 않고 실제 대북 억제력으로 이어지려면 물 샐 틈 없는 경계태세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장비에 의지하는 전쟁보다 타성에 젖지 않고 경계부터 챙기는, 그런 기본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기 현대화에 취해 군의 기본기가 녹슬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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