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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벨상 밑거름 된 탄탄한 일본 기초과학

역시 예상대로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에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영국의 존 거던 박사와 공동 선정됐다. 그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연구는 2007년 ‘네이처’에 공개된 뒤 6년 만에 초스피드로 노벨상을 받을 만큼 대단한 업적이다. iPS는 난자나 배아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 자신의 피부세포로 만들 수 있어 배아줄기세포의 약점이던 거부반응이나 종교·윤리 논쟁을 피해 가는 길을 열었다. 또한 iPS는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어려운 뇌나 심장 세포로도 분화시킬 수 있어 맞춤형 치료와 신약 개발에도 신기원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은 이제 노벨 과학상에서 15명의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또한 역대 수상자의 절반이 넘는 11명이 2000년 이후 집중적으로 선정될 만큼 가속도가 붙고 있다. 수상자들의 출신대학 역시 교토대·도쿄대 중심에서 나고야대·도호쿠대·나가사키의대·홋카이도대 등으로 확산돼, 연구거점이 지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베대 출신인 나카야마 교수도 iPS 연구로 이름을 얻고서야 교토대에 초빙된 것이다.



 한국에는 노벨상 시즌마다 어김없이 한숨과 부러움이 교차해 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웃 일본의 영광을 그저 물끄러미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미국의 대학과 대학원의 외국 유학생 중 한국 출신은 일본보다 훨씬 많았다. 2010년 미국에서 과학 분야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인도 1137명으로, 일본인 235명을 압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노벨 과학상 실적은 여전히 ‘0’이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에다 세계 15위의 경제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다.



 야마나카 교수는 “대지진과 불황에도 50억 엔(약 711억원)의 지원을 받았다”며 “내가 아니라 일본이 노벨상을 탄 것”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첫 수술 때 너무 서툴러 ‘자마(邪魔·방해꾼)나카’란 별명이 붙었다”고 자신을 낮춘 뒤 “대신 선택한 난치병 연구에 푹 빠져 오늘까지 왔다”고 했다. 미래를 위해 기초과학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일본의 저력에다, 한 우물을 파는 일본 과학자의 근성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일본 기초학문의 자체적인 확대재생산 구조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대개 일본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친 뒤 꼭 필요한 추가연구만 외국에서 박사후(포닥)과정을 밟고 돌아왔다.



 우리는 이공계 기피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창의적인 기초과학보다 응용연구에만 치중해 온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한때 한국이 앞섰던 줄기세포 연구에서 일본에 역전을 허용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다행히 우리도 지난해부터 기초과학연구원을 세우고 노벨상에 근접한 석학들에게 매년 1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를 밑거름 삼아 한국에도 하루빨리 노벨 과학상 선정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주문하고 싶은 것은 과학자들의 자세다. 야마나카 교수는 “다음 주 실험실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노벨상 수상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그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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