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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칼럼] 박근혜·문재인·안철수 …

김수길
주필
대통령을 가려 뽑아 역사를 이끌 큰 인물을 수확하는 것이 대선인데, 2012년 대선 작황 예보는 아직까지 ‘흉작’이다.



 “누가 돼도 큰 차이 없을 것 같다”는 말들이 널리 돌고 있는 것을 세 후보는 알고 있는지. 실제 누가 되느냐에 따라 별별 일들이 벌어지겠지만, 누구에게든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실망감을 사람들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미지. 주변 인물. 정책. 비전.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들인데, 세 후보의 이미지는 갇혀 있거나 공허하고, 주변 인물 영입은 그 나물에 그 밥이거나 무분별하고, 정책은 서로 엇비슷한 좋은 소리 늘어놓느라 무엇이 크게 다른지 잘 모르겠고, 비전은 셋 다 없다.



 역동적이어야 할 선거판에서 세 후보는 새로운 상징성을 역동적으로 창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동선은 각자 뻔하다 쳐도, 아직껏 어디서든 누구 하나 기억에 남는 연설을 한 적이 없다. 짧고 강렬한 메시지도 여태 나오지 않았다.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대정신이 무언지 후보 본인 것으로 체화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써 놓은 내용을 읽고 나면 문답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의 이미지를,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뛰어넘으라는 것인데, 그걸 못한다. 안철수 후보는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가 자신의 이미지에 빙의된 허상을 채우지 못한다. 이제 자신의 것으로 채우라는 것인데, 그걸 못한다.



 주변 인물들은 후보들을 판단하기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문재인 후보가 가장 손쉽게 진영을 차렸는데, 당연히 그럴 수밖에. 따라서 더 큰 리더로서의 확장성이 부족하다.



 안철수 후보는 이미 여러 사람을 실망시키거나 망가뜨렸다. 누구와 함께 갈 진용인지, 그걸 끌고 갈 리더인지 여전히 모호하다.



 박근혜 후보는 주변 인물들에 치이고 있다.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 됐다. 오랜 대세론 속에 장악력을 행사해 온 리더십의 역설이다.



 주변 인물로 영입되는 입장에서도 꼭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2008년 총선, 친이·친박 갈등 와중에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됐던 안강민 전 중수부장은 친이를 견제하고 중립을 지키느라 말 못할 고생을 했다. 공천 판을 깰 수는 없는 상황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다. 인물을 몇 영입한다고 후보 주변이 크게 바뀌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결국 후보 본인이 문제다.



 역시 중요한 것은 정책과 비전인데, 세 후보 모두 과거와 현재의 단순한 연장선상에서 소소한 차이점을 부각시키려 할 뿐이다. 선형적(linear)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소리다.



 복지·경제민주화·양극화·일자리·통합을 다들 합창하는데, 그게 유행이지 비전인가?



 지난 10년, 15년 아니 60년을 돌아보면, 산업화·민주화를 숨가쁘게 달려와 이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위의 주제어들이다. 상충하며 난마같이 얽혀 있는 그런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가겠다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비전이다.



 너무나 분명한 제약이 몇 있다.



 국가 재정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따라서 복지 지출에 부문별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어떤 계층의 양보와 희생이 불가피하다. 그런 가운데 나라 밖 환경은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제약을 뛰어넘을 방법은 몇 없다.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 이제까지의 성장 모형은 아니다. 영토와 인구의 한계를 넘어 우리가 나가 판 것이 수출이었다. 이제 영토와 인구의 한계를 허물어 남들이 들어와 투자하고 쓰고 살도록 해서 내수를 키워야 한다.



 공허한 담론이 아니다.



 흉악한 범죄자가 양산되는 마당에 결손·빈곤 가정 아동 지원이 절실한가, 반값 대학등록금이 급한가. 무상급식이 먼저인가, 노인 복지가 우선인가. 모두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가.



 중국·일본·아세안을 이웃에 두고 왜 싱가포르를 부러워하기만 하는가. 3D 업종 근로자나 동남아 신부는 받아들이면서 왜 세계적인 학교·병원·기업·연구소 등은 끌어들이지 못하는가. 일자리 더하기 없이 나누기만으로 양극화와 복지를 해결할 수 있는가.



 이런 그림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각 후보마다 최소한 자신이 그리는 큰 그림을 제시하고 그를 위한 국민적 합의를 호소하며 표를 달라고 해야 한다. 함께 사는 사회, 평화로운 사회 등은 밥 먹으면 배부르다 수준이다.



 2012년 대선. ‘누가 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누구는 되면 안 된다’로 흐르고 있다.



김수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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