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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欲速則不達<욕속즉부달>

해질 무렵, 귤 한 짐을 등에 진 귤 장수 한 사람이 성안으로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성안에 도착하려고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급한 귤 장수가 지나던 행인에게 물었다. “여보시오, 내가 오늘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성안에 들어갈 수 있겠소?” 행인이 답했다. “좀 천천히 걸으면 성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오.”



귤 장수는 부아가 치밀었다. 남은 바빠 죽겠는데 천천히 걸으면 된다니…. 조롱받는 느낌에 귤 장수는 화가 나 더욱 빨리 걷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등에 진 귤이 땅바닥에 쏟아져 이리저리 구른 건 불문가지다. 결국 그는 귤을 줍느라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성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는 청(淸)나라 때 사람 마시방(馬時芳)이 쓴 ‘박려자(朴麗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럴 때 쓰는 성어로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이 있다. 일을 급히 하려고 하면 오히려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말이다.

하루는 제자 자하(子夏)가 찾아왔다. 거보현의 현장이 돼 임지로 떠나기 전 정치하는 방법을 묻기 위해서였다. 이에 공자가 말했다. “빨리 하려 하지 말라. 작은 이익을 보지 말라. 빨리 하려고 하면 일을 이루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사람이란 게 새로 일을 맡다 보면 얼른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무리수가 따른다. 정치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대중의 환호를 사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는 눈앞의 일에만 매달렸다가는 국가의 미래가 암담해진다.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의 경쟁이 치열하다. 팽팽한 승부가 예상된다. 누구에게 맡겨도 잘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럴 때 후보를 선택하는 한 잣대로 누가 더 서두르지 않고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고민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

남북관계든 뭐든 너무 조급히 성과를 내려다 보면 제 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잘하려다 오히려 졸렬한 결과를 초래하는 욕교반졸(欲巧反拙)의 우(愚) 또한 범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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