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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이런 새누리당이 권력 잡을까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김대중 대통령’이 확정된 1997년 12월 19일 새벽, 광주 시내에는 시민 1만여 명이 뛰쳐나왔다. 조간신문에 사진들이 실렸다. 나는 한 장을 잊지 못한다. 주름 가득한 60대 남성이 기쁨에 넘쳐 입을 크게 벌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차라리 절규였다. 나는 생각했다. “저런 절실함이 운명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래서 JP가 DJ에게 갔고, 이인제가 탈당했을 것이다.”



 김대중-이회창 표 차(1.6%)는 역사상 가장 아슬아슬한 것이었다. 이런 초(超)박빙에서는 절실함이 마지막 운명을 정하는 게 아닐까. 2012년은 97년 못지않게 박빙일 것이다. 야권은 모두 합칠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여야 어느 쪽이 더 절실한가.



 지난 3일 개천절에 새누리당 의원 10여 명이 골프를 쳤다. 박근혜 후보가 “다시 뛰자”고 호소한 다음 날이다. 입만 열면 쇄신을 말하는 쇄신파 대표, 선대위 부위원장 2명, 비대위 대변인이었던 2선 의원, 지난 총선에서 노른자위 공천을 받은 교수 출신 2명이 포함됐다. 이 골프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다가오는 가혹한 운명의 서곡(序曲)일지 모른다.



 하루 전인 2일, 새누리당에선 선대위 출정식이 열렸다. 선대위 의장단 5명 중 2명이나 빠졌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김태호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우파 재집권에 나라의 명운이 걸렸다”며 단결과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보수세력의 갈채가 쏟아졌다. 그런데 그는 ‘가족여행’ 때문에 출정식에 불참했다. 가족의 즐거움 앞에서 나라의 명운이 잠시 외출한 것이다.



 김태호 의원은 비박(非朴) 경선주자 4인 중 하나다. 지난 8월 20일 박근혜가 당선되자 그는 단합을 호소했다. “손에 손잡고 승리를 위해 온몸을 던지자.” 5년 전인 2007년, 박근혜도 김태호와 같은 처지였다. 패자였고 이명박 승리를 위해 단합을 외쳤다. 박근혜는 몸으로 실천했다. 무소속 이회창의 유혹을 뿌리쳤고 추운 날씨에 유세를 위해 13개 시·도를 돌았다. 그런데 오늘날 김태호는 출정식에도 가지 않았다. ‘지역구 일정’ 때문이란다.



 박근혜가 이명박을 도운 건 ‘정권 2인자 이재오’를 도운 것이기도 했다. 이재오는 지금 인공위성처럼 당 밖을 돈다. 자전거 타고 4대 강을 달린다. 당이 여당이 될지 야당이 될지 모르는 판에 개헌협의체라는 걸 만들어 사람을 모은다.



 위가 이러니 아래도 흔들린다. 실무진은 핫바지처럼 바람이 샌다. 박근혜의 역사적인 회견인데도 인혁당을 민혁당이라고 적었다. 어느 검사 출신 공보위원은 택시운전사가 듣는데도 안철수 측근에게 전화를 걸어 뇌물이니 여자니 하며 열을 올렸다. 그는 자가용을 운전했다며 거짓말까지 했다.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안철수는 미처 출마를 결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건 얘기를 듣고 그는 “주저앉으면 진짜 내가 당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만약 안철수가 손을 들어주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그 공보위원은 ‘역사를 바꾼 인물’이 될지 모른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는 뭉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던 어제의 전사들이 속속 합류한다.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에다가 노무현 386들이 캠프를 채웠다. 10년 전 이들은 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부르는 노무현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 홍보물이 마지막까지 고심하던 일부 유권자의 마음을 때렸다. 그들은 지금 ‘문재인의 운명적 눈물’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특정 정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위헌적 법률에 덜렁 합의했다. 표에 눈이 멀어 대통령을 제물로 바친 것이다. 새누리당의 절실함은 이렇게 ‘이기주의’형이다. 진정한 절실함이 뭔지 모른다. 역시 절실함을 몰랐던 이회창은 두 번 졌다. 새누리당은 추가 경험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 경험이 시작되는 날 박근혜는 울먹이며 정계은퇴를 선언할 것이다. 의원들은 월급쟁이 야당의원이라는 ‘새 누리(새 세상)’를 찾아 길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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