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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고문까지…평범한 얼굴 속 학살의 대가

자백의 대가

티에리 크루벨리에 지음

[책과 지식] 킬링필드 학살의 주역, 그 어둠의 뿌리는

전혜영 옮김, 글항아리

530쪽, 2만2000원




67세의 노인은 조용히 늙어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너무도 평범했다. 캄보디아의 수학교사였던 깡 켁 이우의 이야기다. 1964년 공산당원이 되면서 두크라는 새 이름을 받은 그는 공산 캄보디아에서 기관장에 올랐다. 75~79년 프놈펜의 고등학교를 개조한 S-21 교도소의 소장을 맡았다. 그곳은 ‘죽음을 찍어내는 처형 공장’이었다. 4년 동안 1만2000명이 살해됐다. 두크는 이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내는 데 대가였다. 손톱·발톱 뽑기나 생식기 전기고문에 채찍질·전신구타로 한바탕 피 비린내가 진동하면 어떤 죄수도 원하는 말을 모두 토해냈다. 그런 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스파이로 몰려 ‘도살’됐다.



 두크는 ‘앙카르(조직)’의 지시라는 이유로 아무런 가책 없이 이 일을 수행했다. 업무 중 금욕주의를 노래한 시를 외우며 자신을 정당화했다. 혁명과업이라며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했다. 이는 170만 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킬링필드’의 생생한 단면이다. 감옥의 기록과 재판 장면을 접하노라면 문득 학살의 한복판에 들어온 듯한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지은이는 전범에 대한 국제제판을 전문적으로 취재해온 프랑스 저널리스트다. 그가 두크의 범죄와 이에 대한 전범재판 과정을 추적해 이 책을 지은 이유는 하나다. 두크는 자신이 저지른 거의 모든 일을 상세한 기록으로 남겼고 이를 폐기하지 못한 채 새 정권에 압수당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두크는 ‘킬링필드’의 가해자 대표가 됐다.



 그래서 이 책은 두크 개인에 대한 기록이라기보다 평범한 얼굴을 한 악에 대한 보편적인 보고서 성격이 강하다. 61년 미국학자 한나 아렌트가 홀로코스트를 주도했던 나치 공무원 루돌프 아이히만의 전범재판에서 보았던 ‘너무도 진부하고 평범한 악의 모습’이 프놈펜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지은이는 하나의 이념에만 충실하고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생각하도록 만든 이데올로기에서 이유를 찾는다. 개인의 인간성을 말살하고 조직·질서·복종을 강조하는 전체주의의 폐해라는 것이다. 두크는 결국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모든 것을 조직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전범재판에서 30년형이 선고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조직이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 개인에게 죄를 씌울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결국 이 책에서 우리는 인간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잔혹극과 만나게 된다. 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21세기가 돼서도 여전히 전범재판 보고서를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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