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국의 무역결제 10%까지 … 위안화 패권 시대 오나



“달러를 대신할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



 2009년 3월 중국인민은행(PBC)의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가 던진 말이다. 그는 달러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하자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의도는 따로 있었다. 자국 통화인 위안화를 국제화시켜 기축통화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구상이다. 가만히 듣고 있을 미국이 아니었다. 곧바로 응수에 나섰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달러만큼 강력한 통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날 선 공방이 벌어진 다음 해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올라섰다. 동시에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이란 칭호를 얻었다. 그 뒤 중국은 저우샤오촨이 말했던 기존 국제통화 질서의 변화를 더욱 노골적으로 꾀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행동에도 나섰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조치들이다. 1단계는 위안화가 달러처럼 국제무대에서 편하게 통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위안화를 세계의 주요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로 만들자는 야심도 드러냈다. 현재 준비통화는 SDR 바스켓에 들어가는 달러·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4개 통화뿐이다.



 SDR은 긴급자금이 필요한 IMF 회원국들에 빌려주는 자금이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격처럼 SDR에 중국 위안화의 자리를 만들고 싶어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상일까. 국제 금융시장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반면 위안화 무역결제가 급증하는 추세로 봐서는 멀지 않은 대세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최근 조선호텔에서 열린 위안화 국제화 세미나를 위해 서울을 찾은 리사 로빈스 도이체방크 글로벌 트랜잭션뱅킹 아시아·태평양 부문 대표를 만나 그 가능성을 짚어봤다. 그는 위안화 변천의 산증인이다. 1980~86년 한 프랑스 기업의 베이징(北京)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외환증서(Foreign Exchange Certificates)를 직접 사용했던 경험이 있다. 외환증서는 80년 4월부터 발행돼 95년까지 사용된 외국인용 화폐였다. 개혁·개방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외환증서를 쓰던 나라가 자국통화의 국제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엄청난 변화다. 외환증서는 화폐라기보다는 상품권이나 교환권 같은 기능을 했다. 외국인은 중국 내에서 돈을 쓸 때 반드시 외환증서를 써야 했다. 국내에서 외국인이 자기 나라 돈을 사용하는 것도 통제하던 나라가 이제는 위안화 국제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에 이르렀다.”



 당시 중국에서 외국인들은 위안화 액면가보다 20% 비싸게 구입한 외환증서를 들고 품질이 형편없는 중국 상품을 구매해야 했다. 상품 매매 과정을 통해 외환증서는 자연스럽게 중국인들에게도 흘러갔다. 그 후 대외개방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은 외환증서를 폐지했다.



중국 정부가 개혁·개방이 본격화하던 시절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발행했던 외환증서. 외국인은 위안화 대신 지정된 상점에서 외환증서를 사용해야 했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바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세 가지다. 중국으로선 거래 통화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지금은 달러화 의존도가 너무 높다. 둘째는 202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하이(上海) 국제금융센터의 구축이다. 이를 위해선 위안화도 해외에서 자유롭게 통용되는 국제화가 필요하다. 셋째는 수출입 증가에 따른 위안화 결제 수요에 대비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차 양적 완화(QE3)를 통해 매달 400억 달러의 자금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도 추가 양적 완화를 단행했다. 3대 국제 통화가 경쟁적으로 팽창하면서 화폐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는 달러 가치의 하락을 예고한다. 준비통화로 3조24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달러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할 판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위안화를 서둘러 국제화해야 한다.



●그러면 위안화 국제화는 어느 단계까지 왔나.



 “외환증권을 발행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속도는 빠른 편이다. 2009년 7월부터 위안화를 이용한 무역결제를 허용했을 정도니 말이다.”



 로빈스의 지적대로 중국에서 무역결제에 쓰이는 위안화 비중은 2010년 6월까지 거의 없었으나 최근 10%를 넘어섰다.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지난해 2조 위안을 넘어섰고, 2014년에는 10조 위안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위안화 국제화의 직접적인 효과는 무엇인가.



 “중국으로선 환위험(리스크)과 환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무역 거래가 여전히 달러화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결제를 위해 달러를 사고 팔아야 하는 비용이 엄청나다. 또 달러 가치의 변동에 대한 리스크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달러에 페그(고정)돼 있던 위안화는 2005년 7월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위안화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활발히 제기된다. 완전 변동환율제와 자본시장 규제 철폐, 금리 자율화 조치 등이 그것이다.



리사 로빈스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선 이런 과제들을 풀어야 할 것 같다.



 “상하이 국제금융센터 구축과 같은 목표가 설정됐으니 자본시장 규제 등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미국 수준의 자본시장 자유화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자본시장 시스템이 아직 취약한 중국으로선 환차익을 노리고 단기간에 국경을 넘나드는 핫머니(hot money)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해외 ‘위안화 허브(hub·중심지)’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고 환위험의 완충지대로도 활용하려는 것이다. 홍콩·싱가포르·런던 등이 후보지로 꼽히고 있으며, 한국도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엔화와는 어떻게 다른가.



 “일본도 오래 전부터 엔화의 국제화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그러나 결제통화로서 달러만큼 폭넓게 쓰이지는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대외 교역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무역결제 통화로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전 세계 70개국의 900여 개 이상의 은행이 위안화 거래를 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스탠다드차타드·씨티은행·HSBC 등 글로벌 은행들이 위안화 거래 확대에 대비한 조직과 인력을 늘리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KOTRA의 기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6%가 결제 통화를 위안화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수출 비중은 24%로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 규모를 합한 규모보다 크다. 대부분의 결제를 달러로 하고 있는데 위안화 결제를 늘리면 환위험을 줄이고 외환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이 양국 사이에 체결된 통화스와프(3600억 위안·64조원)를 토대로 최근 원화·위안화 무역결제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한국의 원화도 더불어 국제화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위안화 국제화가 어디까지 성공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의 힘이 커질수록 위안화의 위력도 커질 것이다. 미국이 누리는 주조차익(시뇨리지)을 탐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위안화가 계속 힘을 키우면 홍콩 달러를 흡수할 수도 있을까.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홍콩 달러는 미국 달러화에 연동되므로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완충 역할을 한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시뇨리지(seigniorage)=화폐 발행으로 발생하는 주조 차익(鑄造差益). 즉 돈을 찍어내는 데 든 비용과 돈의 액면 간의 차이다. 시뇨리지는 중세 유럽의 봉건영주(seignor)에서 나온 말이다. 화폐 주조권자가 화폐주조 의뢰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인 셈이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에 따라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면서 미국은 막대한 시뇨리지를 누리고 있다.



◆리사 로빈스=도이체방크의 아시아·태평양 글로벌 트랜잭션뱅킹 부문 대표다. 기업의 유동성 관리, 무역 금융 및 증권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1980년 중국 근무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 발전과정을 지켜봤다. JP모건의 유럽·미국·아시아법인에서 중국지점장과 임원을 역임했다. 미국 명문사립 터프스대를 나와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중국어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