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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제 발등 찍는 일본의 통화스와프 셈법

김동호
정치국제부문 기자
“일본과 한국 두 나라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선 금융시장의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 두 나라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정신에 입각해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으며, 이번에 유럽 재정위기에 공동 대응해 이를 확충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일본 재무성이 한국과 통화스와프 규모를 13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늘리는 협정을 맺으면서 내놓은 담화의 일부다. 재무성 홈페이지(www.mof.go.jp)에는 아직도 당시 보도자료가 생생히 올라 있다. 통화스와프는 일본이 한국을 일방적으로 돕는 조치가 아니라 아시아 금융시장의 안정과 한·일 양국의 공동 번영을 위한 호혜의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다.



 최근 한·일 통화스와프를 둘러싼 일본의 행보를 보면 이런 정신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 일본 재무성은 3일 NHK를 통해 ‘한국의 요청이 없으면 통화스와프 확대는 더 이상 없다’는 방침을 흘렸다. 독도 문제라는 정치 이슈에 통화스와프 카드를 끝까지 써먹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시계를 15년 전인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로 돌린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장면이다. 당시에도 일본은 통화협력 문제를 한국 압박의 카드로 활용했다. 한 푼의 달러가 아쉬웠던 한국은 이웃 일본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은 냉담하게 뿌리쳤다. 남들보다 앞서 150억 달러를 회수해가기도 했다.



 당시 일본에선 한국을 도와줄 필요가 있느냐는 정서가 강했다. 돈을 떼일지도 모른다는 논리가 동원됐다. 평소엔 소원하다가 아쉬울 때만 친한 척하느냐는 견해도 나왔다. 기저에는 일본 기업을 맹추격하던 한국 기업들이 회생하는 데 도와줄 이유가 있느냐는 셈법도 있었다.



 그 결과 일본은 혹독한 역풍을 맞았다.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들은 일본을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나라’로 인식하게 됐다. 동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일본은 왕따 취급을 받기도 했다. 도쿄를 국제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도 물 건너갔다.



 일본 안에선 그 뒤 자성론이 활발히 일었다. 국제 금융무대에서의 신뢰 회복과 협력 증진이 발등의 불이 됐다. 일본이 2000년 CMI 출범에 적극적 역할을 한 이유다. CMI는 아시아의 외환위기 재발을 막고 역내 금융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한·중·일이 참여해 만든 금융협약이다. 그 정신에 입각해 한·일 통화스와프가 2000년 시작됐고, 꾸준히 금액을 늘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정치 논리에 휘둘려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일본의 은행과 증권 등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내심 걱정이 크다. 유럽이나 미국 금융회사들에 비해 금고가 넉넉해 해외 진출에 호기를 맞았지만 과거처럼 역풍을 맞지 않을까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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