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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 쓴 소방로봇, 창고서 낮잠

소방방재청이 전국 16개 소방서에 배치한 무인방수로봇(대당 1억1000만원). 고가 장비에 대한 부담감과 느린 속도 때문에 현장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부산시 소방본부의 시연 모습. [중앙포토]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종로소방서 앞.



느린데다 고장 땐 문책 … 사용 꺼려
전국 16대 8개월간 출동 세 번뿐
방재청선 수십억 들여 더 늘리기로

 무릎 정도 높이의 빨간색 탱크 모양 기계 주변에 소방대원 7, 8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기계의 분사구에서 제법 굵은 물대포가 발사되자 “와아” 하는 가벼운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쪽에서는 소방대원 2명이 기계 작동 설명서를 열심히 살펴봤다. 이 기계의 이름은 ‘무인 방수(放水)로봇’이다.



 소방대원들이 직접 들어가기 위험한 화재 지점에 투입돼 불을 끄는 목적으로 지난해 배치된 최신 국산장비다. 하지만 종로소방서는 최근까지 이 로봇을 화재 현장에서 사용한 적이 없다. 이날 로봇을 꺼내 시험 작동한 이유는 화재 진압 연습이 아니라 12일 열릴 예정인 국정감사 때문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 앞에서 방수로봇 시연을 해야 한다고 해서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평소에는 그냥 보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이 소방관 안전과 효율적인 화재 진압을 위해 지난해 말 17억원을 들여 도입한 16대의 방수로봇이 거의 활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당 1억1000만원짜리 고가 장비가 소방서 창고 속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3일 국회 강기윤(새누리당) 의원이 소방방재청에서 제출받은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3만513건의 화재 중 방수로봇이 투입된 사례는 세 차례에 불과했다. 로봇이 배치된 16개 소방서 중 대구 달서소방서만이 이를 사용했다. 화재 발생 대비 월평균 사용 횟수를 따져보면 0.03회에 불과하다.



방수로봇과 함께 도입된 화재정찰로봇(대당 1100만원)도 마찬가지다. 화재 현장 내부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목적으로 들여와 전국 41개 소방서에 42대가 배치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19번만 사용됐을 뿐이다.



 이들 장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실용성이 떨어지는 데다 장비 파손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종로소방서 조정철 홍보교육팀장은 “화재 현장은 빠른 판단력과 신속한 행동이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느린 로봇을 보내 리모컨으로 조종한다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로봇이 계단이나 장애물이 있는 지역에서 이동이 어려운 문제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방수로봇이 배치된 다른 소방서 관계자는 “진압용 도끼가 망가져도 사유서를 제출하는 상황에서 1억원이 넘는 장비를 어떻게 맘 편하게 사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방방재청은 내년까지 7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방수로봇과 무인정찰로봇을 추가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성기석 대변인은 “장비가 망가져도 무상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일선 소방서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활용률을 높이겠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현재 16개 시·도에 분산배치돼 있는 방수로봇을 대형화재가 빈발하는 지역에 집중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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