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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한식을 택했다

국제한식조리학교 정혜정 교장(왼쪽에서 둘째)이 학생들에게 채소 썰기 등 조리의 기본에 대해 지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2년간 한식과 발효음식, 영어 회화 등을 배워 한식 세계화의 주역으로 활동하게 된다. [프리랜서 오종찬]


“빛깔 아름답고 몸에도 좋은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 멋있잖아요. 그 무엇보다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 명문대생·유학파 … 스펙 탄탄한 14명이 삶을 바꿨다
● 지난달 문 연 국제한식조리학교서 제2 인생 칼 가는 이들
“그동안 남 기준 맞춰 살아 내 삶 살려 모두 접고 왔죠”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을 뿌리치고 35세의 나이에 한식 셰프가 되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김문정씨의 포부다. 전북 전주에 있는 국제한식조리학교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 남들이 정한 기준에 맞춰 살아왔다”며 “더 늦기 전에 진짜 내 인생을 꾸리고 싶어 새롭게 도전장을 던졌다”고 말했다.



 김씨의 삶은 ‘엄친아’의 표본과도 같았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KAIST에서 학사·석사를 받았다. 직장을 잡는 것도 순탄했다. 삼성SDS에서 프로그래머로, 회계법인 딜로이트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동안 연봉도 남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가 빠진 듯 허전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김씨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같이 틀에 박힌 직장에서는 자유롭게 개성을 발휘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한식을 통해 나만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구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판 르코르동 블뢰’를 표방한 국제한식조리학교가 개교 한 달을 맞았다. 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이끌 스타 셰프를 양성하기 위해 사업비 120억원(지자체 출연금 포함)을 들여 설립한 학교다. 지난달 3일 전주대 본관 4층을 보금자리로 삼아 문을 열었다.



첫 신입생은 김문정씨를 포함해 14명. 2년 과정의 한식조리사 양성반이다. 정혜정 교장은 “이른바 ‘스펙’이 화려하고 경력이 다양한 인재가 많아 신입생을 뽑는 데 애를 먹었다”며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원이나 되는데도 정부가 설립한 한식학교란 매력에 지원자가 100여 명이나 몰려 즐거운 고민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최연장자인 이치훈(40)씨는 연세대에서 학부(심리학), 대학원(정보대학원)을 마쳤다. 중국에 유학을 다녀온 뒤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다 인생의 진로를 바꿨다. 이씨는 “짧은 인생에 돈을 버는 것보다는 문화를 널리 나누는 게 훨씬 값지다는 생각이 들어 모바일게임 사업을 미련 없이 접고 왔다”며 “한식의 이론·실기를 접목해 중국 대륙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1기생 중에는 김씨, 이씨 이외에도 현대· SK 등 대기업 직장을 내던진 30~40대가 3~4명이다.



 호주·유럽 등 해외의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해외파 셰프도 여러 명이다. 이존영(35)씨는 폴란드·루마니아의 대사관·레스토랑 등에서 7년간 근무했다. 그는 “외국에서 일하는 동안 제대로 된 한식 레시피가 없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앞으로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만을 사용한 무공해 한식의 체계화에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1기생들은 오전에는 강의실에서, 오후에는 실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개교 첫 달인 9월 한 달 동안은 칼 잡는 법부터 야채 썰기, 냄비 조리기 등 기본기를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김문정씨는 “밤 10시는 기본이고, 새벽 1~2시까지 공부하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2년간의 커리큘럼은 한식과 발효음식, 사찰·약선요리, 기능성 식품까지 다양하게 짜여 있다. 음식문화, 위생학과 함께 영어수업에도 많은 시간이 할애되어 있다. 학생들은 졸업 후 ‘숙수 1’ 자격증을 받아 국내외 레스토랑·호텔과 해외의 한국대사관 등에 진출하게 된다.



 강사진도 국가대표급 요리 전문가들이다. 국내 최고급 호텔 20~30년 경력의 이기역·최영호 조리기능장을 비롯해 미슐랭 가이드의 스리스타 셰프인 호안로카(스페인)·파스칼 바흐보(프랑스) 등 해외 유명 요리사들이 출강한다. 내년부터는 1년 과정의 스타 셰프 양성반도 모집한다.



 정혜정 교장은 “한식의 실기와 이론에 두루 밝고, 한국문화에 대한 소양을 갖춘 인재를 길러 K푸드의 글로벌화를 앞장서 이끌겠다”며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라는 프랑스의 ‘르코르동 블루’에 견줄 명문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다짐했다.





◆르코르동 블뢰(Le Cordon Bleu)=1895년 프랑스에서 문을 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학교로 70여 개국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한국·미국·일본 등지에서 29개 글로벌 캠퍼스를 운영하며 매년 2만 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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