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고정애의 시시각각] 2003년의 문재인도 이랬을까

고정애
정치국제부문 차장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민주통합당의 내곡동 사저 특검 추천 과정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로 간여했던 특검 임명 과정과 여러모로 차이나서다.



 2003년 국회로부터 노무현 청와대로 넘어온 첫 법안이 대북 송금 특검법이었다. 노 대통령은 결국 특검법을 수용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후보는 『문재인의 운명』에 이렇게 적었다. “공명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특검의 목적에만 충실하면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신경써 줄 만한 분이 특별검사가 될 경우 더욱 절제된 수사를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특검을 추천할 당시 대한변협 집행부는 신망받는 분들이었다… 다행히 대한변협이 기대했던 대로 훌륭한 분을 특별검사로 추천해 줬다.”



 ‘신망받는’ 변협 집행부는 박재승 회장을 가리킨다. 박 회장은 문 후보와 같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이었다. ‘훌륭한 분’은 송두환 변호사로 문 후보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문 후보가 같은 책에서 동기로 박원순·박시환 변호사에 이어 송 변호사를 꼽았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문 후보는 특검 결과에도 만족했다. “송금의 절차적 위법성 부문에만 한정해 수사했고, 언론 접촉도 대단히 신중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부풀리거나 망신주기식 정치적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다시 2003년의 일이다. 그해 말 노 대통령의 측근 비리 의혹 등이 끊이지 않자 한나라당은 세 건의 특검 법안을 발의했다. 노 대통령은 측근 비리 특검만 수용했다. 대신 “제대로 된 법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이 변협을 불신해 특검 추천권을 국회의장에게 준 걸 문제삼은 거다. 박재승 회장도 청와대와 유사한 목소리를 냈다. 추천권은 변협으로 원위치됐다. 박재승 회장은 이후 특검을 추천하며 “고도의 정치성이 개입될 수 있는 사건인 만큼 여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정치색이 없는 법조인들 중에 신망이 두터운 인물을 선정하려고 했다”고 했다. 실제 천거한 인물(김진흥)도 그랬다. 당시 민정수석도 문 후보였다.



 이번 특검 후보들은 어떤가. 송두환·김진흥 변호사처럼 수사받는 쪽에서도 수긍할 만한 인물일까. 아닐 가능성이 크다. 김형태 변호사는 1988년부터 민변 창립 회원으로 활동한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변호사다. 정치적 색채도 뚜렷한 편이다. 2006년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했고, 2008년엔 동료 변호사 100여 명과 진보신당 지지 선언을 했다. 당시 지지문엔 “이명박 정부와 구여권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대목이 있다. 이광범 변호사도 진보 성향이다. 판사 시절인 88년 자신의 아파트에서 동료 판사 세 명과 문건을 작성해 주위에 돌리기 시작했다. 제2차 사법파동의 시작이었다. 이후 독서모임을 만들었는데 그게 우리법연구회가 됐다. 그 스스로 “(2001년) 당시 우리법연구회는 법원 내부에선 거의 반체제 단체로 인식되었다”(『판사 한기택』)고 썼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가 들어서는 데도, 유지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당장 새누리당에선 “대선에 이용하려고 정치특검 후보를 추천했다”고 펄펄 뛰었다.



 2003년과는 딴판인 셈이다. 정당이야 편의적 기억상실증에 걸리곤 하니 그렇다고 치자. 자신이 믿는 사람이 특검을 추천토록 하고 적어도 중립적 인물이 특검이 되도록 한 문 후보라면 달랐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검찰을 비난하던 이가 정치특검이란 비판을 자초한 건 또 뭔가. 게다가 이번 특검법은 민주당이 추천권을 행사해 법리적 문제가 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이 수용한 것 아닌가.



 문 후보는 “염치와 예의를 아는 정부라는 걸 보여주겠다. 그래야만 복수에 사로잡혀 사회를 분열시켜 갈등의 늪으로 몰아가는 정권이 더 이상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국민이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한 일이 있다. 염치와 예의의 출발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문 후보는 역지사지했는가. 노 대통령은 상생·통합을 말하며 코드 인사로 편을 가르곤 했다. 문 후보는 다른가. 그의 얼굴에 자꾸 노 대통령이 겹쳐 보인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