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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기차역과 소비자 눈높이

강갑생
사회부문 차장
공항열차를 타고 인천공항역에 내리면 항공사 체크인카운터까지 가는 길이 꽤 멀다. 여행가방을 끌고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를 번갈아 이용해 10분 가까이 가야 한다. 열차 승강장은 교통센터 지하 4층에, 항공사 카운터는 맞은편 여객터미널 3층에 있기 때문이다. 짐이 더 있으면 불편은 그만큼 커진다. 홍콩 첵랍콕공항이나 일본 하네다공항은 열차가 여객터미널 지하나 내부로 들어온다. 이동거리가 짧다. 다른 선진국 주요 공항도 비슷하다.



 왜 인천공항역만 멀리 떨어져 있을까. 여러 설명이 있겠지만 주요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1990년대 만들어진 인천공항 건설계획을 보면 2020년께 제2여객터미널이 공항센터 뒤편에 지어질 예정이었다. 이렇게 되면 공항철도역이 있는 교통센터가 두 터미널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딱 중간 지점에 내려서 가고자 하는 터미널로 이동하란 의미다. 여행객 편의보다는 공사 편의를 앞세운 전형적인 공급자 마인드에서 나온 결정이다. 여행객, 즉 수요자를 먼저 생각했다면 두 터미널 모두에 역을 만들도록 설계했어야 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물론 관련 공무원들도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장황하게 공항철도역 얘기를 한 이유는 KTX 수서역 논란 때문이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수서 지역이 수도권 고속철도의 시·종착역으로 결정됐다. 서울시는 그동안 수서를 거쳐 교통이 상대적으로 편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삼성역까지 고속철도를 연장하라고 요구해 왔다. 정부는 예산과 공기(工期) 차질 등을 내세워 난색을 표했다. 밀고 당기던 신경전은 얼마 전 서울시의 양보로 끝났다. 삼성역 연장 문제는 중장기 과제로 밀어뒀다고 한다.



 사실 계획대로 수도권 고속철도를 2015년까지 완공하려면 지금 삼성역 연장을 추진하는 건 무리다. 게다가 KTX 삼성역 건설은 지방으로 옮겨가는 한국전력공사의 본사 부지를 비롯해 삼성역 주변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개발도 병행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시간과 돈이 꽤 필요한 문제다. 그렇다고 삼성역 연장 논의를 없던 일로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그동안 중장기 과제로 검토한다고 하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의미였던 사례가 많아서 하는 말이다.



 친환경 대량교통수단인 철도는 수요자에게 최대한 가까이 가야 한다. 역 이용이 편해야 한다. 그래야 승용차를 포기하고 철도를 탄다. 과거처럼 기차역을 아무 데나 지어만 놓으면 승객들이 오겠지 하는 공급자 마인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역이 멀고 불편하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된다. 선진국도 기차역을 가급적 도심에 놓는 이유다. 이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공항철도의 교훈을 잊지 말자. 수서역을 짓되 삼성역 연장에 대비한 기초적인 준비도 함께 해놓아야 한다. 그리고 수요자 눈높이에서 진지하게 연장 문제를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이 편하고 철도가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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