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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견' 외래종은 되고 진돗개·삽살개는 안되는 이유

최모란 기자
9월 20일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일대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중증 치매환자인 유모(74) 할머니가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를 찾아낸 건 인명구조견 ‘태백이’. 출동 2시간 만에 한 야산 부근에서 쓰러져 있던 할머니를 발견했습니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개들이 많습니다. 그중 구조견은 인간의 목숨도 살리는 수퍼 견(犬)입니다. 구조견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73> 인명구조견의 세계
구조견, 1998년부터 14년간 조난자 155명 찾아내 71명 살렸다

최모란 기자



구조견, 스위스의 ‘베리’와 전북 임실의 ‘오수개’



부산시 소방본부 특수구조대의 매몰사고 가상훈련 장면. 구조대원들이 구조견과 첨단 탐색장비를 이용해 인명을 구조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생존자를 찾으면 크게 짖어라.” 구조견으로 선택된 개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구조견은 후각과 청각을 활용해 재난 현장에서 매몰되거나 실종된 구조자를 찾아내는 개를 뜻합니다. 개의 후각은 인간보다 1만 배나 좋고 청각도 50배 이상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조견 1마리가 구조대원 30여 명 이상의 수색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네요.



 역사에 기록된 첫 구조견은 18세기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수도원에서 키우던 세인트버나드 종 ‘베리’라고 합니다. 폭설로 산속에 고립된 여행객들을 수도원으로 안내하는 등 구조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베리는 실종자를 찾던 중 야생동물로 오인한 사람들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베리 같은 구조견의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바로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 내려오는 ‘오수개의 전설’이 그것입니다.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의 주변에 불이 나자 제 몸에 물을 적셔 불을 끄고 지쳐서 죽었다는 이야기이지요.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인명구조견이 활용된 것은 1998년입니다. 민간인명구조견센터에서 강원도 원주소방서에 ‘다재’와 ‘다솔’이를 무상 임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민간에서 훈련시킨 구조견을 소방기관이 무상 임차해 사용한 것인데 이는 2010년 11월 해당 기관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이후 본격적인 구조견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제기됐죠. 지난해 4월 소방방재청 중앙119구조단이 인명구조견 양성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입니다.



복종심, 민첩성, 대담성 있어야



구조견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셰퍼드나 세인트버나드, 골든리트리버 같이 덩치가 큰 대형견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구조견에는 품종 구분이 없습니다. 나라별로 지역적 특성에 맞는 품종을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과 바다가 있는 복합지형이라 주로 대형견이 많지만 스패니얼이나 보드콜리처럼 중간 크기 개들도 구조견으로 활동합니다. 험준한 산악을 오르내리려면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장애물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체격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작은 개는 산악 구조견으로 힘들다고 하네요



 꼭 갖춰야 할 것은 있습니다. 복종심, 민첩성, 수색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공격성도 없어야 합니다. 이 밖에도 험한 산악지형이나 붕괴된 건물과 같은 악조건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담성도 있어야 합니다.



 자질만 갖췄다고 바로 구조견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 2~3년 이상의 구조견 양성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후보견들은 훈련전문교관에 의해 집중 교육을 받습니다. 테스트를 거친 후보견 중 자신감과 지구력, 집중성, 환경적응성이 뛰어난 개들을 주로 선발합니다.



 첫 단계로는 개가 좋아하는 공이나 먹이 등을 이용한 훈련을 합니다. 개의 소유 본능을 이용해 목표물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것이죠. 다음 단계로는 복종 훈련을 실시합니다. 개를 조련하는 교관을 핸들러(handler)라고 하는데, 후보견들은 핸들러의 지시를 정확하게 따르는 팀워크 훈련을 받습니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재난현장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터널이나 비고정 다리, 계단, 사다리 등을 오르내리는 연습을 합니다. 불안정한 지형, 좁은 틈새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구조자의 위치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큰 소리에 적응할 수 있도록 소음 적응 훈련도 받습니다.



 재난수색견, 산악수색견, 수중수색견 등 개의 특성과 재난 유형에 맞는 특화교육도 실시합니다. 수색훈련도 빼놓지 않습니다. 구조견은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게만 반응하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현장에서 부상자·매몰자 등을 일반인이나 구조대와 구분하기 위해서죠. 탐색 능력을 기른 구조견은 지진, 붕괴 등 대규모 매몰 현장에 주로 투입됩니다. 그리고 구조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에는 크게 짖어 핸들러에게 사고 위치를 알립니다.



 구조견의 활동에 핸들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핸들러는 구조견을 현장에 투입 및 관리하는 구조대원입니다. 한 명의 핸들러가 1마리의 구조견을 담당합니다. 핸들러들도 매년 중앙119구조단에서 연간 120시간 이상의 정기보수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구조견과 핸들러 간의 교감이 중요한 만큼 갑자기 파트너를 바꾸면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세계대회 참가해 중위권 성적



우리나라의 인명구조견 수는 19마리입니다. 중앙119구조단 소속 3마리를 비롯해 경기도와 경북에 각 3마리, 강원·부산·경남·전남·제주에 각 2마리씩 있습니다. 품종으로는 셰퍼드(11마리)가 가장 많고 이어 잉글리시 스프링거 스패니얼(4마리), 골든리트리버(2마리), 벨지움 마리노이즈(1마리)와 보더콜리(1마리) 순입니다.



 구조견들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978차례 출동해 재난 현장을 누비며 155명을 찾아냈습니다. 그 가운데 71명이 늦지 않게 발견돼 생명을 건졌습니다.



 구조 장소도 따지지 않습니다. 부산소방본부의 골든리트리버견인 천둥이와 셰퍼드견 세중이는 산악 조난자 구조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합니다. 최근에도 냄새만으로 조난자 3명을 찾아냈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 리모델링 건물 붕괴 사고 당시 매몰 현장에서 실종자들을 찾아낸 것도 구조견이었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2009년 인도네시아 지진,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 등 국제적인 재난 현장에도 ‘파견’돼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우리 구조견들의 활약은 세계에서도 최고로 쳐줍니다. 중앙119구조대는 지난해 11월 유엔 국제구조대로부터 구조 수준 최고 등급인 ‘헤비(Heavy)’ 등급을 받았습니다. 유엔 국조구조등급은 헤비, 미들(Middle), 라이트(Light) 등 세 등급으로 나뉘는데 헤비 등급을 받으면 국외 재난 현장에서 한국의 구조대원들에게 우선 접근권이 부여됩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생존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투입돼 인명 구조를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최고 등급을 받게 된 데는 구조견들이 한몫했습니다. 등급 획득에는 구조견 분야 합격점이 필수인데 A, B 중 상급인 B등급 이상 구조견 5마리를 보유해야만 합니다. 우리 구조견들은 2010년도 체코에서 열린 세계인명구조견경진대회에도 참가해 중위권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소방방재청 중앙119구조단은 지난해 4월 구조견 양성 사업을 시작한 이후 국가구조견 자격 인증을 받은 6마리의 구조견을 훈련시켜 보급했습니다. 지금은 13마리를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이 구조 후보견들은 내년 서울을 비롯해 대전·충남 지역에서 활동할 예정입니다.



 2014년에는 대구에 국가인명구조견양성센터도 들어섭니다. 이 시설은 아시아 최초로 세계구조견대회를 개최할 수 있을 정도의 훈련시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양성센터가 완공되면 우리나라 구조견 훈련·보급도 한층 원활해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진돗개·삽살개, 용맹성?충성심 너무 강해 구조견에 불합격



진돗개
앞서 살펴본 대로 구조견에 품종 구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구조견들은 전부 외래종입니다.



 왜 그럴까요? 한때 소방 당국도 진돗개와 삽살개 등 우리나라 고유종을 인명구조견으로 활용하기 위해 훈련을 시켜봤습니다. 외래종 못지않게 똑똑하고 체력이 좋아 기대도 컸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진돗개와 삽살개의 충성심이 너무 강한데 있었습니다. 한 사람만 주인으로 섬기는 기질 때문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특수견으로는 부적합했던 것이죠. 진돗개 특유의 용맹성도 한몫했습니다. 사냥 본능이 너무 두드러져서 인명구조 테스트 당시 이탈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합니다. 목표를 잘 따라가다가도 주변에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바로 현장을 벗어났습니다. 그래서 진돗개와 삽살개는 용맹함을 인정 받았음에도 구조견으로는 불합격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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