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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맹독물질 2, 3차 피해 키운 구미시

송의호
대구총국 기자
3일 오전 경북 구미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합동영결식이 열렸다. 지난달 27일 작업 도중 맹독성 화학물질 불산 유출로 졸지에 목숨을 잃은 휴브글로벌㈜ 직원 4명의 넋을 기리는 자리다. 20대 외동 아들을 먼저 보낸 어머니는 “누가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통곡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추도사를 통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고 현장 인근 산동면 봉산·임천리 주민들은 지금도 두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고 있다. 3일 하루에만 153명이 찾아 전체 숫자가 560여 명에 이른다. 수확을 앞둔 인근 지역 포도·멜론·대추 등 과수와 벼는 온통 잎이 말라버렸다. 소와 개 등 가축은 침을 흘리거나 사료를 먹지 않고 있다. 농작물·가축으로 2차 피해가 이어지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사태가 이런데도 구미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피해를 접수하고 불산 의심증세 주민을 병원으로 실어 나르는 편의를 제공하는 게 전부다. 당국의 안이한 대처는 사고 초기부터 이어졌다.



 사고 직후 대피했던 봉산리 주민들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다음 날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사고 발생 8시간 만에 도착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최첨단 화학물질 분석 특수차량’이 내놓은 결과 때문이었다. 사고 다음 날 오전 1시 측정한 대기 중 불산 농도가 1ppm으로 인체에 유해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수차량은 서둘러 철수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불산은 아주 적은 양이라도 동식물에 영향을 준다”며 “예방을 위해서도 지금 즉시 피해지역 주민을 다시 피신시킬 것”을 촉구했다. 토양과 수질, 주민 역학조사 결과가 모두 안전한 것으로 드러날 때 복귀시켜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 수습 과정도 문제였다. 불산을 중화하는 데는 물 아닌 석회가 필요하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물을 뿌렸다. 석회를 뿌린 것은 사고가 난 지 22시간 뒤였다. 전문가들은 수습 초기 물과 반응한 불산이 연기까지 뿜으면서 사태를 더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불산을 취급하는 공장이나 구미시도 석회를 비축하지 않고 있었다.



 사고 현장과 영남지역 식수원인 낙동강은 6㎞ 떨어져 있다. 불산이 낙동강까지 날아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구미시는 사고 사흘째 소방차를 동원해 마을을 물청소했다. 구미시엔 독극물 관리지침이나 사고 시 대응 매뉴얼도 없다. 불산 누출 사태는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주민에게 2, 3차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충격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고인 만큼 당국의 체계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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