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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보육은 미래를 위한 저축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정부는 올해 시행한 무상보육을 1년 만에 개편하는 결단을 내렸다. 0~2세 무상보육 지원을 철회한 것이다. 2013년 3월부터 전 계층 무상 지원에서 소득 기준으로 차등 지원하기로 제도를 바꾸었다. 예산의 제약 때문에 내린 고심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보편적 보육을 약속한 여야 정치권의 압박을 견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벌써 여성단체들도 보육 책임을 가정에 떠넘기는 결정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논란이 되고 있는 0~2세 아이에 대한 보육제도 개편안의 골자는 두 가지다. 첫째는 소득 상위 30% 가구에는 양육수당(현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둘째는 모든 가구에 보육시설 이용료(바우처)를 지원하되 맞벌이 가구에는 종일제, 전업주부에게는 반일(半日)제 보육을 제공한다.



 예산의 제약과 보편적 보육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해법은 없을까. 소득 상위 30%와 하위 70%를 가르는 하나의 기준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모든 가정에 양육수당을 지원하되 고소득층일수록 혜택을 줄이고 자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대신 저소득, 취약계층에게는 혜택을 늘려 부담을 줄인다. 그리고 소득 기준 외 자녀 수를 따져 다자녀 가구를 더 많이 지원해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강화해야 한다. 맞벌이는 종일제, 외벌이는 반일제와 같은 획일적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업주부에 대한 종일제 보육 지원이 합리적이지 못할 수 있으나 가정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구 형편에 따라 보육시설과 양육수당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 이용하는 방안을 옵션으로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 10만~20만원 수준인 양육수당의 수준을 좀 더 인상하는 게 좋겠다. 적정 양육수당은 부모의 양육노동의 경제적 가치, 가정보육 비용, 시설 보육료 지원 수준과 형평성을 고려해 정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0~2세 아동 중 54%가 보육시설을 이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인 3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50%대의 시설 보육률을 보이는 덴마크·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국가와 유사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여성 취업률이 복지 선진국보다 낮음에도 0~2세 어린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이유는 뭘까. 강한 모성애를 가졌던 우리 전통이 근래 들어 점차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선진국과 달리 육아휴직이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안정된 소수의 직장 근로자만이 1년의 육아휴직을 쓴다. 아이의 부모에게 충분한 육아휴직의 기회를 보편적으로 줬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이 여의치 않으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보육에는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현재 0~5세 아이가 자라 중추적인 근로계층인 38~43세(2050년)가 될 때면 한국은 노인이 전체 인구의 37%에 달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그때가 되면 이들이 사회적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 이 점을 생각하면 현재의 0~5세 아이에 대해 투자하는 돈은 아깝지 않다. 게다가 0~5세 아동은 점차 줄어 보육예산도 줄 것이다. 그러나 보육투자를 통해 아이를 많이 낳게 되면 보육예산은 늘어나야 한다. 그렇더라도 우리 사회의 생산인구가 증가하게 되면 보육비용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아이에 대한 사회투자는 기성세대가 노후를 맞을 때 다시 찾아 쓰는 사회저축과 같다. 북유럽 국가나 프랑스·영국 등은 취학 전 아동의 보육·교육에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2007년 기준)을 쓴다. 우리는 최근 몇 년간 대폭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약 0.5%에 불과하다. 어렵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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