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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힐링캠프 원조

“…이제부턴 가부좌네 다섯 시간 전 부치네/ 허리 한 번 펴고 싶네 한 시간만 눕고 싶네/ 남자들은 티비 보네 뒤통수를 째려봤네/ 주방에다 소리치네 물 떠 달라 난리치네/음식 장만 내가 했네 지네들은 놀았다네/절하는 건 지들이네 이 내 몸은 부엌 있네/피곤해서 누웠다네 허리 아파 잠 안 오네/ 명절 되면 죽고 싶네 일주일만 죽고 싶네/십 년 동안 이 짓 했네 수십 년은 더 남았네”.

언젠가 이런 시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것을 보았어요. 마음이 편치 않았죠. 제가 누구냐고요? 좀 더 들어보세요. 어린이날·현충일·여름휴가·크리스마스까지 저를 부러워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 천덕꾸러기가 돼 버렸어요. ‘명절 스트레스 1위는 가사노동’ ‘명절 증후군’ ‘두려운 공포의 명절’…무엇보다 ‘명절이혼’이란 말을 들을 때는 정말 죽고 싶었어요. 저 때문에 가정이 깨진다니. 어느 날 정말 죽고 싶은 마음에 유언장을 쓰기도 했어요.

“누가 내 이름에 ‘스트레스’란 빨간 딱지를 붙였다. 그 딱지를 글로벌 스타일로는 ‘프레임’이라 한단다. 프레임이란 귀신(?), 누가 나를 그 지옥에서 건져줄 수 있을까? 구닥다리 구형 휴대전화도 ‘효도폰’이란 이름으로 잘만 팔리고 ‘알뜰폰’이라 이름 붙여 그 영화를 누리고 있는데…나도 누가 살려줬으면.”
아직도 제 이름이 궁금하다고요? 고향집·용돈·마을축제·먹거리·뿌리교육·효도잔치…한마디로 행복의 종합선물세트였지요. 그런 저를 사람들은 명절이라고 불러 주었어요. 그래서 부탁인데 저를 ‘힐링캠프’로 바꾸어 줄 수 없나요? 과거를 묻고 답한다는 측면에서 청문회나 힐링캠프는 같아 보이지만 청문회는 비리를 파헤치고 힐링캠프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게 다르죠.

실은 힐링캠프의 원조가 저였거든요. 가족을 뿔뿔이 흩어놓고 해체시키는 ‘용광로’가 아니라 구성원들을 모여들게 하는 ‘모닥불’ 말이에요.
어느 집은 실제로 명절캠프를 떠난대요. 가족 건강을 위해 대체의학 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거죠. 또 어떤 가족들은 역사 탐방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한다고 들었어요. 아참, 저도 가끔 TV를 봐요.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에요. 올 초 설날 직전에 방영된 ‘명절에 남편이 하면 안 되는 행동’. 제 이름이 나와서 더 재미있었어요.

“아내가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TV를 보는 건? 된다. 대신 TV 보면서 웃는 건 안 된다. 무감정으로 봐야 한다. 낮잠 자는 건? 된다. 단, 베개를 베는 건 안 된다. 자연스럽게 잠들어야 한다.” 그리고 효종이 조카가 말했어요. “여성들이 명절 치르는 고통은 산고(産苦)와 똑같아요. 아이 낳으면 산후조리 하듯 명절이 끝나면 명후조리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연휴가 나흘이니 명절 후 나흘은 남편이 알아서 밥 차려 먹고 청소도 해야 합니다.” 저도 여성들의 고통, 이해해요. 하지만 남성들도 고민스럽고 힘들긴 매한가지예요. 항상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애정남에게 물어서라도 미리 규칙을 정하세요. 그러면 명절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작은 축제가 될 수 있어요.

성경에서 이런 말을 보았어요. ‘외양간에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잠 14:4). 그 한 가지 기쁨, 행복을 얻기 위해 몇 가지 불편쯤은 능히 감당해 낼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힘내세요. 귀성길, 짜증 그만 부리고요.

명절날 아침에 명절이가.



송길원 가족생태학자.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로 일하고 있다. 트위터(@happyzzone)와 페이스북으로 세상과 교회의 소통을 지향하는 문화 리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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