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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힘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하대하거나 친숙하게 부르는 말이다. 이웃집 부인부터 시장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호칭되고 있다. 아줌마는 일반적으로 부스스한 파마머리에다 ‘몸뻬’ 바지를 입고 이해관계가 빠르며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행동파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다 보니 세상에는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줌마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줌마는 가냘프고 연약한 여성상보다는 다소 중성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그래선지 실제 아줌마인 사람들도 아줌마라고 부르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젊은 여인을 아줌마라고 부르면 자존심이 상해 경련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우리 주위에선 유사한 연배의 여성에 대해 아줌마·여사님·사모님으로 다양하게 호칭한다. 주로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력, 연령 등을 봐 가며 아줌마가 여사님이 되고 사모님도 된다. 심지어 여성 간에도 ‘너는 아줌마, 나는 사모님’이라는 보이지 않는 차별적 인식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평가절하되고 공연히 무시되는 아줌마의 이면에는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삶을 살아오며 가족과 가정을 지켜온 끈기와 저력이 있다. 이제는 아줌마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간의 공적을 평가해 아줌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부인의 역할은 전통적으로 가정이라는 울타리로 한정돼 있었다. 부인이 가정을 벗어나 사회로 들어가 아줌마라는 호칭을 받게 된 배경에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자유로워진 점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아저씨들이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저씨들은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 실패해 실의에 젖으면 면벽하고 돌아눕는다. 그러면 팔을 걷어붙이고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요구르트 아줌마이고 아모레 아줌마다. 1970년대 농한기에 노름과 음주로 세월을 보내던 남정네들을 새마을정신으로 무장시켜 집안과 마을 안팎의 생활환경을 바꾸고 소득 증대를 일궈 낸 일등공신 역시 아줌마다. 어찌 보면 양성평등 실현의 주역이 아줌마다.

빤한 남편 봉급 탓에 시장에서 100원을 깎으려고 염치 불구하고 투쟁하면서도 남편 몰래 적금을 부어 가며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현명한 사람들도 아줌마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장롱에 숨겨 둔 금붙이를 꺼내 놓을 때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관대한 사람들이다. 아줌마의 동의 없이 아저씨들이 독단적으로 집안의 금붙이를 내놓는다는 것은 우리 가정의 역학관계에 비춰 상상하기 어렵다. 핸드볼·배구 등 스포츠 전선에서도 팀의 중심을 잡아 주며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주역 역시 아줌마들이다. 지하철에서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막가파에 대해 비겁한 남성들이 못 본 체 피해 갈 때 용기 있게 나서는 정의파도 아줌마다.

소통의 시대에 소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는 약할지 모르지만 낯선 사람과도 거리낌없이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달인이 아줌마다. 심지어 아들을 군대에 보낸 아줌마들이 직접 군대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여성 예비군 소대까지 만들어졌다. 여군이 아니라 아줌마 특수부대인 셈이다.

이제는 아줌마들이 가정의 보루에서 점차 나라의 기둥이 돼 가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국난의 시절에 아줌마의 역할이 빛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데 아줌마는 더 강하다. 아줌마는 외국어 한두 자로는 쉽게 번역할 수 없는 우리만의 단어다. 외국에도 하키 맘과 같은 극성스러운 아줌마가 있지만 자녀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는 정도일 뿐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열혈 아줌마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억세지만 따뜻한 정이 있고 경제논리가 아닌 삶의 논리로 무장하고 어설픈 정치인보다 애국심이 강한 아줌마의 힘이 대한민국을 지켜 나가고 있다.



조환복 서울대 무역학과. 외시 9회. 주중 대사관 경제공사, 주홍콩 총영사,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주멕시코 대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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