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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지 미약? 늑장 수사? 불공정 시비 잇따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31일 대검찰청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의 수사는 ‘칼’에 비유된다. 사회의 악을 제거한다는 의미에서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정교하게 흉부를 도려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사회의 악을 도려내는 외과 의사’라고 자처하기도 한다. 그런데 검찰이 최근 칼을 함부로 다룬다는 얘기가 나온다. 새누리당 돈 공천 의혹 수사는 사건 무대가 부산이란 이유로 부산지검 공안부에 맡겼다. 반면 민주당 돈 공천 수사는 시작부터 최정예 수사팀인 대검 중수부가 칼을 잡았다.

칼을 휘두르는 속도에도 차이가 났다. 새누리당 수사 때는 수사가 불거진 의혹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민주당 수사는 관련자를 체포한 지 사흘 만에 동시에 구속하는 등 전광석화로 진행됐다. 칼끝의 방향도 여당 수사와 달리 야당 수사에선 실세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잇따라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검찰은 처음 제기된 의혹과 달리 변죽만 울려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쳤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같고도 다른’ 여야 돈 공천 수사
“제대로 끝낼 생각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내려 보냈겠습니까. 흐지부지 끝날 텐데요 뭐….”
지난 8월 초, 새누리당 돈 공천 의혹 사건 취재차 부산에서 만난 한 변호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당시 부산지검 공안부는 4·11 총선을 앞두고 현영희(61· 전 새누리당) 무소속 의원을 수사 중이었다. 현 의원은 브로커 조기문(48)씨를 통해 총선 당시 공천심사위원이었던 현기환(53)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지역구 의원 공천 대가로 3억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를 받고 있었다. 현 전 의원은 4·11 총선 당시 개혁 공천을 앞세운 박근혜(60)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측근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박 후보에까지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수사 결과는 변호사의 예측대로였다. 검찰은 50여 일 만인 지난 24일 조씨에게 5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현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종 목적지’로 지목된 현 전 의원이나 현 의원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은 홍준표(58) 전 새누리당 대표는 무혐의 처분했다. 사건 제보자 정동근(37·총선 당시 현 의원 수행비서)씨로부터 돈 전달과 관련한 구체적 진술과 사진·문자메시지 등 정황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변죽만 울린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수사 초기부터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검찰은 사건의 주 무대가 부산이란 이유로 이를 부산지검으로 내려보냈다. ‘늦장 수사’란 지적도 나왔다. 현 의원의 자택·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지 4일 만에 현 전 의원의 자택을 찾았다. 그마저도 현 전 의원이 부산을 방문할 때 주로 해운대 모친 자택을 이용하는데도 텅 빈 사하구 자택을 수색하는 바람에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건 브리핑 때마다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기개’를 보여주기도 했다. 법원이 “3억원을 건넨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다음 날 A4용지 4페이지 분량의 반박자료를 냈다. 곧바로 “공천을 받도록 도와달라”며 조씨에게 3억원을 건네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 윤영석(48) 새누리당 의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실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미 ‘진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새누리당 돈 공천 수사가 잦아들 무렵 민주당을 겨눈 수사가 시작됐다. 양경숙(51) 전 라디오21 대표가 4·11 총선을 앞두고 사업가 정모(53)씨 등 세 명으로부터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며 40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수사였다.

시작은 화려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하겠다”며 검찰 최고 화력을 자랑하는 대검 중수부에 수사를 맡겼다. 대검 관계자가 스스로 나서 이를 ‘공천 헌금 의혹 사건’으로 규정했다. 박지원(70)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해찬(60) 민주당 대표가 연루됐다는 의혹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수사 결과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진 단순 사기 사건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검찰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양 전 대표와 정씨 등 돈을 주고받은 네 명만 구속기소했다. 공천 헌금 의혹 사건이란 수사 타이틀은 ‘공천 명목 금품수수’ 사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야당 의원들은 “대검 중수부가 사기 사건도 수사하느냐”고 비난했다.

두 사건 수사 결과는 닮은꼴이다.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나온 핵심 인물들은 법망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수사 과정은 대비된다. 이 때문에 전자는 ‘수사 의지가 없다’는, 후자는 ‘총력을 다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 결과를 두고 나오는 비판은 달게 받겠다. 하지만 수사에 의도가 있었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야당선 “정권 잡으면 검찰부터 개혁”
최근 검찰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대공·선거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다. 4·11 총선 선거사범 공소시효(10월 11일)를 앞두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공안1부는 4·11 총선 당시 서울 관악을 지역구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여론조사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전화 190대를 설치해 자동응답전화(ARS)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이정희(43) 전 통진당 대표의 선거캠프 관계자 김모(42)씨 등 네 명을 구속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 전 대표는 무혐의 처분했다. 조작에 관여했거나 최소한 사전에 보고받은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 발표에서 검찰은 ▶이 전 대표 사무실에도 조작용 전화가 20여 대나 설치됐고 ▶이 전 대표의 보좌진이 대거 조작에 간여했으며 ▶이 전 대표와 일부 보좌진의 동선이 일치한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의심할 만한 정황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직접 증거만 갖고 판단했다”며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선 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기보다 재판에서 이 전 대표가 무죄로 밝혀질 경우 역풍을 고려해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수사팀은 이석기(50)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8일엔 이 의원을 소환해 이 의원 소유의 선거홍보대행사 CNC(씨앤커뮤니케이션즈)가 총선 당시 통진당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납품한 선거물품 비용을 부풀려 신고해 국고에서 보전받은 의혹에 대해 캐물었다. 이 사건은 올 6월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이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가 전국에 흩어져 있다는 이유로 중앙지검 공안1부로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관련자들을 소환해 이 의원을 압박해 왔다.

홍사덕(69) 전 새누리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홍 전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사업가 진모(57)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000만원 받은 혐의에 대해서다. 검찰은 선관위 고발장이 접수된 지난 18일 제보자를 소환조사한 데 이어 20일 홍 전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검찰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홍 전 의원이 연루돼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을 재빠른 수사 행보의 이유로 앞세웠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사건이 새누리당에 악재로 작용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이 의도적으로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홍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넨 진씨의 측근 인사는 “진씨가 홍 전 의원뿐 아니라 새누리당 인사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이 홍 전 의원 선에서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용두사미’ ‘편파수사’란 지적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어떨까. 검찰 관계자들은 종종 “정권 실세였던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구속시킨 것을 보고도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고 얘기할 수 있느냐”고 반박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받은 돈이 대선자금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비리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지난 8월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켜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2007년 대선 때도 공안부서에선 ‘최대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사를 피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정치 검찰’이란 오해를 받지 않으려고 검찰에서도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대선까진 80여 일이 남았다. 야당은 “정권을 잡으면 검찰부터 개혁하겠다”고 밝혀 대선 결과는 직접적으로 검찰의 이해와 맞물려 있다. 선거철마다 “대선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검찰의 운명이다. 입버릇처럼 ‘수사는 나오는 대로 한다’는 검찰의 수사 원칙이 지켜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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