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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하나하나에 지지율 널뛰기…참 다이내믹”

“한국 선거는 뻔한 이야기를 뻔한 형식으로 이어가요. 긴 연설하고 박수받고…. 미국 선거에 비해 재미가 많이 떨어져요.”
새누리당 청년소통모임인 ‘빨간 파티’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최진범(26)씨는 대선을 앞둔 한국의 선거운동 분위기에 대해 “지루하고 투표권 없는 사람에겐 관심이 거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를 마쳤고 워싱턴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아 2003년 미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등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주지사 선거 운동 땐 친구들과 음악밴드를 조직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당시 그가 느낀 선거는 선거라기보다 축제였다. 최씨는 “대학생들이 유세장 주변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주민들이 우리 공연에 맞춰 춤도 추고 그러면서 하나가 됐다”고 기억했다. 한국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지난 6월 귀국해 새누리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의 대선을 좀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20대 해외 유학파들이 보는 한국 대선


대선 D-81.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캠프엔 최씨와 같은 젊은 해외 유학파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이들이 지켜본 한국의 선거는 어떨까. 각 캠프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 3명과 미국 현지에서 한국 대선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2명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 미국에서 선거 자원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거나 의원실에서 인턴활동을 했다. 새누리당 최진범, 민주통합당 임소현(24ㆍ미 일리노이대 졸업ㆍ정치학), 안철수 캠프 채경열(24ㆍUC버클리 졸업ㆍ정치학)씨다. 미 현지 유학생은 백두산(28ㆍ미 퍼듀대 전자공학 박사과정)씨, 윤수민(24ㆍ미 마운트 홀리요크대ㆍ심리학)씨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여기니 불통
정책이 없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정당 간 정책 논쟁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중심을 이룬다는 것이다. 채경열씨는 “미국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정책 토론회가 가장 큰 행사다. 대선 때마다 가장 중요한 이슈를 놓고 논쟁을 펼친다. 한국은 정책보다 선거 시점에서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라고 말했다. 주요 후보들이 가계부채, 자녀 교육, 근로자의 권리 향상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기는 하지만 후보들도 국민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두산씨도 “우리나라에선 정책보다 후보의 역사 인식 같은 것이 훨씬 더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게 미국과의 차이”라고 말했다.

최진범씨는 주요 후보 간 정책을 둘러싼 토론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많은 것을 이렇게 풀이했다. “한국에선 다르다(different)는 것을 ‘틀리다’(wrong)’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친구들에게도 정치적 견해에 대해 다른 의견을 말하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당황스러워 이젠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게 꺼려진다. 정당도 복지ㆍ세금 등 정책을 다룰 때 상대 당의 정책을 무조건 틀렸다고만 한다. 그렇게 되면 소통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정반합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 스스로 각 후보의 정책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씨는 “미국에선 공화당을 지지하더라도 민주당의 정책이 어떤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각 후보의 정책을 이해하려는 유권자가 적지 않았는데 한국은 그런 면이 부족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한국 선거법, 미국보다 훨씬 엄격
휴대전화로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모바일 투표는 한국 선거의 특징으로 꼽혔다. 퍼듀대에서 공부하는 백씨는 “인터넷 뱅킹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미국에선 한국처럼 휴대전화를 이용한 투표 방식을 상상도 할 수 없다. 한국에서 휴대전화로 후보를 뽑는다고 하면 주변의 친구들이 ‘그게 가능하느냐’며 신기해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대선을 통해 한국이 세계적인 인터넷ㆍ모바일 강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후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은 미국보다 뒤진다는 지적이다. 임소현씨는 “미국 대선은 SNS를 통해 짧고 굵직한 메시지를 자주 전하는데 한국 대선은 현장에서 긴 연설을 하는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유학파는 한국 대선이 ‘다이내믹’하다고 평가했다.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누가 대통령이 될지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슈 하나 하나에 각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것을 흥미로워했다. 채경열씨는 “대선 후보마다 고유한 이미지가 있는데 국민 각자가 선호하는 이미지에 따라 지지율이 달라지는 것 같다. 박근혜 후보 이미지는 ‘풍부한 경험’, 문재인 후보는 ‘의리’, 안철수 후보는 ‘기성 정치 탈피’로 보이는데 모두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 대통령의 등장 가능성은 관심사다. 임소현씨는 “지난번 미국 대선에서 최초 흑인 대통령의 등장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는데 이번 한국 대선에서는 여자 대통령 후보가 나왔다는 게 큰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윤수민씨는 “한국에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여성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며 “이제 여성 대통령으로써 한국의 정치 성장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유학파들은 한국 정치인들이 평소엔 유권자들과 접촉이 별로 없다가 정치 시즌이 되면 집중적으로 다가가는 것을 한국ㆍ미국 간 선거 문화의 차이라고 꼽기도 했다. 채경열씨는 “2010~2011년 미 민주당의 한 하원의원실에서 인턴 활동을 했는데 그 의원은 지역 소방서 소방관이 퇴임하면 그동안 열심히 주민을 위해 일해줘 감사하다는 편지를 비롯해 상당히 많은 편지를 보냈다”며 “우리는 선거 유세 기간에만 집중적으로 국민을 만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선거법이 매우 엄격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진범씨는 “미국에서는 고등학생들도 선거운동을 하는데 한국에선 공식 선거 기간 전에는 사람들을 동원하기 어렵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해외 유학파 자원봉사자들은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얘기했다. 백두산씨는 “한국 사회엔 불신의 벽이 높다. 다음 대통령이 나라 분위기를 ‘불신’에서 ‘신뢰’로 바꿔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진범씨는 “나와 너를 구분 짓는 한국이 아닌, 우리가 될 수 있는 한국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소현씨는 한국의 ‘냄비근성’을 바꿔 달라고 주문했다. “빨리 끓어올랐다가 빨리 식어버리는 지지가 아닌, 꾸준한 지지를 받는 믿음직스러운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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