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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혁명으로 유아캐릭터 ‘폴총리’ 시대 열다

이동우 로이비쥬얼 대표가 “게임에 빠진 초등학생들을 모조리 끌고 오겠다”며 기획 중인 차기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위는 ‘로보카 폴리’의 주인공 경찰차 폴리와 헬리콥터 헬리가 로봇으로 변신한 모습. 아래 사진은 로이비쥬얼의 히트 캐릭터인 ‘우비소년’과 ‘치로와 친구들’(왼쪽부터). 조용철 기자
지난해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때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완구점 등에서 ‘이것’의 품절 소동이 일어났다. 인터넷에선 자녀나 조카의 선물을 구하지 못한 부모와 친지들의 “‘이것’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일부 도매상이 한꺼번에 물량을 확보해 웃돈을 붙여 ‘이것’을 거래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올 초엔 ‘이것’의 중국산 짝퉁을 들여와 팔던 국내 업자가 적발됐다. 4월엔 프랑스 주요 지상파 방송인 카날+의 유아전문채널 PIWI+에서 ‘이것’이 방영되기 시작했다. 곧이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기아 퇴치를 위해 ‘이것’을 친선 파트너로 임명했다.

파워 차세대 ⑥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도전하는 이동우 로이비쥬얼 대표

미취학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이것’이 뭔지 대강 눈치챘을 것이다. 아니, 미취학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것’을 모를 리 없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EBS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이하 폴리)’다. 평균 시청률 5%대, 최고 시청률 9%대를 기록한 히트작이다. 놀라운 건 완구 판매량이다. 지난해 300만 개가 팔려 나갔다. 보통 30만~50만 개 팔리면 히트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초(超)대박’이다. 해외 수출 실적도 눈부시다. 프랑스 등 유럽 11개국에 대만 최대 어린이 채널인 YOYO TV를 포함, 홍콩·인도네시아·싱가포르·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 대부분에 팔렸다. 케이블TV보다 지상파를 파고든 점도 특기할 만하다.

현재 방영 협상 중인 나라를 포함하면 내년 말 100여 개국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송승환 대표의 PMC프로덕션이 뮤지컬로 제작했고 책도 나왔다. 캐릭터 사업의 궁극적 가치인 ‘OSMU(원 소스 멀티 유즈)’의 모범사례다. ‘폴총리(폴리+총리)’라는 애칭도 얻었다. ‘뽀통령(뽀로로+대통령)’에 견준 말이다. 업계에선 “유아용 캐릭터 공화국이 대통령 중심제(뽀통령)에서 내각책임제(폴총리)로 바뀌었다”는 농담이 돌 정도다. ‘뽀통령’ 장기 집권 체제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주인공은 이동우(39) 로이비쥬얼 대표다. 21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논현동의 회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매장서 日 파워레인저 몰아내고 싶었다”
로이비쥬얼은 지난해 매출 50억원을 올렸다. 올해 예상은 100억원이다. 상반기까지 관련 상품을 포함해 ‘폴리’로 형성된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5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완구 300만 개를 팔겠다는 욕심으로 ‘폴리’를 기획했던 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대신 ‘아빠의 마음’을 강조했다. 그는 초등 4학년, 초등 1학년 두 아들을 뒀다. ‘폴리’의 부모 격인 이 대표와 연출자 엄준영 감독, 김선구 기획이사 등은 모두 어린 자녀를 둔 아빠다. 내 아이가 보면 좋을 성싶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열망을 담았다고 한다.

“유치원 다니는 4∼7세 아이들이 볼 만한 애니가 없어요. 그 나이쯤 되면 ‘뽀로로’는 졸업하는데, 볼 게 마땅치 않으니 ‘못 말리는 짱구’ 아니면 ‘파워레인저’ 같은 일본 애니로 옮겨가요. 그 또래 아이들에겐 부적절하거나 폭력적인 내용이 꽤 많죠. 저희 아들도 ‘파워레인저’ 흉내낸다고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을 때리는 통에 제가 불려가기도 했어요. 이래선 안 되겠구나 싶었죠. 양질의 콘텐트를 만들어 백화점이나 마트 판매대에서 파워레인저를 몰아내자고 결심했죠.(웃음)”

그래서 작품 내용에도 자신의 아이들이 배웠으면 싶은 가치를 담고자 했다. 예를 들면 소통과 배려다. 경찰차 폴리, 소방차 로이, 구급차 엠버, 헬리콥터 헬리 등 브룸즈 마을 구조대원인 폴리와 친구들은 서로 협력하고 지혜를 짜내 위기상황을 헤쳐나간다.

“일본 애니는 단선적인 선악 구도가 많아요. 대결 구도가 극적인 긴장감을 높여줄지 모르지만 교육적인 건 아니거든요. 교사와 부모가 가르치기 힘든 가치를 은연중에 배웠으면 했죠. 청소차를 주인공으로 한 이유도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니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거죠. 맞벌이 부모와 자녀,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손녀 사이의 갈등을 해소시켜 주는 이야기를 넣기도 했고요.”

완구 제품에도 남다른 정성을 기울인 이유는 부모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애니가 히트하면 관련 상품은 라이선스 업체에서 캐릭터 바이블(완구 제작할 때 지켜야 하는 캐릭터 특성을 쓴 설명서)에 따라 만드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폴리’ 완구를 만든 홍콩 유명 완구회사 실버릿과 로이비쥬얼은 달랐다. 기획 전부터 뜻을 같이 했다.

“실버릿은 전 세계에 지사를 둔 글로벌 회사예요. 그런 회사가 TV 방영이 확정되지도 않은 외국 애니에 20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한다는 건 매우 이례적이었어요. 방영과 동시에 완구를 출시한다는 계획 때문이었죠.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완구를 만들고 싶다는 철학이 실버릿 회장님과 저 사이에 통한 것 같아요. 저도 아이들 장난감을 사준 뒤 값은 비싼데 마무리가 허술하고 금방 망가져서 속상한 적이 많았거든요. 아이든 부모든 속상하지 않는 장난감이 됐으면 했어요.”
그는 ‘폴리’의 성공에 대해 “남들 다 하는 건 안 하려고 하고, 남들 안 하는 건 하고 싶어하는 회사의 특징 덕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깃 연령층만 해도 그렇다. 그가 4∼7세 대상 애니를 만들겠다고 하자 다들 뜯어말렸다고 한다. “유아용이면 유아용, 어린이용이면 어린이용이지 세계 어느 나라에도 4∼7세 시장은 없다면서 다들 부정적이었죠. 하도 반대가 많다 보니 ‘그런 시장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틈새시장 공략은 결국 주효했다.

14년 전 3000만원 갖고 옥탑방서 창업
‘폴리’의 성공이 돋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열악한 애니산업 환경에서 로이비쥬얼이 15년째 버텨온 중견 제작사라는 데 있다. 이 대표는 ‘뽀로로’를 만든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와 더불어 창작 애니 기획 1세대다. 이 세대의 특징은 유년 시절 만화와 애니를 좋아하다 성장하면서 직접 창작 현장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는 어린 시절 틈 날 때마다 만화를 그리며 ‘미래소년 코난’ 같은 걸작을 만드는 꿈을 키웠다. “미대에 가면 애니 배우는 줄 알고 서울의 한 대학 공예과에 진학했지만 곧 괴리를 느끼고 학업과 멀어졌다”고 한다.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한 후 애니 하청회사에서 일하다 친구들과 자본금 3000만원으로 홍대 앞 옥탑방에 로이비쥬얼을 차린 게 1998년. 회사 이름이 된 ‘상상의 혁명(Revolution of Imagination)’을 일으켜보자는 결기로 충만했던 시절이다.

경영학과 회계를 독학해가며 회사를 운영한 지 3년째에 ‘우비소년’이 히트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e-카드와 플래시 애니메이션이었다. 기묘한 생김새에 개성 있는 성격의 우비소년은 당시 대중문화에 불던 ‘엽기’ 코드를 이끌기도 했다. 짝퉁 완구가 나돌 정도로 인기를 누렸고, 애니 시리즈는 SBS·KBS에서 방영됐다. 이후 2008년 ‘치로와 친구들’을 기획해 아이코닉스와 공동 제작했다. EBS에서 방영된 ‘치로와 친구들’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문화관광부가 주는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예정된 투자가 취소되며 회사에도 위기가 왔다. 6개월간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해 살던 집 전세금을 뺄 만큼 어려웠다. 그런데도 회사를 그만둔 직원이 거의 없었던 점이 그는 자랑스럽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산업 환경이 열악한데도 10년 넘게 창작을 해왔다는 자부심이 직원들을 버티게 했던 것 같아요. 돈 벌려고 애니를 하는 게 아니라 애니를 하기 위해 돈을 버는 회사라는 자부심이죠. 소위 ‘하청’도 하지 않고 오로지 창작으로만 버틴 회사가 국내에 드물거든요.”

그를 통해 듣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실은 척박하다. 하청에 비해 창작 애니 비율은 날로 높아가지만 제작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산업 환경은 불안정하다. 극장용이 성공한 것도 지난해 220만 관객을 동원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 사실상 첫 사례다. 작품 한 편 히트했다고 제작사가 안정된 기반을 갖기도 힘든 현실이다. 문화콘텐트로서 애니가 갖는 중요성에 비해 정부 지원이나 민간·공공 투자가 미미하다. 이만큼 성공한 것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콘진원 등 정부 지원금이 연간 100억원쯤 되는데, '폴리'는 그래도 지원금을 많이 받은 편이었지만 대개 한 군데 몰아주기 어려우니 2억-3억원씩 쪼개줘요. 큰 도움이 못 되는 거죠. EBS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애니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비인기시간대에 편성하는 경우가 많고요. 애니는 어린이들의 정서를 형성하는 문화콘텐트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해요. 1∼2년 안에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키울 산업이죠. 한글도 배우기 전에 아이들이 ‘뽀로로’를 보잖아요. 프랑스 등 많은 나라가 유아용 애니에 대해 의무방영제를 실시하는 이유도 그래서겠죠. 하지만 현실은 투자조합 하나 변변한 게 없고, 투자사 문을 두드려도 수익모델이 안 나온다고 거절당하는 게 태반이에요. 그래서 이 산업으로 들어오는 신규 인력이 이젠 거의 없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현실에서도 도약을 향한 이 대표의 꿈은 계속된다. 그는 “이제 우리의 경쟁 상대는 디즈니나 니켈로디언(‘스폰지밥’ 제작사이자 애니 전문채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8년만 해도 저희가 이렇게 성장할 줄 상상도 못했어요. 얼마 전 파리에 출장간 해외 마케팅 담당자가 시내 토이저러스(완구전문매장)에 깔린 폴리 장난감을 촬영해 보내줬는데 정말 믿기 어려웠죠. 디즈니 매출이 저희 회사 1000배쯤 되는데 10배라도 쫓아가 보는 게 목표입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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