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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서열 판치던 서울교육 협동과 공존 가르쳐 새 바람

김정명신 서울시의원이자 참교육학부모회 자문위원. 서울시교육청 교육발전자문위원회 위원, 서울시교육청 인권위원회 위원, 문화연대 공동대표,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그간 대선이든 총선이든 각종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책보다는 인물에 더 관심을 갖고 투표를 했다. 그러나 2010년 교육감 선거는 역사상 최초로 치러진 정책선거였다. 무상급식정책과 혁신학교 정책을 내세운 곽노현씨가 서울교육감에 당선되면서 서울교육은 정책선거를 톡톡히 체험했다. 당선 후보에 따라 교육에서 공동체와 협동이 강조되기도 하고, 서열화와 성적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이 교육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2010년 6ㆍ2 지방선거의 시대정신은 보편적 복지였다. 지방선거 공약인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는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전임 공정택 교육감은 경쟁논리와 수월성 교육을 내세우며 학생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또한 뿌리 깊은 교육비리로 서울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 어린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교실 창호 개선사업 예산이 건설업자와 장학사ㆍ교장선생님들에게 리베이트로 돌아갔다. ‘교육계의 별’이라 불리는 장학사 자리가 돈으로 사고팔려 장안이 떠들썩했다. 이런 상황에서 곽 교육감이 등장했다. 서울 유권자들은 교육비리를 척결하고 점심밥만은 차별 없이 먹이고, 혁신학교를 통해 공교육의 표준을 만들어가겠다는 곽노현 후보의 공약에 표를 던졌다. 지난 730일간 곽 교육감이 이룬 서울교육의 기분 좋은 변화는 1300여 개 학교에서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

그가 추진해 온 정책은 서울교육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이다. 그는 참여와 혁신의 서울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개혁을 시도했다.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와 함께 서울형 혁신학교를 도입했다. 교사와 교장에게 자율권을 줘 공교육의 다양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정책이었다. 혁신학교는 2012년 현재 61곳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

곽 교육감은 취임하자마자 교육비리 척결을 위해 각종 위원회에 시민참여를 확대시키고 인사제도를 혁신했다. 때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사실이지만 신망 받는 외부 인사를 위촉함으로써 새로운 인물을 등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교원연수프로그램도 개선했다. 분위기가 ‘일하는 교육청’으로 바뀐 것이다. 또 교원업무 정상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불필요한 정책사업을 줄이고, 교육행정 보조사제도를 도입해 교사들의 잡무를 줄였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고자 했다.

2011년 초엔 직제개편을 통해 칸막이 행정을 없앴다. ‘문제아는 꾸짖을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울어줄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라며 위기학생들을 돕기 위한 책임교육과를 신설했다. 그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혁신과를 만들었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교육희망공동선언을 했다. 이를 통해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함께 학교와 지역사회를 잇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갔다.

서울교육이 지자체와 교육청의 공통의 관심 속에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세운 것이다.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환경이 열악한 학교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하려 노력했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했다. 일선 학교로 나갔다가 몇 년 만에 교육청에 돌아온 장학사들은 하나같이 놀란다. ‘예전엔 장학사만 일을 했는데 이젠 모두 다 일을 한다’고. ‘일하는 교육청’으로 바뀐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은 그동안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개혁을 해냈다. 생소한 초중등교육 분야를 스스로 공부하며 관료들을 끌고 나갔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창의적인 민주시민을 키우기 위해 학교를 바꿔나갔다. 이 과정에서 관료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고 학생인권조례처럼 사회적인 갈등의 폭이 커서 때로는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 취임 직후부터 무상급식 반대에 올인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에게 벼랑 끝까지 몰리면서도 곽 교육감은 늘 자신의 교육철학을 지켰다. 지난 2년간 곁에서 지켜 본 서울교육에 대한 열정은 놀랍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립고등학교를 황폐화시키는 고교선택제를 폐지하지 못한 것이다.

교육의 변화는 격하면서도 느리다. 임기 4년의 교육감을 중간에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곽노현처럼 파란만장한 2년을 보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가 만일 보수진영과 타협했다면 아마 좀 더 행복한 교육감, 성과를 낸 교육감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경쟁과 서열이 난무하던 서울교육에 협동과 공존을 가르쳤다. 감수성과 창의력을 가진 행복한 미래시민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민주주의 교육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스스로를 서울교육을 위한 디딤돌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과업은 미완이다. 참여와 혁신이라는 서울교육의 기조가 큰 변화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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