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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참치, 프랑스 소스, 중국식 센 불 … 하와이는 ‘푸드 용광로’

하와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에드 케니는 축제에 항정살 통구이를 내놨다. 강한 불에 구워 기름을 적당히 뺀 뒤 특제 소스와 바질 등 신선한 채소를 얹은 요리를 선보인 그는 “처음 찾은 하와이에서 바다에 반했다면 다시 찾은 하와이에선 음식에 반할 것”이라며 웃었다.


지난 9월 초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전 세계 미식가들이 모였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이들을 섬으로 끌어당긴 것은 ‘하와이 푸드 & 와인 페스티벌(Hawaii food & wine festival)’. 세계적인 유명 셰프와 하와이 토종 요리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요리를 선보이는 자리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축제다. 이를 위해 뉴욕·로스앤젤레스·보스턴 등 미국 곳곳의 셰프들과 한국·일본·싱가포르 등 각국의 최정상급 셰프 60여 명이 하와이를 찾았다. 국내에서는 에드워드 권 셰프가 참석했고, 농장에서 와인을 직접 생산하는 와인 제조자들과 바텐더 20여 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푸드 올림픽’ 하와이 요리축제



 축제는 9월 6~9일 나흘에 걸쳐 계속됐다. 멍석은 하와이 최고 셰프인 로이 야마구치와 앨런 웡이 깔았다. 식품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James Beard Award)를 수상한 이들은 이번 축제의 공동 의장 자격으로 각국 셰프를 초대하고 행사를 기획했다. 현장에서 만난 로이 야마구치 공동 의장은 “하와이의 풍부하고 싱싱한 식재료는 모든 요리사의 꿈”이라며 “최고의 재료가 최고의 요리사와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6일 모던 호놀룰루, 7일 할레쿨라니, 8일 힐튼 와이키키 리조트, 9일 JW 메리어트 이힐라니 리조트 등 해변을 따라 자리 잡은 천연의 관광지가 축제의 장이 됐다. 바다와 마주한 리조트의 정원 한가운데 100여 개의 테이블이 놓였고 정원을 둘러싸고 30여 개의 부스가 세워졌다. 부스는 셰프들의 주방이자 바텐더들의 바가 된다. 전복·참치·대하 등 갓 잡아 올린 생선들과 돼지·소·닭 등 하와이 농장에서 직접 기른 식재료가 도마에 올랐다.



 하와이에서 재배된 날것의 식재료들은 각국 셰프들의 손을 통해 새로운 음식으로 다시 태어났다. 1500여 명의 손님은 부스를 돌며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마음에 드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소고기 요리에는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레드와인을, 살짝 구운 생선 요리에는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는 식이다. 밥과 생선을 한데 넣어 만든 동양식 요리를 한입 먹은 뒤에는 사케를 찾아 시음하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이나 쿠키·케이크 과일 칵테일을 함께 즐긴다. 오후 6시에 시작된 축제는 해가 저물고 화려한 조명이 켜지는 순간 절정에 다다른다. 하와이의 현악기 우쿨렐레 연주도 ‘알로하 스피릿’을 더하며 흥을 돋운다.



 이번 축제에서 에드워드 권은 우리 음식인 삼계탕을 한입 크기로 만든 ‘차가운 삼계탕’을 내놔 인기몰이를 했다. 삶은 닭의 살을 잘게 찢어 응고시키고 말린 밥을 튀겼다. 통마늘을 얇게 저며 매운맛을 빼내 살짝 튀기고 대추를 썰어 김치와 함께 내놨다.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인삼은 인삼차를 우려 닭과 함께 응고시켰다.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들을 배려하며 한국 음식을 알리겠다는 복안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1000여 명의 참석자가 큰 관심을 보였다.



 하와이 현지 셰프인 존 마츠바라의 대하 요리는 40분 만에 2000인분이 모두 동이 나며 최고의 찬사를 얻었다. 갓 잡아 올려 살이 탱탱하게 오른 새우를 구워 껍질 반을 드러내고 옥수수와 단호박을 으깬 소스를 얹은 요리였다. 새우의 짭조름한 맛과 단호박의 단맛, 옥수수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하와이 특유의 풍미를 선사한 존 마츠바라의 부스는 장사진을 이뤘다. 이 밖에 살짝 구운 아보카도를 얹은 참치구이, 굴소스로 맛을 낸 전복 요리, 강한 불에 통째로 구운 와규 등 다채로운 음식들이 등장해 미식가들을 자극했다.



 이번 페스티벌의 테마는 ‘농장에서 식탁까지(From farm to table)’로 모든 식재료를 하와이에서 그날 준비해 공급하는 게 원칙이다. 나흘간 축제에서 사용된 상추나 토마토·아보카도 등 각종 채소는 하와이의 소규모 농장인 ‘마오 유기농장’과 ‘카후마나 커뮤니티센터’에서 들여왔다. 요리에 사용된 치즈와 버터 역시 ‘하와이 노스 쇼어’나 빅아일랜드의 소규모 농장에서 직접 만들어 낸 것들을 사용했다. 작게는 5~6마리, 큰 규모라고 해도 젖소 20여 마리가 고작인 농장에서는 매일 젖을 짜내 치즈를 만들어 공급했다.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아 신선도는 물론이고 맛도 뛰어나다.



축제는 하와이 전통음식과 퓨전음식이 한데 어울리는 현장이었다. 왼쪽부터 뉴욕의 리앤웡, 하와이안 호텔의 존 마츠바라, 로스앤젤레스의 수전 레니거, 뉴욕의 조너선 왁스맨, 일본의 다카기 야마우치, 로버트 얼바인.


 참치나 날다랑어, 돌고래 고기인 마히마히 등 하와이 인근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들은 매일 오전 인근 경매장인 ‘호놀룰루 피시 옥션’에서 사 온다. 셰프들이 직접 생선을 고르기도 하고 지역 식당이나 호텔·소매상 등에 공급하는 중간업자들이 주로 경매에 참가한다. 이처럼 당일 필요한 재료를 당일에 구입하기 때문에 신선할 수밖에 없다.



 하와이의 셰프들은 중국과 일본, 태평양 인근 국가들의 식재료가 더 싸지만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라도 현지 재료를 고집한다. 하와이만의 요리가 없다는 고민과 지속가능한 재료 수급을 위해서는 지역 기반의 농장을 지켜내야 한다는 논의와 함께 시작된 약속이다. 실제로 이들에게 식재료를 공급하는 마오 유기농장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가난한 학생들이나 농업 경영에 뜻을 둔 지역의 젊은이들을 무상으로 교육하는 곳이다. 농약을 쓰지 않고 손으로 재배하는 데다 학생들이 직접 작물을 파종·재배·수확해 판매까지 겸한다. 한 시간이면 농장에서 하와이 전역에 도착할 수 있어 재료는 늘 싱싱하다.



 로이 야마구치 공동 의장은 “하와이는 이민자들의 나라로 전 세계 요리 방식이 모여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는 신비로운 곳”이라며 “하와이의 땅과 바다가 만들어 낸 재료에 프랑스식 소스를 넣고 중국식으로 센 불에 볶는 등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엔 초고추장을 이용한 김치스테이크를 개발해 곧 시판할 계획”이라며 “각국의 음식을 우리 재료와 요리법에 접목해 새롭게 만드는 게 하와이 음식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앨런 웡 공동 의장은 “10년 전만 해도 하와이의 음식은 맛이 없다는 통념이 있었다. 오죽하면 ‘하와이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하와이 갈 때 먹는 기내식’이라는 농담이 있었겠느냐”며 “하지만 지금은 싱싱한 현지 식재료와 각국에서 수학한 젊은 요리사들의 노력으로 ‘하와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난 음식’을 만들어 냈다”고 자랑했다.



 나흘에 걸친 이번 페스티벌의 모든 행사는 시작 전 모두 매진됐으며 입장료 수입은 하와이 농업재단과 리워드 커뮤니티 칼리지 등 지역의 농장과 예비 요리사들에게 전달됐다. 한국 하와이관광청의 구정회 차장은 “하와이 하면 서핑과 쇼핑, 파인애플농장 등만 떠올리기 쉬운데 하와이의 음식 또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며 “앞으로도 하와이 요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와이=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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