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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일본 정치인, 히틀러 결말을 보라"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1Q84』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3·사진)가 28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간 영유권 갈등을 우려하는 기고문을 아사히(朝日)신문 1, 3면에 게재했다. 그의 글은 아시아 전체에 전달하는 메시지다. 하지만 글의 내용이 최근 영토 문제로 급속히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국내를 겨냥한 것이어서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은 기고문을 요약한 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정치권에 일침 …아사히 기고

 최근 20년 사이 동아시아에서 달성한 가장 기쁜 성과 중 하나는 고유의 ‘문화권’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내 경험에서 말하면 “여기까지 오는 길은 참 길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그만큼 열악했다. 얼마나 심했는지 여기서 구체적 사실을 언급하지 않겠지만 최근의 환경은 현저하게 개선됐다. 지금 ‘동아시아 문화권’은 풍요롭고 안정된 시장으로서 착실히 성숙해가고 있다. 음악·문학·영화·TV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는 자유롭게 등가로 교환되고 많은 이가 즐기고 있는, 참으로 멋진 성과다.



 예컨대 한국의 TV드라마가 히트를 쳐 일본 국민은 한국 문화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친근함을 느끼게 됐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 숫자도 급격히 늘었다. 그것과 교환적이라고나 할까. 한 예로 내가 미국 대학에 있을 당시 많은 한국인 유학생이 내 사무실을 찾아주었다. 그들은 놀랄 정도로 열심히 내 책을 읽어주었고, 우리 사이에는 서로 나눠야 할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런 바람직한 상황이 생기기까지는 긴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이 심혈을 기울였다.



 이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 문제가 그 같은 달성을 크게 파괴한다는 사실이 한 사람의 아시아 작가로서, 또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난 두렵다.



국경이란 게 존재하는 이상 아쉽게도 영토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이슈다. 그러나 이는 실무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또 실무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토 문제가 실무과제를 뛰어넘어 ‘국민감정’의 영역으로 발을 들이게 되면 그건 출구가 없는 위험한 상황이 된다.



 그건 싼 술을 마시고 취한 것과 같다. 싼 술은 불과 몇 잔에 사람을 취하게 하며, 머리에 피를 솟구치게 한다. 사람들의 목청은 커지고 그 행동은 조폭(粗暴·조잡하고 폭력적)해진다. 논리는 단순화돼 자기반복적이 된다. 그러나 한바탕 요란하게 소란을 벌인 뒤 밤이 밝으면 나중에 남는 것은 두통뿐이다. 그런 싼 술을 폼 잡고 흔들어대며 소란을 부추기는 정치인이나 논객을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1930년대 아돌프 히틀러가 정권의 기초를 굳건히 한 것도 제1차 세계대전에 의해 잃어버린 영토의 회복을 일관되게 그 정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정치인이나 논객은 신나게 그럴싸한 말을 들이대며 국민을 선동하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실제 상처를 입는 건 현장에 서 있는 우리 개인이다. 싼 술을 마신 뒤의 취기는 언젠가 깨게 돼 있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이 왕래하는 길을 막아선 안 된다. 그 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랜 세월 피가 배어나는 노력을 해 왔던가. 그리고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유지해나가야 하는 중요한 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노벨 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명되고 있는 일본 소설가. 1949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을 졸업했다. 1979년 데뷔작인『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받았고, 『노르웨이의 숲』『댄스댄스댄스』『태엽감는 새』『1Q84』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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