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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엄마가 된다는 것 ‘늑대아이’

이영희
문화 스포츠부문 기자
그러길래 남자의 쓸쓸한 뒷모습 같은 데 반해서는 안 되는 거다. 애니메이션 ‘늑대아이’의 주인공 하나(花)는 대학 강의실에서 왠지 모르게 외로워 보이는 그의 뒷모습에 끌려 말을 걸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 남자의 정체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늑대인간. ‘늑대아이’는 늑대인간을 사랑해 그의 아이를 둘이나 낳아버린 한 어린 엄마의 ‘빡센’ 육아일기다.

 이 귀여운 판타지를 만들어낸 사람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썸머워즈’(2009) 등 감수성 충만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 그의 신작 ‘늑대아이’는 올여름 일본에서 개봉 6주 만에 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13일 개봉한 후 “깔깔 웃다가 펑펑 울었다”는 호평이 쏟아진다. 사랑의 힘으로 그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딸 유키(雪)와 아들 아메(雨)를 얻게 된 하나. 하지만 둘째 아이를 낳은 직후 남편은 사라지고, 혼자 육아를 떠맡게 된다. 평소에는 그저 귀여운 인간 아기지만, 흥분하면 귀와 꼬리가 쏘옥 솟아나 늑대로 변해버리는 아이들. 하나는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도록 깊은 산골마을로의 이사를 결심한다.

애니메이션 ‘늑대아이’의 한 장면
 비현실적인 설정 안에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는 감독의 장기는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하나는 ‘남들과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수많은 젊은 엄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을 위해 집을 옮기고, 청소를 하고, 텃밭을 가꾼다. 늑대의 성장을 다룬 책을 꼼꼼히 읽으며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기도 한다. 감독의 표현대로 ‘이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라는 각오로 아이를 키우는 요즘 엄마들의 모습 그대로다. 한밤중에 아픈 아이를 안고 시내로 달려간 하나가 동물병원으로 가야 하나 소아과로 가야 하나 망설이는 모습은 웃기면서도 짠한 장면. 무거운 소재를 따뜻한 유머로 감싸안는 재능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를 떠올리게 한다.

 추석이다. 가족이 함께 코미디 영화를 보며 웃는 것도 좋지만, 이번 명절엔 이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권하고 싶다. 품 안의 자식도 잠시. 어느덧 훌쩍 성장해 자신의 세계를 찾아 떠나려는 아이에게 “해준 게 너무 없다”며 안타까워하던 하나. 하지만 결국 아이가 선택한 미래를 인정하기로 한다.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해”라는 말과 함께. 이 너무나도 평범한 대사에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아마 우리 엄마들에게 수없이 들어왔던, 익숙하면서도 목 메는 당부이기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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