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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급변사태 때 북한 주민은 통일을 원할까

강영진
논설위원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북한 주민들은 통일을 원할까.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뒤부터 지금까지 한국 사람들이 늘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우리와 일본의 정보 당국이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직접 조사한 적이 있다.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정보 당국은 2009년 중국 접경 지역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조사는 북한을 드나드는 조선족을 동원해 북한 주민들을 직접 면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매번 1000여 명 정도를 대상으로 했다고 한다. 설문은 “북한이 갑자기 붕괴됐을 때 당신은 어느 쪽에…?”라는 내용이었다.

 가장 많은 답은 “중국 쪽에 붙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둘째가 “어떻게든 자력갱생(自力更生)하겠다”는 답이었고 “한국 쪽에 붙겠다”는 답이 세 번째였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적은 수의 주민이 “유엔 또는 미국의 중재에 따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 정보 당국이 1월부터 8월까지 실시한 1차 조사 결과는 위 답변 순서대로 48%, 30%, 20%, 2%였고 이보다 3개월 앞서 일본 자위대 산하 대(對)북조선정보조사처가 실시한 조사는 39%, 32%, 25%, 4%였다. 또 우리 정보 당국이 10월까지 실시한 2차 조사 결과는 40.1%, 31.5%, 27.1%, 1.2%였다. 북한이 무너지면 독일 통일 과정에서 보듯 북한 주민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며 결국 남북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상식적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정보 당국은 이후에도 두세 차례 유사한 조사를 벌였으나 결론은 비슷했다고 한다.

 기자는 최근 고위 탈북자로부터 비슷한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북한의 고위층들이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질문에 “무조건 중국에 붙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그는 특히 “남북통일이 되면 북한 고위층들은 처단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통일만은 어떻게든 막으려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 사례만을 근거로 북한 주민 전체가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과 접촉이 많은 접경 지역 주민들을 주 대상으로 삼은 조사라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무너지면 통일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근거가 없다는 점을 뒷받침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북한 붕괴가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게 퍼져 있다. 이에는 독일 통일 과정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1990년 동독 주민들이 대거 탈출하면서 급기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에 이르는 극적인 과정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한국인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뒤이어 북한에서 김일성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이 굶어 죽는 사태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도 곧 통일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이런 기대는 일부 계층에서 신념으로 굳어지기도 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에 이어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남북 대립이 격화하면서 국민들 사이에 ‘북한’에 대한 증오가 커지고 이 증오가 다시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믿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대북 압박과 봉쇄가 더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믿음에 근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한·일 정보 당국의 조사를 통해 실상은 정반대라는 것이 이미 3년 전에 내려진 결론이었다.

 이에 더해 남북 왕래와 교역이 정체된 최근 3~4년 사이 북한의 중국 의존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SK경제경영연구소 이영훈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90%에 달하고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 중 중국 제품의 비중이 80~9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 결과로 지난해 북한 주민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국가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4%인 데 비해 ‘한국’은 3분의 1 수준인 2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2012년 북한 이탈주민 의식조사 결과).

 폐쇄사회인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상당히 유용한 연구 결과들이 상당수 나오고 있다. 위에 든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그런 결과물들은 향후 우리의 대북 정책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들이다. 기자는 위의 사례들은 우리의 대북 정책이 통일을 지향한다면 최소한 북한 주민들의 호감을 얻는 쪽으로 진전돼야 함을 시사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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