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앙시평]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후보’

조윤제
서강대학교, 경제학
안철수 현상은 과거 이인제, 정몽준, 문국현 현상과 달리 1년이 넘도록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위력을 보여왔다. 그는 공직이나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다. 국민들이 지난 1년간 그에게 보내준 이 꾸준한 지지율은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깊음을 보여준다. 그가 보여준 청량하고 순수한 모습이, 그리고 그가 여태 살아오고 이루어 온 일들이 오늘날 우리 주위의 세태, 정치 모습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주 그가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에 대한 이 높은 지지율로 우리 국민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을 이제 물어야 할 때가 왔다. 그동안 국민들이 보여준 그에 대한 높은 지지는 기존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강한 부정적 의견의 표출인 것은 분명하나 향후 한국의 정치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미래지향적 의사의 표시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은 대의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과정이다. 최근 SNS의 급속한 확산으로 고대 그리스·로마 이후 뒷전으로 밀려난 직접민주주의의 요소가 점점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오늘날 민주국가의 운영체계는 여전히 의회와 행정부, 사법부를 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대의민주주의를 받쳐주는 기둥이 바로 정당이다. 우리 국민들이 정당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표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그동안 추구하는 가치와 이루고자 하는 정책·제도를 중심으로 구성·발전되지 못하고, 정권을 잡으려는 혹은 잡은 특정 인사나 지역기반을 중심으로 이합집산, 새 간판 달기를 거듭하며 지나친 당파적 싸움으로 국가의사결정 과정을 왜곡·지연시켜 왔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발전, 민주주의의 성숙은 이러한 정당들을 국민들이 외면해 버림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제대로 발전될 수 있게 감시하고 채찍질해 나감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당들의 뿌리와 전통이 깊어짐으로써 성숙하게 된다. 어떤 정치, 어떤 언론을 갖게 되는가는 결국 그 나라 국민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민주화 이후 한번도 제대로 성공한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 이것이 반드시 정치인들과 지도자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치의 실패, 지도자의 실패, 정당의 실패는 바로 국민들의 실패이기도 하다. 이를 외면함으로써 정당과 정치가 나아지지는 않으며 성공한 지도자를 배출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주 ‘안철수 현상’이 ‘안철수 후보’로 이어지면서 우리 국민들은 이제 스스로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어떤 시대인들 쉬운 시대는 없겠지만 향후 5년간의 국정은 특히 많은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민생고의 심화, 동아시아에서의 역학관계 및 외교·안보 환경 변화의 가속화, 계층 간·세대 간 갈등의 심화 등이 우리 사회를 소용돌이에 몰아넣고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국가의사결정 과정을 더욱 복잡하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발전해야 하며, 이러한 문제들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의회가 정당을 통로로 긴밀한 협의와 타협을 이루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한국의 권력은 지난 20년간 의회로 크게 이동했다. 의회 동의 없이 해낼 수 있는 정책개혁, 제도개혁이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19대 국회는 99%가 특정 정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현실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과, 보다 나은 정치, 성공할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한 긍정적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같다고 할 수 없다. 전자는 과거에 대한 평가이고, 후자는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안철수 현상’을 통해 전자의 의견을 표시해 왔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 표시는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기존 정치와 정당들에 대한 국민의 실망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무소속 의원이 1%밖에 되지 않는 지금의 국회에서 식물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그가 제대로 일을 해나가기 위해 새로운 정당을 구성하려 한다면 결국 기존 정당 소속 의원들을 대폭 빼오는 수밖에 없어 이는 다시 국정을 마비시키고 한국정당사에 또 하나의 이합집산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정치발전이 아니라 퇴행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주 그를 통해 표출된 국민들의 정치변화에 대한 열망을 스스로 대통령이 되어 실현하겠다며 출마 선언을 하고 회견장의 단상을 내려왔다. 그가 대선 출마의 길을 선택하고 단상을 내려온 이상 이제 우리 국민들이 시험대에 올라서게 되었다. 무엇이 과연 한국의 정치발전을 위하는 길인가?

조윤제 서강대학교 경제학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